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2008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전공 졸업
2005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미술학부(조소전공)졸업
1995 전분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중어중문학과 졸업
개인전 및 개인 프로젝트
2014 변심술, 관훈갤러리, 서울
2013 바늘에 lfㅇmf 길게 꿰면 멀리 시집간다, 팔레드 서울, 서울
2012 ‘사소학파’ 지하연구소, 복합문화공간 에무, 서울
규방가사 - 각명기, 청동창작스튜디오, 서울
2011 성북문화유산 제 3-27호, 림선옥 살던 집, 성북동 62-10번지
2009 신장개업, 정독도서관, 서울
그룹전
2014 잠수함 속의 토끼 - 민중미술 2014, 원도심 창작공간 또가또가, 부산
도시사이, 스마트파크, 인천
생명은 아름답다, GS 칼텍스 예울마루, 여수
Platform Artists,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3 NewMAF2013 서울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울
입속의 검은 잎, 한국 근대문학관, 인천
평화미술 프로젝트 - 525,600시간과의 인터뷰, 인천아트 플랫폼, 인천
오래된 미래도시 - 창원 아시아미술제, 성산아트홀, 창원
도시수집@서울, ArtSpace 53, 서울
2012 밥상의 기원, 복합문화공간 에무, 서울
동네미술, 경기도 미술관, 안산
언바운드 아카이브, 아르코 미술관, 서울
창동그라피, 창동창작스튜디오, 서울
노마딕 리포트,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11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 성북동 62-10번지, 서울
마을미술 프로젝트, 화산면 귀호리, 경상북도 영천
광화문에서 길을 잃다, 복합 문화공간 에무, 서울
Liquid Moon, Hawerkamp gallery, 뮌스터, 독일
Time and Space, 제너두 갤러리, 올란바타르, 몽골
발굴의 금지, 스페이스 풀, 서울
무빙이미지번역사무소, 사루비아다방, 서울
2010 세계미술의 진주-동아시아전, 예술의 전당, 서울
가리봉동 진달래반점, 공간 해밀톤, 서울
가리봉 동네한바퀴, 가리봉 둘러보기, 서울
레지던시
2013 인천 아트플랫폼, 인천문화재단
2012 창동창작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2011 몽골 노마딕 예술가 레시던시, ARKO
오래된 집 재생 레시던시, 캔파운데이션
09-10 금천예술공장, 서울문화재단
수상 및 경력
2014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
2013 서울문화재단 개인전 지원 선정작가
2012 아르코 미디어 선정작가
복합문화공간 에무 전시선정작가
2010 금천예술공장 커뮤니티아트 창작지원
변심술, 또 다른 변신이야기
태초에 작고 하찮은 티끌이 있었다. 티끌은 순식간에 팽창하여 폭발하여 거대한 우주로 변신했다. 아무 것도 없었던 우주에서 최초의 순간, 우주에 존재하게 될 거의 모든 물질들이 생성되었다. 물질들은 변화하면서 어떤 한 순간의 화학작용에 의해 생명의 씨앗으로 변신했다. 그 생명의 씨앗은 돌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돌로 변신하였고, 일명 살아있는 돌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다른 것들이 협동하며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식물과 동물들은 살아있는 돌에서 태어났고 그 생명의 씨앗은 작은 티끌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다르게 변신하지만,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게 되었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원이고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기에 그 변신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듯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수히 많은 변신들이 있은 후 지금 내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작고 하찮은 것들로부터 나와 내가 사는 세상, 우주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원숭이, 나무, 박테리아, 돌, 심지어 우주와 티끌은 모두 같은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바퀴벌레보다 더 까마득히 멀다고 느껴지는 예쁜 꼬마 선충마저도 나와 공유하는 유전자가 많다.
과학은 이 같은 변신을 ‘진화’라 말한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원숭이와 인간이 같은 혈통이라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다윈의 ‘생명의 나무’는 한술 더 떠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 하니,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이라 여겼던 당시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은 엄청났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들은 다른 생명체에서 변신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군신화’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등 동서양의 신화들을 보면, 오래전 인간들은 우리가 다른 생명체에서 변신되어 생겨났다는 것을 알고 기록해두었고, 인디언들 역시 다른 생명체들을 자신의 조상으로 여기며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갔다. 그들은 변신했으나 풀과 나무, 늑대와 곰이 모두 같은 혈통을 가진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잊기 시작했다. 우리가 변신되어 온 그 오랜 변신의 과정을 말이다. 인간은 더 이상 변신하지 않고, 세상의 생명체들과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자신이 얼마나 더 우월한지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제 변신하지 않는다. 우리는 변심했다. 더 이상 동물과 나무와 나는 같지 않고, 돌과 티끌의 기억을 잊어버린 지 너무나 오래다. 끝없이 이어지는 변신이 멈추자 변신은 변심으로 그렇게 형태를 바꾸었다.
이번 전시 <변심술>에서 작가는 우리의 변심을 다시 변심하자고 한다. 그래서 변심술로 그 변신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고 한다. 그는 거북이와 인간, 장미와 돼지, 쌀과 누룩 등 세상 만물이 나와 같은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잊어버린 변신의 기억과 마음을 떠올리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리금홍이 작가 데뷔 이후 자신이 변신하며 진화해온 작업의 큰 줄기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 리금홍을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초였다. 곧 허물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질 부암동의 어느 허름한 빈집에게 마지막 제의를 해주고 싶어 <부암동 43-2> 전시를 기획했다. 지난 몇 십년간 그곳에서 숨 쉬고 존재했던 모든 사물과 생명들의 기억들을 잠시라도 그들의 문자가 되어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증명해주고 싶어, 작가를 찾았다. 그때 만난 작가가 리금홍이었다. 내달리듯 달필로 쓴 한자를 판각하여 판화로 찍어냈다. 그 한자의 음운과 의미는 서로 배반을 하며 온갖 모순들을 희화시켰다. 첫 번째 개인전인 <신장개업>을 정독도서관의 빈 교실에서 전시 할 때도 현상과 내면의 어긋남에서 오는 묘한 쾌감을 즐겼다.
그의 관심사는 이후 문자와 의미의 틀어진 틈에서 찾던 이야기에서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문자는 언어가 되어 낯선 것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낯선 냄새를 쫒아 위구르를 쫒아가고, 짜장면 조리법을 찾아 옌타이에도 갔다. 그 작업들에서 그는 낯설고 다름이 어떻게 섞여가고 현지화하면서 변신하는지 그 생명력을 쫒았다. 몽골초원에서 만난 유목민들에게 이름을 물으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소망인 이름과 그가 바라는 소망과의 괴리 속에서, 몽골사회의 변화를 날 서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다름을 다양함으로 버무리고 그 속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결코 하찮은 것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2011년 구제역으로 살처분 된 동물들을 위무하는 작업들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관심사는 사람에서 다른 생명들의 이야기로 범위를 넓혔다. 공장식 축산과 거기서 평생을 살아야하는 동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식물들도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닐이 씌워져 그 크기와 모양에 맞춰 자라야하는 식물들. 항생제와 제초제로 뒤범벅이 된 채 자라는 동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고,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조차 없이 그것이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것이라 여겼던 것들을 깨닫는다. 그는 풍천장어의 유전자 속의 기억과 항생제 듬뿍 먹으며 양식장에서 자라나 시장에서 손질되어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팔리는 장어의 이야기를 <풍천비사>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 <변심술>은 그 연장선에 있으며 생명의 근원과 함께 공생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 속에서 이야기를 찾는 그는 자신의 생활에서 이야기를 찾고, 동시에 생명으로서 존중받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제의를 제안한다. “변심술”의 전시장은 어두웠다. 그 중앙에는 마치 납골당 같기도 하며 미술관의 장식장 같기도 한 나무 제단이 배치되었다. 나무 제단의 칸칸마다 도자기며 청동기에 새겨졌던 생명체들의 문양들이 전각되어 프린트되어 있다. 그 중앙으로 “변심술”의 소줏고리와 변심술이 담긴 작은 잔들이 놓여 있다. 그는 관객들에게 변심술 한 잔에 나의 변심을 담아 나무 제단 한 칸, 한 칸 채우라 한다. 술을 담근 술독들은 마치 제사장을 따르는 것처럼 줄지어져 있으며 맞은 편 영상에서는 “변심술”이 만들어지는, 쌀과 누룩이 어떻게 삶과 죽음을 버무리고, 화학작용을 거쳐 다른 물질로 변신하는지 보여준다. 그 변심술 한 잔으로 잊어버린 변신의 기억을 떠올려 거슬러 올라 가보라고 한다.
변심술 한 잔에 기억을 떠올려 본다. 오랜 육지생활로 물에서 숨 쉬는 법을 잊어버렸고 그 기관마저 퇴화했지만, 우리는 분명 거북이와 “한통속”에서 나왔음을 기억해보라고 한다. 장미의 붉은 꽃과 소고기의 붉은 살은 아주 오래전 언젠가는 같은 “꽃·살”에서 나뉘어져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한다. 거북과 한 통 속을 유영하던 물은 동물의 기름이 둥둥 뜬 붉은 핏물이 되었다. 그는 “변심술”의 제단 위에 한 잔, 한 잔 술을 올리며 변신의 기억을 떠올리라고 한다. 내 주변의 생명들을 둘러보라고 한다. 하찮고 사소해서 상품처럼 길러지고 유통되어도 마땅한 생명과 물질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이다. 그는 우리가 변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나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하는 바람을 “변심술”에 담아냈다. 그리고 그가 다음에 보여줄 보다 다양하게 진화될 “변심의 기술들”이 기대된다.
박수진(독립큐레이터, 예술학 박사)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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