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세마 컬렉션 라운지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여성가족재단이 협력하여 마련한 전시 공간이다. 세마 컬렉션 라운지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술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미술소통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이를 통해 서울시 전역으로 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소개하여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세마 컬렉션 라운지의 다섯 번째 전시는 백지순, 윤정미, 육명심&주명덕 작가의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백지순은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성차별의 구조적 문제를 동기로 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내재한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모계중심사회를 주목한다. 아시아에는 성(姓)과 재산을 어머니에게서 딸로 상속하는 모계사회의 풍속을 가진 소수민족이 있는데, 백지순은 이번 전시에서 베트남의 에데족, 인도네시아의 미낭카바우족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을 선보인다.
윤정미는 우리 사회의 성(性) 의식이 ‘여성’과 ‘남성’으로 이분법화되어 고착화된 상황을 색으로 연출한 사진을 통해 노출시킨다. <핑크&블루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여자 어린이와 방 안 가득 채운 핑크색의 사물들(인형, 액세서리 등), 남자 어린이와 파란색의 사물들(장난감, 스포츠용품 등)을 촬영했다. 여아들은 모두 핑크색 물건에, 남아들은 파란색 물건에 둘러 쌓여 있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성별에 따라 관습화된 색의 분류가 함의한 사회적 질서의 본질을 탐색하고,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 성 역할을 찾고자 한다.
육명심과 주명덕은 일상적인 풍경을 포착하여 당대의 사회상을 기록하거나 다양한 인물사진을 작품에 담아내는 한국의 1세대 사진 작가이다. 특히, 두 작가가 기록한 인물사진에는 예술가의 초상이 두드러진다. 육명심의 <예술가의 초상>은 그가 1970년대 시작한 작업으로, 시인 김남조,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 화가 장욱진 등 당대 예술인들과 친밀한 교류를 통해 기록한 사진이다. 주명덕의 사진에서도 역시 소설가, 시인, 화가, 음악인의 모습이 돋보이는데, 이는 작가가 잡지사에 근무하던 시절인 1960년대 후반 이후 연작한 포토에세이의 결과물이다. 모윤숙, 노천명의 뒤를 이어 1960년대 여류시인의 계보를 마련했던 김남조,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근원적 탐구를 소설화했던 『토지』의 박경리, ‘한(恨)’의 정서로 여성의 내면세계를 작품화했던 천경자의 초상사진이 전시된다.
여성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여성의 시각으로 시대와 사회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성(性) 의식과 역할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