한국 모더니즘의 기수로 불리는 이세득(小默 李世得, 1921~2001)과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며 독자적 예술정신을 발현한 황창배(素丁 黃昌培, 1948~2001)의 작품 기증을 기념하고 작품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미술관의 공공성과 기증문화의 확산을 상기시키고 시립미술관의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 마련
이세득(1921~2001)
전시는 2013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미술관 소장품과 유족 소장의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드로잉, 유화소품 30여점으로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는 기존 연대기적인 회고전 방식을 탈피하고 주로 80-90년대 드로잉과 유화작품 <심상> 연작을 중심으로 선보여 파리 유학 이후 전환점을 마련하고 작업을 특징짓는 ‘서정적 추상공간’의 전형을 이룬 시기를 조명한다. 이세득 작가의 작품의 중요한 요소인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에 흑, 백을 더한 5색 구조와 함께 색채·형태·필획·선·면의 리드미컬한 구성과 즉흥적이고 주관적인 작가의 필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이와 함께 전시공간에는 작가의 착상이 담겨있는 스케치, 드로잉북과 작품 흐름의 변화를 담고 있는 1991년
의 작가 인터뷰 동영상을 통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1921년 서울에서 출생한 작가는 도쿄, 파리 유학생활을 거쳐 60년대 후반 귀국 이후 대형 벽화와 실내장식, 스테인드 글라스, 태피스트리 등의 작업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하며 한국현대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심화했다. 또한 작가는 개인 예술세계 뿐 아니라 예술 행정가로서 탁월한 면모를 발휘하였는데, 1966년 도쿄에서 열린 제5회 IAA(Internatioanl Art Association ; 유네스코 산하기구로 각국에 지부를 두고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였고, 1968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을 조직 및 출품하여 최초로 일본 정부의 예산을 사용한 전시를 개최했다. 이후 1991년에는 50년 화업을 정리하는 회고전을 가졌을 뿐 아니라 선재미술관 초대관장을 역임하였고, 1994년에는 국제현대미술관장회의(CIMAM)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1993년부터 1995년 사이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준공에 기여하기도 했다.
황창배(1947~2001)
황창배 작가의 전시 공간은 2013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90년대 초중반 작품, 80년대 의 미술관 소장품, 그리고 유족 소장의 90년대 후반 대표작들로 전시를 구성되었다. 본 전시는 시기별, 조형적, 주제별로 분류하는 일반 회고전 형식을 탈피하고 작가의 실험적인 경향이 정점에 오른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말에 이르는 작품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전통화법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업 특성을 집약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더불어 작가가 작고하기 전까지 괴산 작업실에서 사용하였던 제작 도구와 드로잉, 그리고 1992년의 프로그램의 영상 자료를 함께 제시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1947년 서울에서 출생한 황창배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철농 이기우로부터 전각과 서예를, 임창순으로부터 한학과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1977년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1978년 국전사상 최초로 비구상 부문의 동양화가로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후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1988년 12월에서 1989년 2월 사이 미국 국무성의 초청으로 뉴욕 아티스트 콜로니(New York Artist’s Colony)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1997년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의 ‘북한 문화유산 조사단’ 단원으로 북한을 방문한 뒤 1998년 선화랑에서 <북한기행 그림전>을 선보인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