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간인 프로젝트 갤러리 2에서는 남한과 북한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조각 작품 <구름(남한, 북한)>을 선보입니다.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고개를 돌려서 작품을 바라보시면 어떻게 남한과 북한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지 알아차리실 수 있을겁니다. 남한과 북한의 지도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 아홉 개의 프린트된 유리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실체의 ‘경계 없음’ 혹은 ‘무상함을 보여줍니다. 바람 따라 흩어졌다 모이며 형태가 만들어지는 구름처럼 개별 주체들의 의미와 본성도 주변 조건에 따라 변함을 의미합니다. 제3세계 국적을 가진 작가에게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해 상반된 정치 이념으로 존재하며 국제 정세에 따라 관계가 변하는 현재의 남한과 북한은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이 현실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예시입니다. 남한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고, 사람들은 북한의 그것과 비교해 우리 사회의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실체는 없으며 결국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이의 경계는 희미합니다. 우리가 구름의 형상을 인식하는 과정 또한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구름을 보고 아이스크림 같다, 혹은 토끼 같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기존에 보았던 대상의 형태와 연결해서 구름의 형상을 인식하려고 합니다.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기존에 갖고 있던 나의 경험, 관심이 결정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