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과 팽창 (김주원[1981], 안초롱[1987])
개인전
2017 《Honey and Tip》, 아카이브봄, 서울
2016 《압축과 팽창》, 지금여기, 서울
단체전
2016 《open-end(ed)》, 계남정미소, 진안
기타
2017 《더 스크랩》 공동기획, 용두동, 서울
2016 《더 스크랩》 공동기획 및 참여, 용두동, 서울
CO/EX (Kim Juwon[1981], An Chorong[1987])
Solo Exhibitions
2017 Honey and Tip, Archive Bomm, Seoul
2016 compression-expansion, Now Here, Seoul
Group Exhibition
2016 open-end(ed), Kyenam jungmiso, Jinan
Etc.
2017 The Scrap, codirecting, Yongdu-dong, Seoul
2016 The Scrap, codirecting, Yongdu-dong, Seoul
사진에 대한 몇 가지의 공략들
권시우 (미술비평가)
아카이브 봄에서 진행한 《허니 앤 팁》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무효화하기 위해 클리어한 일종의 스테이지라고 생각해보자. 압축과 팽창은 스테이지 공략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냈을까? 혹시 해당 스테이지는 앞선 무효화라는 목표를 지향하되 그것에 최적화되지는 않은, 달리 말해 오히려 플레이에 인위적인 제약을 부과함으로써 은연중에 스테이지의 외부, 즉 현실상에서 사진이 맞닥뜨리고 있는 난점들을 암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압축과 팽창은 이와 같은 물음들을 양가적인 태도로 응수한다. 이를테면 《허니 앤 팁》에서 그들은 스테이지 내의 플레이어인 동시에 맵을 설계하고
규칙을 만든 제작자이기도 하다. 후자는 작업의 방법론을 부연하기 위해 인테리어나 시공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자 즉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결정적 순간”이나 “대상 본질”을 찍기 위한 “사진술 일반에 대한 개별 트레이닝”이라는 퀘스트¹를 적극적으로 추동한다. 이를테면 인테리어라는 공간 차원의 개입은 사진술 일반과 무관한 것 같지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자재들이 필요하고, 이때 사진술은 어찌 됐든 김주원, 안초롱으로 구성된 ‘사진가’ 듀오라고 할 수 있을 압축과 팽창에게 있어서 자재들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편의적인 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압축과 팽창이 《허니 앤 팁》을 포함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위해 체결한 협업 계약을 빌려 사진을 자재로 환원해나간 것인지, 이미 자재로 활용해도 무방할 만큼 가볍고 납작하기 때문에 주저 없이 사진을 선택한 것인지 우리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내놓기 위해서는 일단 스테이지에서 전개된 선택지들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공간A(2층)에서 제시된 일련의 사진들은 주어진 퀘스트에 대한 몇 가지 상이한 공략들을 기술하는데, 피사체로서 완성시키기 위해 극락조를 반복 촬영하든(“대상 본질”) 시속 100km로 발사되는 야구공들을 뷰파인더 내에 붙잡으려 하든(“결정적 순간”) 애초의 목표는 결코 어떤 이미지로 포착되거나 도달할 수 없다. 이로써 본 퀘스트는 그저 실패를 거듭하며 별다른 기약 없이 지속되는데, 플레이 시간은 스테이지 내의 플레이어가 기어코 목표를 달성해내는 반전의 순간이 아니라 사전에 제한해둔 사진의 총량(각각 100장, 1000장)을 채움으로써 마감된다. 이로써 우리는 퀘스트의 실패가 (제작자로서의) 압축과 팽창이 고안해낸 규칙의 일부이자 예정된 수순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각각의 공략은 무한하게 지속될 수도 있을 지루한 실패의 시간에 미리 상한선을 긋고, 그것을 초과하지 않을 만큼의 자재들만을 확보한다.
사진과 자재 간의 정확한 인과 관계가 무엇이건, 앞선 과정에서 파생된 다량의 사진 이미지들은 통상의 사진 문법에 따라 독립적인 이미지로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초점으로부터 해금된 채 공간A에 다소 무방비한 상태로 저장된다. 이는 아직 사용처를 찾지 못한 데이터 조각들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라는 매체는 완전히 무효화되지 않는다. 일련의 이미지들은 비록 목표를 잃은 채 부유하고 있지만, 앞선 실패의 과정은 여전히 사진을 매개로 기록 누적된다. 무엇보다 그 결과물들을 프레임 단위로 정렬해 벽면에 일종의 그리드 구조로 제시함으로써 퀘스트의 전개를 하나의 시퀀스로 대상화한다. 결국 공간A는 사진의 물리적인 지지체마저 해체하는 급진적인 시도로 나아가기보다, 자재로서의 사진에 대한 알리바이를 마련하기 위해 고안해낸 몇 가지의 공략들(‘결정적 순간’, ‘대상 본질’, ‘대결 사진’, 외주로 포토샵을 이용해 만든 샘플 이미지 등등)이 교차하는 과도기적인 공간인 셈이다.
뒤이어 공간B(3층)는 셔터스톡 사이트에서 구매한 다량의 스톡 이미지들을 (공간A를 알리바이 삼아) 굳이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이를 본격적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위한 자재들로 활용한다. 벽면 상에 서로 다른 비율로 중첩 투사되고 커튼, 깃발, 랜티큘러 오브제 등 다양한 오브제로 외화한 스톡 이미지들은 공간 내에 수동적으로 비치되는 것을 지양한 채 말 그대로 공간을 점유해나간다. 그러나 앞선 풍경은 압축과 팽창의 이전 전시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마냥 생소하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김주원과 안초롱은 각자의 스냅 사진 1000점을 데이터베이스 삼아 그중 일부를 교환해 상대의 데이터 조각들을 통상의 프린트와 다른 재질로 출력 제시하거나 가벽을 사이에 두고 조형물처럼 겹쳐 놓는 등 《허니 앤 팁》에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진 이미지를 유연하게 번안하고 공간에 재배치했다.
이때 주요한 점은 일련의 이미지 혹은 데이터 조각들이 여전히 스냅 사진이라는 원본을 지시하는 한편, 그러한 원본의 자장 안에서 교환 가능한 일종의 기호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본 프로젝트는 이미 완결된 각각의 스냅 사진들을 공동의 데이터 센터에 저장한 뒤, 데이터의 유동적인 관성을 빌려 김주원, 안초롱 두 사람 사이에서 통용되는 지엽적인 경제를 조성함으로써 스냅 사진에 대한 (생산이 아닌) 소비를 활성화시킨다.
그러한 이미지 경제 속에서 사진은, 서로 교환한 익명의 데이터 조각에 각주를 달거나 그로부터 자율 연상한 단어를 덧붙이는 등의 과정을 거쳐(즉 자의적으로 가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일종의 상형 문자로 환원되고, 때때로 그것들은 문장 구조로 나열된다. 그러나 이로부터 연상해낼 수 있는 것은 텍스트로서의 사진이라기보다, 사용자 주체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이미지라는 단위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SNS상에서 사진 이미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텍스트와 병치된 채 일종의 삽화로 제시되기도 하고, 그 역의 상황도 빈번하며, 태그를 매개로 여타 사용자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거나 임의로 범주화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며 이미지-정보로 기능한다. 즉 압축과 팽창의 협업 계약에 의해 일시적으로 활성화된 이미지 경제는 사진과 스마트 미디어가 합선됨으로써 다변화한 사진의 좌표, 위상, 그것들을 가로지르는 데이터의 흐름을 암시하는 동시에 이를 동력으로 삼아 전개된다.
결과적으로 압축과 팽창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무효화하기보다, 그러한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현재 시점에서 사진이 어떤 경제에 속해있는지, 그 안에서 전개되는 역학에 의해 사진의 가치가 얼마만큼 절하됐는지를 되묻고 있다. 또한 물리적인 공간상에서 이를 재현하기 위해 일종의 스테이지를 가설하고 직접 플레이를 시도함으로써 사진을 매개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발생시킬 수 있는 각종 변수들을 가늠한다. 압축과 팽창이 자신이 가설한 스테이지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공략했는지의 여부는 단순히 플레이어 개개인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미지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판가름해야 한다.
만약 공간A에서의 퀘스트에 어떠한 상한선도 긋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사진의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헛된 시도는 끝없이 연장되며 그에 가담한 플레이어들은 끝내 녹슨 필름을 미처 갈아 끼우지 못한 채 소진됐을 것이다. 이는 그저 압축과 팽창의 사례에 빗댄 허무맹랑한 가설이 아니라 지금의 사진계에 대한 우화에 가깝다. 그러므로 사진에 대한 몇 가지의 공략들을 독파해본 일련의 플레이어들은 계속 질문을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미지-정보로서 사진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지금, 우리는 주어진 자재들을 빌려 선뜻 다음 스테이지를 예비할 수 있는가? 자재로서의 사진, 그에 얼마간 부합해 보이는 스톡 이미지라는 타협점은 언제까지 유효한 계약일까? 무엇보다 우리는 언제까지 특정한 대상을 뷰파인더 내에 포착하고 연출해낸 결과만을 사진으로 호명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하나의 스테이지는 막을 내렸다.
¹《허니 앤 팁》 도록 『TIP』 전시 협업 계약서
(번역: 아트앤라이팅)
Several invasive strategies on the photography
Kwon Siwoo(Art Critic)
Let’s imagine the exhibition HONEY and TIP presented at Archive Bomm as a stage (for a game) that is finished in order to invalidate the medium of photography. How successful is CO/EX’s performance in its invasion of the stage? Doesn’t the stage open up difficult problems that confront photography in the realm of reality being on the outside of the stage ? by imposing artificial restrictions on playing? In other words, in the way that the stage is not perfectly optimized for pursuing the prior goal of invalidation?
CO/EX responds to similar questions with an ambivalent attitude. For example, in HONEY and TIP, there were players on stage, and a producer who designed its maps and rules. As a producer, they not only used expressions like interior or time and space to describe their working methods, but they also actively provided quests(missions), “individual training on general photographic techniques”, to players for capturing “the decisive moment” or “the essential nature of an object.” As such, the spatial intervention within an interior and the general photographic techniques seemed irrelevant; however, since they needed some material resources to perform the spatial intervention, photographic techniques became the most convenient way for CO/EX, the duo photographers Kim Juwon and An Chorong, to prepare the materials.
However, we cannot tell whether CO/EX converted the photographs into material resources (based on the collaboration agreement contracted for the series of projects, including HONEY and TIP) or they chose the photographs unhesitatingly because they were already light and flat enough to be utilized as materials. To respond to this question, it is best to reflect on the options that unfolded on stage.
The series of photographs shown in Space A (the 2nd floor) illustrate several different invasion strategies for the missions. However, the goal could not be reached or the image could not be captured in two cases: the repetitive shooting of a bird of paradise as the subject of a photograph (“the essential nature of an object”) or the capturing of a baseball strike at the speed of 100 km/h in a camera’s view finder (“the decisive moment”). As such, the missions have failed and were seemingly deferred without any promise of completion. It can only be completed, not by a dramatic moment of reversal that the player finally achieves the goal, but by a time limit set beforehand to the total number of photographs (each 100 images and 1000 images). Therefore, we can assume that the failure of the mission is a foregone conclusion, which was already preconceived by
CO/EX (as the producer). Each invasion strategy sets the upper limit to the boring time of failure that would continue endlessly if there is no limit, and secures only enough material as to not exceed it.
Whatever the exact consequence between photography and material is ― rather than being conceived as independent images following the general rule of photography, the excess photographic images produced in the prior process was stored in Space A in a somewhat vulnerable state. Even though they are similar to fragments of data in that their usage have yet to be determined, their medium of photography cannot be completely invalidated. The series of images are floating around purposelessly, however, the process of the previous failure was still documented and accumulated by the mediation of photography. Above all, they objectify the progression of the mission as a sequence by arranging the results in a frame and displaying them in a kind of grid structure on the wall. Therefore, instead of going toward a radical practice of deconstructing the material support of photography, Space A becomes a transitional space where several invasive strategies (‘the decisive moment’, ‘the essential nature of an object’, ‘confrontational photography’, and sample images created by Photoshop, stock photography, etc.) cross over in the proposition that photography is a material practice.
In addition, in Space B (3rd floor) CO/EX firmly claimed that stock images purchased from Shutter stock is photography (with proof established in Space A) and utilized them fully as material for interior design. Instead of passively furnishing the space, the stock images literally occupied the space by being projected and overlaid in different scales on the wall and externalized as different objects, such as a curtain, flag, or lenticular object. However, compared to CO/EX’s previous exhibition, these sceneries are familiar. Based on a database of 1000 snapshots they each made for the project exhibited at Now Here, Kim Juwon and An Chorong exchanged some snapshots, printed each other’s data on unusual materials or superimposed them in-between a free-standing wall like a visual object. In a similar way to HONEY and TIP, they flexibly adapted the photographic images and rearranged them in the space.
The important point here is that the series of images or the pieces of data still indicate the original, the snapshots, and at the same time, they operate as a kind of sign that is interchangeable in their relationship to the original. In other words, this project stimulates the consumption (not production) of snapshots by creating a peripheral economy that is operating between the two, Kim Juwon and An Chorong, which is hinged on the fluid inertia of data after they have stored the finished snapshots each one of them took into a common data center.
Within this image economy, photography is often reduced to a kind of hieroglyph, or sometimes arranged within a sentence structure in the process of putting together a footnote, or adding a word that is autonomously associated with anonymous pieces of data related to each other (in other words, putting values together in an arbitrary way). However, what we can reason from this is not the notion that photography is akin to text, but rather how the subjects or users employ the image units in social media such as Instagram. Photographic images in social media can exist independently, but they function more as image-information by being consumed in various ways, like being presented as an illustration arranged with some text together, and vice versa, or being connected with other users or categorized by tagging. As such, the image economy that was temporarily activated by the collaboration agreement between CO/EX implies the flow of data crosses the diversified topologies or coordinates of photography by short-circuiting photography and social media, while at the same time, driven by its own power.
Consequently, in this gesture, instead of invalidating the medium of photography, CO/EX asks again to what kind of economy photography belongs, and how much devaluation of photography is done by its mechanical developments. Also, in order to represent it in physical space, CO/EX speculates various kinds of variables that can emerge through photography as a mediator by playing directly on stage as planned and designed by them. Decision over how efficiently CO/EX played on the stage that they designed should be made not by each player’s capacity but by how the image economy can be organically linked to the way in which the stage operates.
What if there was no upper limit set to the missions in Space A? If so, the fruitless attempts to penetrate the essential nature of photography would be endlessly extended. The participating players would be so exhausted to the point that they will not even be able to load a new roll of film to replace the deteriorated one. This is not a mere groundless hypothetical directed at CO/EX. Rather, it is an allegory of the current state of photography. Therefore, some players who have finished several invasive strategies on photography need to continue to pose questions. In the current state of photography that is in danger of being able to reach its capacity as image information, can we prepare for the next stage instantly by borrowing material resources? How long can the agreement that devises a compromise in stock photography (that seems to correspond to photography as material resources) be effective? Above all, until when should we still call the results of the direct capturing of certain subjects through the viewfinder photography? At least one stage of it has already ended.
1 Exhibition collaboration agreement, the catalogue TIP for the exhibition HONEY and TIP
(Translated by Art and Writing)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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