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문화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각”
현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체와 감성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동시대 문화에 대해 남들보다 먼저 얘기하고 작품 속에 그것들을 담아냄으로써, 현상을 진단하고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낸다.
「SeMA 2004」展은 한국미술 현장에서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함과 더불어,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현상을 조망해 본다는 취지로, 올해 그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미 여러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젊은 작가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해마다 유망한 젊은 작가들이 소개되고, 점차 그들의 활동이 국내의 현대미술에 커다란 영역을 차지해 가고 있다.
이런 중에 다소 늦게 시작하게 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젊은 작가 발굴 프로그램은 기존의 젊은 작가 소개형식의 전시에서
좀더 구체성을 띠어 동시대 미술문화적 이슈를 함께 조망해 본다는데 그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참여하는 젊은 작가들은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탐구하고 그것을 자신의 독창적 시각과 방법으로 작품화시키면서 새로운 미술경향을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들이다. 단지,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한다는 형식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동시대의 문화 속에서 자신과 사회의 내면을 바라보며, 그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읽어내고 창작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새롭게 생산해내고 있는 미술경향을 함께 조망해보고자 하는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모든 문화는 그 시대적 산물이며, 동시대적 맥락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SeMA 2004」展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문화코드를 6개의 맥락으로 더듬어 보게 된다. 즉, 디지털, fast, 인터넷, 개인주의 등으로 언급될 수 있는 현대 젊은이들의 대표적 문화를 젊은 작가들의 시각으로 읽어내며 동시대의 문화현상을 진단해 보자는 취지를 지닌다.
fast 문화가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현 소비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자본주의적 욕구의 허와 실을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고 반성적 태도를 제안하는 첫 번째 주제, ‘소비 게임-공룡의 트릭’,
과거 서민들의 작은 욕망과 기원을 담았던 전통적 소재들이 현대 작가들에 의해 재생산되면서 그것이 읽히는 코드 자체가 변화해 버린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Replay-이식(移植)’,
어린아이의 감성을 좇고, 아동과 성인의 경계에서 양자간의 지적, 문화적, 감성적 경계와 간극을 허물어 버리려는 사회, 문화, 경제 전역에 걸친 신드롬을 보여주는 ‘키덜트(Kid+Adult)-21C 자화상’,
빠른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 속에서 우리의 삶은 현실적이기보다는 이상화된 또 하나의 세계가 되어, 그 안에서 상업주의,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적 소비문화가 부추기는 외모지상주의의 허와 실을 진단해 보고자 하는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
일상의 사물들이나 이미지들의 생경한 맥락에서 만들어내는 제3의 의미, 즉, 어떤 사물들의 이면에서 보여지는 반문화적 태도, 날카로운 세태풍자, 현실 비판 등에 대한 냉소적, 혹은 재치있는 유머로서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아??-현실의 틈새’,
동시대의 스펙터클 이미지 환경과 인터넷이라는 소통방식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문화환경 속에서 그 이면에 보여지는 개인주의적 문화속에서 나타나는 고립, 칩거, 자폐현상들이 보여주는 재현적, 몽상적 이미지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실재, 실존에 대한 감각과 의식을 더듬어보는 ‘혼자 놀기-섬. 꿈. 변신’
이 이번 전시의 6개 주제이다.
이 여섯개의 주제는 젊은이들이 몸소 체험하고 있는 현 사회의 여러 현상과 징후들을 다소 유머스럽기도 하고, 냉소적으로 비판하기도 하며, 때로는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자신들의 시각으로 읽어내고 있으며, 이 작품들에는 우리의 현 문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동시대인들의 시각, 그리고 이것을 읽어내리는 미술인들의 새로운 작업형식들이 함께 나타나게 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이은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