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최지혜
학력
2015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예술전문사 졸업
*연구논문: 동시대 소리미술의 공간과의 상호적관계성 연구
전시 기획
2019 《Chimeres interstitielles》, 오드라덱 갤러리, 브뤼셀, 벨기에
《PRO-TEST》, SeMA 벙커, 서울
2018 《Flyer》, 킵인터치, 서울
2017 《NO》, 공간 가변크기, 서울
2012 《미술가의 서랍》, 갤러리175, 서울
그 외 활동
2019 《DMZ》, 문화역서울284,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2017 《로터스 랜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참여 작가
2015 - 시각문화리뷰 팟캐스트 기획 및 운
[참여작가]
AVOPOKTOVES (송민정, 안초롱, 최수빈), 이수성, 탁영준, 호상근
PRO-TEST
SeMA 벙커
2019.10.4. - 2019.10.23.
최지혜
3년 전 이맘때의 광화문 광장의 저녁 풍경을 떠올려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군중이 촛불을 들고 모였으며, 한쪽에서는 가수들의 공연이 연신 펼쳐졌다. 시위 참여자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대신 촛불 모양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자신들의 참여를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기록하고 개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각각의 장면들을 생중계했으며,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 역시 현장을 실시간 관람했다. 그러한 촛불 물결 뒤에는 대립하는 진영이 있었으며 이들 역시 태극기, 무궁화 등을 통한 다양한 소품으로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렇듯 시위의 풍경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다양한 태도와 입장에 있어 표명하고 싶은 현재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역에서 열린 집회, 시위는 하루 평균 187건으로 추산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사회에서 시위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민주화를 위한 정치적, 이념적 목적이 뚜렷했던 시기를 거쳐 점차 정치적,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집단과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반영되며 보다 다변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과거 조직적으로 결집하기 어려웠던 소수의 의견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일상 속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위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거리를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회 정치적인 의제를 다루는 거대 담론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당장 우리의 살아가는 문제 앞에서 순위가
밀려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으로 발언하고, 연대를 지지하는 이유는 나에게 일어났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닥칠 미래를 위한 제언이기 때문이다. 미투 (#metoo) 운동 이후 성범죄에 대한 처벌 촉구와 여성에 대한 구조적 불합리함과 부당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고 현장 속 시위자의 규모와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면은 매일 새로운 사건들로 채워지고 있고, 변화의 움직임은 아주 느리고 힘겹게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PRO-TEST》전은 일상 속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시위의 면면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경험 속 저항과 지지의 발화 방식에 대한 모색을 시도한다. 시위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투쟁이자 패러다임의 정복을 일궈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 우리 일상 속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른 발언의 기회를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참여작가 4인(팀)은 “PROTEST(시위)”를 “PRO(지지, 지향하고)-TEST(시도, 실험)” 한다. 이들은 본 전시를 통해 사회 구조 속에서 처한 상황과 환경, 그리고 입장이 각기 다르지만, 미술의 영역에서 이러한 시위의 움직임과 그 속의 외침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 가능할지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공간의 제약과 조건이 갖는 요소들을 작업의 중요한 출발지점으로 두는 이수성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곡선의 형태로 바닥으로 길게 이어지는 월 텍스트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넓고 긴 공간을 따라 지하 벙커 내 순환하는 공기로 인해 일렁인다. 전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공기는 하나의 매체로 작동하며 우리가 내보이는 저항의 목소리로도 상정된다.
시위가 보여주는 양극화와 그사이 상충하는 문제들에 대해 작업을 수행해나가는 탁영준은 시위에서 사용되는 상징적인 도구들을 전시장으로 가져온다. 팽창하려는 형태와는 달리 실상 열기와 소리를 막는 용도로 그 역할을 하는 파스텔 색조의 폴리우레탄 폼은 그가 가져온 도구들을 감싸거나 장식화된 형태로 사용된다. 이와 더불어 확성기 속 그가 차용하고 있는 내레이션은 시위라는 공적 움직임 속 이를 구성하는 사적 영역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송민정, 안초롱, 최수빈으로 구성된 AVOPOKTOVES는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전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이야기를 차용한다. 전시장 전면을 점유하고
있는 화면 속에는 그들의 목소리를 각색한 과거의 문장과 함께 현재의 시점에서 작동 가능한 AVOPOKTOVES의 언어가 병치되어 있다. 〈AVOPOKTOVES Testament〉는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 속 문장들이 서로 화답하는 동시에 AVOPOKTOVES가 내보이는 정체성의 표명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속 기억, 꿈 등을 재현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해온 호상근은 이번 전시에서 SeMA 벙커의 역사적 흔적을 박제해 놓은 시공간 속으로의 틈입을 시도한다. 그가 바라보고, 관찰한 일상적 시위의 특정 풍경들은 하나의 기록물 형태로 SeMA 벙커가 가진 역사적 잔재들 사이의 연장선상으로 작동한다. 여의도의 역사에서부터 벙커가 조성되고 발견된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 역사 갤러리 속에서 본 전시를 위해 ‘자료’의 형태로 있는 호상근의 12 점의 회화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간 속에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살펴보게 만든다.
SeMA 벙커는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박정희 대통령 정권 시절인 1970년대 후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방공호이다. 우리는 전시공간으로 주어진 지하 벙커에서 경험하지 못한 시간 속 저항의 흔적들을 떠올려본다. 《PRO-TEST》전을 통해 선보인 네 명의 작가(팀)들의 시도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개인이 처한 영역, 그리고 입장을 표명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모색해보며 자칫 무용하고, 무력할 수 있는 미술의 역할과 힘을 재상정한다. 이들의 시도가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즉각적인 반응과 휘발 되어버리는 결과로 점철되는 동시대 사회 구조 속에서 효용 가능한 언어를 생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 번쯤 떠올리기를 희망한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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