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EXHIBITIONS
2014 ECLIPSE, MMMG Itaewon, Seoul
2013 Heavy Dot, Gallery Chosun, Seoul
2012 Possibility of Device, Gallery Chosun, Seoul
2009 Hello Motors, Kimjinhye Gallery, Seoul
2007 Media impossible I: girlie, Art space HUE, Seoul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14~15 Low Technology: Back to the Future, Seoul Museum of Art, Seoul
2013~14 Neverland, Danwon art Museum, GyeongGi-do
2013 Slow-Slow, Quick-Quick, SeMA Exhibition Hall, Seoul
Dematerialization/Materialization, Ieyoung Contemporary Art Museum, GyeongGi-do
2010 2010 Media Archive project, Arko Art Center, Seoul
10th Seoul International New Media Festival; Alternative Visual Culture Factory, i-Gong, Seoul
2009 Media art, Afterimages of the future through Kaleidoscope,Seokyo Art Center, Seoul
2008 Gana Art 25th Anniversary Exhibition, ''THE Bridge‘’, Gana Art Center, Seoul
International exchange screening project, Lab.Preparat, Sophia, Istanbul, Copenhagen
2007 Heyri manual service 1.0, Lee&Park gallery, Heyri
2006 Revolving Stage, doART gallery, Seoul
Log; POPup, Gallery BMH, Seoul
2005 Return; ice breaker, Gallery BMH, Seoul
2002 Cyber mind ''HEXA'‘, Media city Seoul, Seoul
Living Furniture, Stone & water gallery, An-yang
Flow: New Tendencies in Korean Art ''Paradise Among Us'‘, Arko gallery, Seoul, Ulsan, Jeonju
2001
정성윤의 불길한 일식
글 | 이 영 준
해와 달을 끌어당겨 일식을 일으키는 힘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적 스케일이다. 그것은 인간이 절대로 개입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차원이다. 그것을 인간이 재현해낸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정성윤의 일식에서는 기계장치의 작용으로 검은 해와 검은 달이 서로 만났다 떨어졌다 한다. 매우 불길한 모습이다. 인간이 해낼 수 없는 일을 감히 하겠다고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본래 옛날부터 일식이 일어나면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고 하는데, 인간이 만든 장치에서 검은 해와 달이 우물쭈물 움직여서 서로 가까스로 만났다 헤어지는 장면은 무척이나 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장치의 스케일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흉흉해 보일 것 까지는 없고 그런걸 상상하고 만든 인간의 노고가 더 돋보인다. 게다가 예술의 이름으로 말이다.
정성윤이 만들어서 작동시킨 일식기계는 어떤 것인가? 그의 일식 장치는 자연의 힘의 조화에 비하면 한 없이 조야하고 단순하다. 그것은 철로 된 골조와 몇 개의 기어, 모터와 그것을 제어하는 약간의 회로로 돼 있다. 사실 자연의 장치에 비해 한 없이 빈곤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장치를 이루는 철은 정밀기계부품 등을 만들 때 쓰는 고급은 아닌 것 같고 철공소에서 파는 것 중 그리 큰 힘 받지 않고 내구성 필요 없는 울타리 같은 것 만들 때 쓰는 것 같다. 알루미늄이 아주 약간 쓰이고 있는데 주로 축받이 하우징으로 쓰이고 있다. 철보다 비싼 알루미늄을 쓰는 이유는 꼭 가벼워야 할 경우인데 어차피 고정밀 기계가 아닌 일식 시뮬레이션 기계에 알루미늄을 쓴다는 것은 일단 장식적인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기어가 몇 개 쓰이고 있지만 고속회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상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이빨의 곡면도 그리 오묘하지는 않다.
어차피 기계장치의 세부들을 감상하라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일식이라는 현상에 내재한 신화적 측면을 보라는 장치이니 재료가 어떻고 구조가 어떻고 하는 얘기는 필요 없다고 하면 다음과 같이 대꾸해 주고 싶다. 이 작업은 일종의 연극적인 것이다. 나아가 퍼포머티브한 작업이다. 연극적인 것이란 부러 과장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퍼포머티브하다는 것은 움직임이나 제스처가 도드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연극이고 퍼포머티브인가? 이 경우는 등장인물이 없다. 그 대신 장치들이 등장한다. 장치들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연극을 하는 것이다. “나 일식이다”하고. 그런데 그 기계적 구조나 부품의 생김새는 어느 정도는 정성들여 만들기는 했지만 실제로 일 하는 기계에 비하면 영 허술하다. 그런데 그게 정성윤의 기계장치가 하는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즉 기계가 일식을 만들기 위해 어설프지만 열심히 일 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기계장치를 감상하는 습관이 없어서 그렇지,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계 만큼 열심히 일 하면서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존재도 없다. 전태일은 1970년 청계천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하여 노동운동의 효시가 됐는데, 기계들이 혹사 당하며 인정받지 못하는 요즘, 기계들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기계를 잘 관찰하고 보살펴 줘야 한다. 자기 차를 아끼는 차주인이 차를 정성껏 보살피듯이 말이다. 정성윤의 일식 기계는 보살펴 달라고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 장치의 기어 하나하나, 축받이와 벨트 등이 나름대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인공일식을 연출해내는 모습을 보살펴 달라는 말이다. 사실 그 기계들의 퍼포먼스가 어설프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기계는 자연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일식은 자연의 일식과 확연히 구별된다. 어떤 면에서는 자연의 일식이 가지지 못한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2012년 6월6일에 있었던 금성일식의 일화를 소개해야 겠다. 미항공우주국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태양 앞을 지나가는 금성을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자기들 스스로 이제껏 공표한 영상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그 영상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는 태양은 한껏 불길해서 더 숭고했지만, 정밀한 트래킹 카메라로 금성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찍은 장면은 금성을 완벽하게 우주쇼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왜냐면 금성이 항상 화면의 한가운데 있도록 세팅해서 찍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은 엄청난 홍염을 자랑하며 금성을 집어삼킬 듯이 불타며 춤 추고 있었다. 지구 보다도 훨씬 크다는 그런 홍염들이 말이다. 그 장면을 본 나는 허무감에 빠지고 말았다. 우주가 저렇게 어마어마한데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내가 없어져도 우주는 잘 돌아갈텐데 뭐하러 월급 타고 적금 들고 교통규칙 지키며 살고 있는 걸까?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인간은 먼지 하나 보다도 작고 의미 없는 존재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나는 걷잡을 수 없는 허무주의에 빠져 거의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먼지 하나 쯤 없어져도 이 세상 잘 돌아가는데 내가 왜 빠득빠득 살아야 하느냐 말이다. 그때 나를 구한 것은 비평의 힘이었다. 그것은 담론과 표상의 뒤로 돌아들어가서 뒤집는 힘이었다. 그 동영상에 나오는 태양의 위력은 엄청났지만 나는 그 위력의 차원과는 다른 생각을 했다. 인간은 표상을 통해 태양을 본다. 이때 표상이란 태양에 대한 이미지, 관념, 지식 등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기호들의 체계를 말 한다. 표상은 단순히 매개자일 뿐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태양을 극복하게 해준다. ‘태양’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열의 근원에 대해 분석하고 사고하고 과학적 내러티브를 만들어서 태양에 대한 표상을 한아름 만들어 쌓아놓으면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열도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런 표상이 생기기 전에 인간은 짐승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 아래 헐떡이며 그늘에 몸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태양과 짐승인간의 관계가 역전된 것은 짐승이 인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대상에 대한 표상을 만들어내고 그 표상을 통해 자신을 초월할 수 있게 된 다음 부터다. 이제 인간은 태양에게 마냥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표상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은 스스로 이글이글 탈 뿐이지 어떤 것도 표상해내지 못한다. 태양이 산천초목을 태워 없앤다고 해도 그것은 표상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대자적인 표상을 통해 타자를 내 앞에 세우고, 그렇게 서 있는 자신을 다른 존재로 바꿀 능력이 태양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태양은 먹을 것은 아무 것이나 뒤져서 갉아대는 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표상을 통해 사고와 존재를 발달시키고 자신을 초월한다. 쉽게 말하면 내일의 나는 표상을 통해 오늘의 나와 다른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그게 금성일식이 우리에게 보여준 자연의 교훈이다.
정성윤의 일식기계가 만들어내는 일식은 표상된 일식이다. 그러므로 태양보다 우월하다. 일식기계는 기계의 본분에 충실하게, 어설프지만 착오 없이 움직인다. 멈출 줄도, 생각할 줄도 모르고 말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일식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훤히 드러내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일식 노릇을 하고 있는 정직하고 우직한 기계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저 기계는 일식 노릇을 하면서 다른 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상징, 은유, 수사 같은 것이 표상의 풍부함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정성윤의 기계는 그 반대다. 거기에는 어떤 상징도 은유도 수사도 없다. 그저 묵묵히 기계노릇만 하고 있을 뿐이다. 노래하는 사자 보다는 얼룩말을 잡아먹는 사자가 진정한 사자이듯이, 아무 것도 표현하지 않고 오로지 묵묵하게 돌아가는 말 없는 기계의 퍼포먼스가 아름답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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