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공간 프로젝트는 예술을 경험하는 다양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전시장이 아닌 장소 곳곳에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프로젝트 《스카이블루》는 건물의 파사드 내부에 강동주의 <155분 37초의 하늘>을 소개한다.*
북서울미술관 건물은 곳곳에 자리한 유리창을 통해 건물 내외부가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보인다. 특히 약 3층 높이에 이르는 파사드는 전면이 통유리인 덕에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하는데, 바로 옆을 지나가는 통로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일종의 뷰포인트로 기능한다. <155분 37초의 하늘>은 이 통로와 유리창 사이의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해가 진 후 밤이 깊어가던 시간대의 하늘을 담은 캔버스는 푸른빛에서 시작해 점차 어두운 톤으로 옮아간다. 반면에 작품 너머로 펼쳐진 실제 풍경에서 하늘의 빛과 색, 공기, 바람 등 기상 요소들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개별 관람객이 마주하는 작품과 풍경의 조합이 모두 다른 셈이다.
제목 《스카이블루》는 하늘이 가진 무한성, 일상성을 연상케 한다. 드높은 하늘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지곤 한다.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푸른 하늘처럼 생각하기(blue-sky thinking)’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서 연유했을 것이다. 또 하늘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도 하다. 우리는 하늘을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날씨를 추측하기도, 옆 사람과의 가벼운 이야깃거리로도 삼는다.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열어 본다면, 모두가 하늘 사진을 적어도 한 장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그만큼 하늘에는 우리 내면에 무언가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오늘 미술관에서 돌아가며 하늘을 잠시 바라보는 시간, 지금까지 내가 사진으로 남겼던 하늘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이다.
*<155분 37초의 하늘>은 2013년 개인전 《부도심》에서 선보인 작품 중 하나이다. 부도심은 작가가 나고 자란 청량리와, 청량리와 함께 부도심으로 지정되어 비슷한 개발의 시간을 보낸 영등포를 거점으로 해가 저문 서울 안을 이동했던 시간을 빛과 달 그리고 하늘의 언어로 해석하고 그려서 모은 전시이다.
<155분 37초의 하늘>은 전시의 기반이 된 서울의 밤 풍경을 기록한 영상 중 하늘을 촬영한 화면을 캔버스에 유채 물감으로 옮긴 것으로 도시 구조의 흔적을 담은 하늘의 시간을 나타낸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155분 37초’는 영상에 하늘이 등장하는 분량을 가리킨다. 영상 1분을 캔버스 1개로 환산해 총 156 점의 그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