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예술사 졸업(미술이론, 조형예술)
뉴욕 쿠퍼 유니언 니카 교환 프로그램
베를린 예술대학 마이스터슐러 학위 취득(미디어 아트)
개인전
2013 비스듬한 원뿔 행동,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2 홀리데이 러브,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10 몽유도원가: 프리뷰, 예수 클럽, 베를린, 독일
2009 소년 애인, 베를린 예술대학, 베를린, 독일
2007 우물, 클라인티어클리닉 갤러리,베를린, 독일
2004 손잡기, 126 갤러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단체전
2013 섬을 위한 100 가지 제안들≫, 아트 베이스 모모시마, 히로시마현 오노미치
2013 근성과 협동, 홍은주 김형재 스튜디오, 서울
2013 More or Less, WCW 갤러리, 함부르크
2012 끝나지 않은 여정≫, 카이스 갤러리, 서울
2012 플레이타임, 문화역서울284, 서울
2012 End Vehicles: 후기작을 위한 스케치, 페로 스트라우스 갤러리, 뉴욕, 미국
2012 글과 그림, 원 앤 제이 갤러리, 서울
2012 리얼 DMZ, 월정리역, 철원
2012 당신의 머리 위에, 그들의 발 아래,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서울
2011 Temporary Re-Visionists,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1 BYOB; Bring Your Own Beamer, 미술사학과, 국립 본 대학, 본
2011 프리 라이더, 엑스페리멘타, 홍콩
2011 홍콩 아트 워크, 엑스페리멘타, 홍콩
2011 마이스터슐러, LEAP, 베를린, 독일
2011 메트로스펙티브 1.0, 퓨쳐 갤러리와 프로그람 협회, 베를린, 독일
2010 끝이 곧 시작이며, MMX, 베를린, 독일
2009 제7회 릴리상 수상전, 베를린 예술대학, 베를린, 독일
2009 비디오 캠프, 프라하
2008 HBC 프로젝트 IV, HBC, 베를린, 독일
2008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 베를리너 리스테 아트페어, 쿰버란트 하우스, 베를린, 독일
존재론적 알레고리 - 김실비의 <비스듬한 원뿔 행동>
구나연 (미술평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각 부분의 상호작용-반작용과 더불어 위대함의 등급 안에서의 어떤 선택, 즉 우리의 행위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선택에 의해서 존재하는 세계이다. 다른 선택에 대응하는 다른 세계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에 우리의 세계와 공존하지 못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김실비의 작업은 상당히 구축적이기 때문에, 작품을 이루는 요소의 관계를 파악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 흡사 도상 해석에 가까운 각각의 알레고리는 작품을 구성하는 형식의 축을 중심으로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의 두 번째 개인전 <비스듬한 원뿔 행동(Slanted Conical Behavior)>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금지곡들: 여자란 다 그래>와 <원뿔 행동>이 그것이다. 전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부파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를, 후자는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에 등장하는 원뿔 도식을 차용하고, 그 맥락을 오려 내거나 비틀어 동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재현하고 제언한다.
먼저 <금지곡들: 여자란 다 그래>(이하 ‘금지곡들’) 연작을 구성하는 것은 크게 오페라 <코지 판 투테>와 자막, 영상 속의 극(劇), 그리고 무음(無音)이다. 작가는 오페라의 주요 인물 여섯 명을 전혀 다른 상황과 배경 속에 등장시키고, 각각의 서사를 갖도록 한다. 여기서 원작 오페라의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사꾼에 가까운 돈 알폰소와 데스피나는 선의와 사랑의 관계를 교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며 통념을 증명하는 냉소적 인물이다. 반면 약혼한 사이인 굴리엘모와 피오르딜리지, 그리고 페란도와 도라벨라는 속고 속이며 상대를 바꾸어 사랑하게 되는 한바탕 소동의 중심 인물들이다. 이 호사스런 희극 오페라는 비상식적 구조를 통해 18세기의 세속적 사랑 놀이와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으며, 김실비가 차용하는 지점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금지곡들>의 등장 인물들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역설로 변이한다. 또 이 과정에서 로코코 시대의 우아한 축제는 파기되고, 오늘의 사회 문제에 대한 은유로 가득한 랩과 비트에 따라 변화하는 뮤직 비디오로 재현된다. <난 저 밤색 머리 남자가 좋아>는 두 자매의 숨겨 진 욕망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후 도래할 미래로, <남자를, 군인을>에서는 데스피나의 수브레토가 정보 기술 발달의 문제와 그 이면의 지배 논리로 변화되고, <무정한 사람아! 왜 도망치나요?>의 상대가 뒤바뀐 감정의 갈등은 어느 정치 활동가 커플의 모습으로 진화한다.
더욱이 이것은 금지곡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금지곡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금지곡들은 은폐된 것에 대한 저항과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 김실비는 오늘의 삶에 만연된 기술과 개발의 위험성, 거기에 잠재된 미래의 일상과 투쟁을 가사를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이것을 스스로 ‘금지곡’이라 명명함으로써, 권력 논리가 작용하는 금기의 역설을 드러낸다. 예컨대 데스피나의 아리아 <남자를! 군인을!>에서는 경찰이 통제하는 베를린의 한 시위 현장을 무대로, “내 꿈은 너에게 인식 불가 / Invisible my dreams to your control 감시하려는 네 수가 다 보여 / Surveilling, you wanna see through me” 와 같은 가사를 통해 정보 사회 속 개인의 일상이 노출되고 감찰되는 현실을 환기한다. 또한 <무정한 사람아! 왜 도망치나요?>는 “내 안을 통치하는 거인의 조각들 / Shattered giants in me that govern my world 그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아 / Whose shadows wouldn’t scatter”에서 볼 수 있듯, 군사적 이해 관계로 인해 파괴되는 제주 강정 일대의 정치 활동가 연인의 의지와 불안이 담긴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는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화면 속 자막을 통해 그 노래를 읽게 하고 있을 뿐이다. 또 노래방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본 듯한 영문과 국문의 자막은 동시에 부를 수도 없다. 하지만 그의 전작 <에밀리 D : 미분화된 협업>(2012)에서 오지 않을 가수의 무대를 관객에 의해 채우게 되었듯이, 이 ‘소리 없음’과 ‘가사’는 관객을 작품 속의 인물로 유인한다. 즉 침묵 속에서 부를 그 각자의 노래가 영상 속 인물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영상들은 흔히 노래방에서 보았던 모호한 연출로, 무음-가사-영상 간의 미세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것은 각각 조금씩 어긋난 방향을 바라 보면서, 이전 시대의 유희, 현실의 우리, 그리고 미래의 예감 사이의 개입과 혼란의 관계를 제시한다. 과거에서 변이한 지금의 문제가 <금지곡들>이 되어 침묵 속에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단절이자 접촉이며, 이러한 이중적 상태가 김실비의 작업이 시공간과 관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현실 사이의 순환 고리는 그의 <원뿔 행동>로 연결된다.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에 등장하는 원뿔 도식은, 현재란 과거와 공존하면서 우리 내부의 잠재적 기억이 외부의 지각과 혼합되어 만들어 내는 상태임을 보여 준다. 김실비의 작업은 이 모형을 ‘하나의 이미지’로 상정한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이미지는 하나의 물질이며, 이것이 지각에 호소하고 기억 속에 재현된다. <원뿔 행동>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다시 영상에 투사함으로써 기억과 지각, 그리고 의식이 혼합된 삶이라는 총체가 세계를 인식하는 작은 틀로 안내한다. 원뿔은 인식의 모델이자, 그 자체가 ‘행동’을 통해 움직이는 물질(혹은 이미지)인 것이다. 원뿔은 또 다른 원뿔에서 나오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왜곡되고 가려지며, 거기에 하나의 원뿔은 다른 그것의 꼭지점과 관계하며 그림자를 만든다. 원뿔 사이의 이 복잡한 간섭은 순수한 잠재성이 현재와 마주하며 변환되는 각기 다른 현실 인식을 증명한다. 다시 말 해, 고정된 ‘물질’이란 없으며, 이것은 비스듬히 개개의 기억과 결합하여 완전히 다른 의미의 다양성으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물질과 기억”의 한 문단이 프랑스어-한국어-영어로 교차되어 들리는 소리는 원저인 프랑스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되면서 조금씩 상실되는 차이와 혼돈에 주목하게 되는 장치이다. 마치 물질과의 대면에서 우리의 지각이 선택을 거치고, 기억과 결합해 재현되는 것처럼, 언어 역시 단어들 속에 내포된 의미의 근본적인 관계가 번역되고 변화되는 텍스트의 특성과 마주칠 때, 연속적인 인식의 장은 혼합과 교차를 반복하는 것이다. 또한 원뿔 영상과 병치된 프로젝터 설치는 스틸컷 슬라이드 필름을 통과한 빛이 벽 위로 흐릿하게 영사되어 고정된 이미지가 특정한 선택과 누적된 기억 사이에서 분화되고 흩어지는 상태를 드러낸다.
순수한 지각은 오직 자기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같은 것을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인 이유는 각자의 잠재된 순수한 기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세계와 마주하기 때문이다. 김실비의 작업에서 현재는 부분적이고 잠정적인 상태이고, 이러한 현재의 단면은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며 무한한 가변적 상태에 놓인다. 무엇보다 그에게 영상 언어는 이것을 구현하는 장치이다. 영상은 시간을 지닌 평면 위의 가상이며 지속 안의 단편이다. 따라서 그의 영상은 시공 속에서 무수한 상호 작용을 통해 변화되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론적 의문을 다루는 가능성의 하나이다. “나의 현재는 현재는 과거에 담근 한 발과 미래에 담그고 있는 한 발을 가지고 있다” 는 베르그송의 말처럼, <비스듬한 원뿔 행동>은 이 순간의 역사와 창조인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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