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2002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졸업
2006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원 조각과 졸업
2008 이탈리아 라라 국립미술원 Biennio Specializzazione 과정 졸업
개인전
2012 Trans Korea, 꿀풀
2011 -장場The Field, 스페이스 오뉴월
단체전
2013 I Love Seoul,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 개관기념전
2012 PLAYTIME, 하기연습, 문화역서울284
2011 우여곡절 -군산의 사람과 움직임, 경호회팀 참가, 구)군산수협동부어판
공동환각전, 경기대학교 호연갤러리
2008 카라라 구게조각비엔날레, Lo Spazio degli Altri 그룹참가, 카라라, 이탈리아
너와 나 사이,
불완전한 선 긋기
글 | 안 소 연
이제 와서 굳이 누군가가 일깨워주지 않아도 현실을 관통하고 있는 무수한 선(line)들을 우리가 모르는 바도 아니다. 예컨대, 공간의 경계를 가시화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을 긋는 일이다. 운동경기장, 도로, 영토 위에 공간을 분할하는 선을 긋고 그토록 단순한 선 하나에 지켜야 할 복잡한 규범들을 적용시킨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선을 긋는 행위는 일상에 강력한 메시지와 엄격한 원칙들을 제시하곤 한다. 벨기에 출신의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ys)는 이스라엘과 인접국가 간의 휴전협정 이후, 지도 위에 녹색 잉크로 잠정적인 국가 경계선을 표시했던 정치적인 행동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였다. <그린라인: 때로는 시적인 행동이 정치적일 수 있고, 때로는 정치적인 행동이 시적일 수 있다>(2007)가 그것인데, 그는 갈등 중인 분쟁지역으로 들어가서 실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지도상의 국가 경계선을 따라 녹색 페인트 통을 들고 걸었다. 그가 지나간 길 위에는 의미심장한 녹색의 선이 분명하게 그어졌다. 최근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열린 남상수의 개인전 [The Line]도 현실에 그어진 선에 대한 화두를 제시했다. 알리스가 실제 영토 위에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분쟁을 상징하는 정치적인 선을 그었다면, 남상수는 전시장에 축소된 운동경기장을 그려 놓고 엄격한 규칙과 냉혹한 경쟁에 내몰린 현실의 삶을 시사했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2014)는 누군가 선을 긋기 시작한 어느 순간을 연출하고 있다. 인조잔디 위에 검은색 라이너로 반쯤 줄을 그어 놨는데, 무엇으로 그렸는지 반짝거리는 게 멀리서도 선명하다. 가까이 보니 선을 이루고 있는 재료는 뜻밖에도 압정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남상수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업을 되돌아 볼 때, 그가 선택한 매체들과 또 그것을 다루는 몇 가지 태도는 매번 시의성 있고 명료한 메시지로 일관해 왔다. 때문에 이번에도 그가 선택한 압정과 검은색 도료를 칠한 경기장 라이너, 게다가 조야한 인조잔디마저 예사롭지만은 않다. 경기장에 그어진 출발선은 공정한 경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이지만, 그 선에 나란히 서서 누구나 앞만 보고 결승선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는 답답한 현실은 스스로 갖다 놓은 덫처럼 우리를 엄습한다. 남상수는 지금 그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경쟁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운동경기장에 빗댔다. 선에 의해 작동되는 경기 규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매우 공정해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작동되는 경기장 안팎의 논리는 이미 불평등한 권력과 불완전한 규범에 치우쳐있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와 ‘세계화’라고 하는 동시대 정치·경제 이데올로기의 실체가 그것과 상반된 모순을 스스로 내포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 사회의 논리와도 매우 닮았다.
남상수는 선을 긋는 행위가 자기방어를 위한 본능이면서, 동시에 타인에 대한 정치적 태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편평하고 둥근 면 뒤로 뾰족한 바늘을 가지고 있는 압정의 모양이 그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즉각 떠올리게 한다. 마치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이상적인 잣대인 것처럼 신뢰했던 사회의 민주적인 규범 안에도, 여전히 가시 같은 갈등과 반목의 요소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는 작업에 앞서, 한동안 선을 긋는 행위가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생각했다. 사실 어떠한 확실한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하학적인 임의의 선 하나가 그어지면, 마치 어떠한 보이지 않는 규범에 이끌리듯 스스로 기준이 되면서 각각의 범주를 뚜렷하게 나누어 놓는다. 운동 경기가 표방하고 있는 신사적인 룰-관용적으로 스포츠 정신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공공연히 자신의 공정함을 뽐낸다. 그러나 남상수에게 있어서, 정작 어딘가에 선을 긋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통증을 유발한다. 예컨대 누군가를 보호하는 선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동될 때 도저히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 될 수도 있게 마련이다. 선이 그어지면 그때부터 나와 너, 여기와 거기, 안과 밖 등 그어진 선을 중심으로 양립하는 서로 다른 입장이 생겨난다. 따라서 제 아무리 공정하고 민주적인 분화를 의도한다 해도, 애초 모두를 위한 공정함이란 유토피아적인 허상에 불과하다. 남상수는 그러한 이중적인 원리가 작동되고 있는 최소한의 “장(場)”에 주목하고 있다.
축구, 농구, 달리기 등 각각의 운동경기장을 규격에 맞춰 그려 넣은 (2014) 연작은 우리가 처해있는 “(불)공정한” 현실과 각 개인이 취하고 있는 사회적인 태도를 다시 인식하게 한다. 관객은 작가가 그려놓은 운동경기장 프레임 바깥에 서서 그 상황에 직면한다. 인조잔디나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과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운동경기장을 그려놓고, 그것을 다시 클래식한 액자에 넣어 전시장 벽에 건 각각의 연작은 언뜻 완벽해 보인다. 단지 시각적으로만이 아니라,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경기의 규칙과 그에 따른 공정한 판정은 잘 짜인 각본처럼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일으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남상수는 곧바로 그 규범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모순을 극대화시킨다. 그는 앞선 개인전 [-장(場)](2011)에서, 경기장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왜곡시켜 정해진 운동규칙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조차 없는 일련의 비정상적인 “장”을 연출했다. 반면 이번 전시 [The Line]에서는 완벽한 선들이 이루고 있는 경기장의 형태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반복하면서, 그 구조가 지닌 명백한 모순을 관객이 스스로 알아차리게끔 유도한다.
이를테면 인조잔디 위에 축구장을 본떠서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 그린 은, 작가가 관념적인 하나의 선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통찰해나가는 구체적인 사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치밀하게 잰 듯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경기장을 하나 완성했다. 몇 개의 선만 갖고서도 그것이 구성하는 간단한 프레임 안에서 축구경기의 복잡한 규칙을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남상수는 완벽한 경기장 프레임을 만들어 놓는가 싶더니 의도적으로 그 방법을 살짝 피한다. 그는 에서, 액자 안에 총 일곱 개의 경기장 프레임을 나란히 겹쳐놓았다. 강박적으로 선을 그려나가는 작가의 반복 행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단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개인의 의지 또한 보여준다. 이처럼 남상수의 연작에서는, 뜻밖에도 선과 선이 무질서하게 교차하면서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고 개입한다. 사실 더 이상의 경기는 이제 불가능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액자 틀 안에 잘 배열된 선들처럼 보였는데,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규칙들에 일일이 다가가려 하자 소란스럽게 충돌하고 있는 수직·수평의 선들만 보인다.
축구경기장의 코너킥 깃발을 작가가 임의로 디자인한 (2014)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인이 인지하고 있는 보편적인 규칙임에도 불구하고, 코너킥 깃발에 대한 하나의 완전한 표준적 디자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남상수는 “상이한 표준들”을 폭로했다. 깃발의 모양, 크기, 색상 등 어느 것 하나 절대적인 표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나의 규범으로 작동시키는 현실의 메커니즘은 과연 무엇인가. 이번 전시에서 남상수는 경기장 형태를 이용해 수많은 선들을 그렸지만, 그것은 일제히 공정성을 잃고 불완전하게 왜곡된 선들로 묘사됐다. 강박적으로 선을 긋는 그의 행동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봉인하고 있는 외상(trauma)에 대해 그가 직접 개입하고 반응해온 비판적 현실 참여다. 남상수가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해 온 불완전한 선들처럼, 완전한 균형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텅 빈 몸들의 섬뜩한 카니발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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