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조소전공 학사
동국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개인전
2013 주옥같은 일, 오래된 집, 서울
2013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 스페이스K, 오래된 집, 서울
2012 It's difficult for me to use, 인사미술공간, 서울
2011 e-편한 세상, 꿀풀, 홍은예술창작센터, 서울
2010 Dolce Vita, 청계창작스튜디오 갤러리, 서울
그룹전
2013 근대성의 새발견, 문화역 서울 284, 서울
2013 상관: 관계를 둘러싼 이야기들, 홍익대학교미술관, 서울
2013 Slow Art, 논밭 갤러리, 서울
2013 ( )를 위한 무대, 인사미술공간, 서울
2013 경기창작센터 오픈스튜디오,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2 123 프로젝트,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2 한국의 크리스마스, 롯데 백화점, 서울
2012 소비의 진화,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1 프로젝트 1, 259 , 교차로에서 길을 묻다, 신계동 1, 259번지, 서울
2011 생활의 목적,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11 I believe I can fly, 스피돔 갤러리, 서울
2010 Art share,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10 Emerging Asia Artist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김대중 컨벤션센터, 광주
2010 Greenlovebrown, green & brown, 서울
2010 Metal sprit, 그림손 갤러리, 서울
2010 Jam, 장흥아트파크, 서울
2010 사랑의 시작, 류화랑, 서울
2010 전면전,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2010 인트로, 청계창작스튜디오 갤러리, 서울
2009 Emergency roo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2009 Feel at home please, 갤러리 쌈지, 서울
2009 Leg godt, 경기대학교 박물관, 서울
2008 퍼니퍼니 전, 갤러리 세줄, 서울
2008 A strange object, 갤러리 예맥, 서울
2008 Perception, unc 갤러리, 서울
삶과 노동
최지아 (예술학)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 혹은 노동이라는 이름의 행위를 하고 있다. 그것이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이든 그 대가를 지불 받지 못할 정도의 사소한 것이든 이는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일 것이다. ‘삶과 노동’ 이라는 화두(話頭)를 가지고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경험하고 주변 인물들의 노동을 관찰하며 흥미로운 작업들을 선보이는 유화수는 이번 스페이스 K의 개인전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에서 그 동안 천착(穿鑿)해 왔던 노동의 문제를 좀 더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모 방송국 TV 드라마 세트장에서 잠시 일하게 되었고 이때 “oo 장이” 라고 불리는 도배 업자, 장판 업자, 목수들과 함께 작업하며 새로운 차원의 노동을 목격하는데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전문가들의 뛰어난 손놀림 그리고 드라마 세트제작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는 노동에 대한 이들의 태도였다.
유화수가 경험한 세트장 내부는 드라마의 배경에 어울리는 값비싼 가구들과 카메라에만 그럴듯해 보이는 가짜들이 공존했는데 전문가들의 숙련된 기술로 싸구려 MDF는 고급 대리석으로, 조악한 몰딩은 화려한 장식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세트 외부, 즉 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은 석고보드의 거친 뒷면이나 장식용 몰딩이 세트 밖으로 삐죽하게 나온 채 방치되어 있는 등 앙상한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언제든지 쉽게 허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상태로 제작되어 있었다. 수공으로 만들어진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는 견고하고 오래 지속되며 유용하거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이 수공으로 만들어진 사물이 드믄 시대에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제작된 것은 단순히 기능적인 차원을 너머 만든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거나 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드라마 세트장에서 만들어지는 수공의 결과물은 드라마의 실내 배경이라는 목적에 맞는 유용한 사물이기는 하나 ‘만들기’ 라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깨뜨려 버린다. 작가가 수없이 경험했던 인테리어 공사보다 속도감 있게 그리고 쉽게 철거할 수 있게 진행되는 드라마 세트장의 제작 방식과 이를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의 태도는 작가에게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들의 노동을 작업으로 연결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유화수는 드라마 세트장의 형식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노동의 실체를 수면위로 등장시킨다. 작가는 감독의 역할을 맡아 실제 드라마 세트장처럼 목수, 도배업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작업에 투입시키고 이들은 감독이 요구한 세트의 사이즈와 공간의 분위기를 파악해 이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내 놓았다. 따라서 전시장에 설치된 두 점의 작품은 드라마의 세트와 동일하다. 그리고 작품은 ‘드라마 세트’ 라는 지위에 걸맞게 전시 이후에는 완벽하게 해체되며 이 중 하나는 전시 중간에 철수되어 설치와 철거 과정을 촬영한 영상으로 대체된다.
유화수의 작업의 근저(根底)에는 ‘유용성(有用性)’ 이라는 노동의 가치가 있었다. 여기에는 작업은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젊은 작가’ 가 마주한 현실 그리고 다양한 노동의 세계로 진입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의 여정이 녹아 있다. 작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일이 작업의 화두로 연결되기까지,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접점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노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노동이든지 실질적인 결과가 필요했던 것이다. 유화수는 2010년 첫 개인전 <달콤한 인생 Dolce Vita>에서 공사장에 버려진 폐자재를 이용해 의자, 화장대 등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물을 제작했고, 2012년 인사미술공간에서의 개인전 에서는 노동과 도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하며 노동의 용도에 맞게 개조한 오토바이, 몸이 불편한 장인이 작업에 용이하게 변형한 도구를 보여주며 효율적 노동의 관점을 지속해 나갔다. 또한 작가로서의 자신을 포함해 다른 예술가들 혹은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주변 인물들의 노동을 보여주며 위로하기도 했는데 유독 그의 작품에 「지난 여름 작업이 안 풀리는 한 소설가를 위한 선풍기」, 「e-편한세상 일용직 여성근로자를 위한 화장대」, 「3년간 TEPS를 공부중인 s씨를 위한 독서실」 등 ‘ㅇㅇ를 위한 ㅇㅇ’ 과 같은 제목을 반복해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이 작품들이 특정 인물들에게 충분한 위안을 주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유화수는 어떤 의미에서건 작가로서 유용성을 담지한 노동의 행위를 지속하기 원했고, 이것이 자신의 노동의 이유임을 은연중에 외치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작업에는 유용한 노동에 관심을 갖는 작가의 존재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 에서의 노동은 오직 유용성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최우선의 가치이며 노동자들은 그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일한다. 이들의 뛰어난 기술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기 보다 마치 대량생산된 물건처럼 보이기 때문에 노동의 결과물에서 노동자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목적에만 맞는다면 견고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오직 사용자의 필요와 요구만을 드러낼 뿐이다. 드라마 세트와 함께 전시된 내추럴(Natural), 모던(Modern), 유로피안(European) 이라는 부제를 한 소품 세 점은 이와 같은 노동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인테리어 소품인 철망과 자갈, 노출 콘크리트 등을 사용했는데 겉에서 보이는 견고함이나 세련미와는 달리 철망과 자갈 내부에는 쉽게 부서지는 폼보드로, 견고해 보이는 벽돌은 실제로는 얇은 시트지에 불과하다. 인테리어나 세트장 작업에서 엘레강스하게 또는 럭셔리하게 해달라는 사용자의 주문은 실제로 그 가치를 지불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적당한 가격에서 그렇게 보이게끔 해달라는 요구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이루어내기 위해 견고함과 허술함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문가들의 모습은 노동에 대한, 특히 만드는 일에 대한 작가의 관념을 깨뜨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예술가의 일은 특별하다. 무엇인가를 만들지만 그것은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를 지닌 것인데, 그것도 타인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면 무용한 사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인정을 해주는 주체가 교환가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교환하려는 자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예술 작품’ 이 갖는 매우 독특한 위상 덕분에 예술가의 입장에서 노동의 의미는 대단히 복잡하다. 사용자의 욕구를 반영할 필요는 없되, 의미를 담지하거나 질문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며 육체이건 관념이건 작가의 일부가 보여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민과 갈등의 시간이 필요하며 치열하게 자신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드라마 세트장 업자들의 노동은 작가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자신은 사라지고 일을 의뢰한 사람의 필요만 남아있는, 그래서 사용가치가 매우 높지만 노동의 주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작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동, 그러나 어떠한 노동자도 자신의 욕구를 결과물을 통해 주장하지 않으며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노동, 여기서 유화수는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우리가 한가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유화수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그의 첫 전시인 『형광 램프 조각(light sculpture)』 시리즈부터 이번 전시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재현(再現) 이라는 오래된 전통이다. 형광등을 이용해 의자, 벤치 프레스 같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고, 버려진 건축 폐자재를 이용해 사용 가능한 가구를 만들고, 노동자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변형한 도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등 타인이 변형한 것조차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비틀지 않고 보여주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나타낸다. 나아가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과정까지 그대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형태의 재현- 변형된 사물의 재현- 과정의 재현’ 의 단계를 거치면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노동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반영한다. 도배 업자가 싸구려 MDF를 값비싼 대리석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노동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숙련된 노동자이고 노동의 목적에 충실한지 확인하며 작가의 경험에 동참할 수 있다. 또한 감히 넘볼 수 없는 손기술을 가진 작업의 고수(高手)들에게 그들이 실제로 인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노동의 가치와 수고 그리고 존경의 마음을 유화수는 겸손하게 전하고 있다. 유화수에게는 작가로서의 삶을 위한 노동과 작가로서의 노동이 존재하고 노동이 작품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 둘은 서로 관계를 맺었지만 친밀해 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는 업자들의 작업을 고스란히 작품으로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세트 제작과 그 반대 지점에 있는 예술작업 사이의 간극을 스스로 제거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세트장의 노동과 닮아있지만 사실은 ‘노동’ 이라는 주제를 어떠한 형식적 틀에 제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다루고 있음을 작가 스스로 증명하며 자신을 이전의 작품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삶에서 노동을 발견하고 이를 작업으로 연결시키는 유화수에게 이제 삶과 노동은 더욱 견고하게 연결되었고 노동에 대한 그의 시선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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