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졸업
2011 Geneva University of Arts & Design (교환학생)
2009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2 9와 ¾ 플랫폼, 이태원 거리, 175갤러리, 서울
2011 서울개미와 잃어버린 여행가방 전,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 지원전, 그림손 갤러리, 서울
2010 Close your eyes 전, 갤러리 도올, 서울
단체전
2013 About the books, 상상마당, 서울
2012 37.9n 22.9n, 쿤산 아트 갤러리, 대만
2012 사유지 전,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2011 청년미술프로젝트, 대구EXCO, 대구
2011 국제 실험영화 페스티벌, 상암동 한국영상 자료원, 서울
2010 국제 비디오 페스티벌, 대안공간 반디, 부산
2010 미디어 아카이빙, 아르코미술관, 서울
2010 수상한 전, 강남을지병원, 서울
2009 플랫폼 인 기무사, 옛 기무사건물, 서울
2009 Travel grant전, 일현미술관, 양양
2009 Art therapy전, 국립의료원 미술관, 서울
수상 & 선정
2012 현대카드/캐피탈 아트 프로젝트 선정_ 현대카드/캐피탈
2012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지원프로그램 선정_서울문화재단
2011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작가선정_ 서울시립미술관
2011 수림문화재단 영상부문 스토리텔링상 수상_ 수림문화재단
2010 대안공간 반디 비디오 페스티벌 수상_ 대안공간 반디
2010 아르코 미디어 배급선정_ 아르코 아카이브
2009 일현 트래블 그랜트 대상 수상_ 일현미술관
2009 동대문구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선정_ 서울시 도시갤러리
레지던시
2012-2013 금호미술관 입주작가
출판
동방해경표, 128p, 미디어버스 출판사, 서울시립미술관 후원
손금지도, 145p, 독립출판, 서울문화재단 후원
이미지와 언어의 만남이 있는 풍경
홍옥진
“일찍이 김려가 어느 여름날 그의 서재 아래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 와서 여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때 아닌 폭풍이 갑자기 밀려와 물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동방해경표>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혜정은 김려가 폭풍우에 휩쓸려 바다 속에 들어가 보게 된 생물체들에 대한 신기한 체험을 ‘이야기’ 한다.
미술에서 ‘이야기’ 혹은 ‘내러티브’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문자언어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하거나 혹은 그림으로 표현했다. 라스코 동굴 벽화의 들소와 주술사, 울산 반구대의 고래와 춤추는 남자, 어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벽화 <십우도>가 보여주듯이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우리의 삶과 함께 해 왔다. 사실적이건 허구적이건 ‘이야기’가 문자 언어로 표현될 때 그것은 문학이 되고, 시각 이미지로 표현될 때 그것은 미술이 된다. 세계나 사건을 재현하는 미술의 전통은 20세기 들어 모더니즘의 등장으로 내용보다 형식이 강조됨으로써 약화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매체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텍스트 역할을 한다. 비록 언어는 청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음성기호이고 이미지는 시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시각기호이지만 문학과 미술은 원래 자매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가 “회화는 말없는 시이며 시는 말하는 회화다”라고 말했듯이.
정혜정은 문학이라는 시간예술과 미술이라는 공간예술을 엮어나가는 ‘이야기꾼’이다. 달리 말해 언어라는 씨줄과 이미지라는 날줄로 그물을 엮어 그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이다. 언어로 된 이야기는 시간 속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고, 이미지로 된 이야기는 공간 속에 형상화된 장면이다. 문학은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나열함으로써 인과적인 이야기를 완성하고, 반면에 탈시간적인 미술은 비록 문학의 고유 권한인 ‘이야기’의 지위를 열망하지 않는다 해도 이미 그 안에 서사성을 담고 있다. 그와 같은 언어와 이미지의 기본 틀에 정혜정은 사실과 허구,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 신화와 과학, 자연과 인공과 같이 이질적이거나 상반된 요소들을 한데 엮어 그것들이 만나면서 충돌하기도 하고 어우러지기도 하는 교차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신화 형식을 빌린 과거는 현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비디오 영상 속의 이야기는 완결되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시간은 직선으로 흐를 뿐만 아니라 순환적인 원형의 구조도 갖게 된다. 자연적인 것과 가공된 것들은 하나의 공간에 나란히 병치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각각의 이미지들은 퍼즐처럼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 있기보다 느슨하게 구축되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
본시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움에 갈증을 느끼는 존재로, 예술은 그 목마름을 감질나게 축여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예술가는 부단히 새로움을 창조해야 하는 형벌에 스스로 몸을 맡긴 존재라고 할 때 정혜정은 오히려 그 고통을 놀이인 듯 즐기며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구사한다. 수많은 낯선 생물들과 생경한 풍경들을 그려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감의 근원은 아마도 평소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작가의 취미가 아닐까 싶다. 예술 작품은 그것을 창조한 예술가의 경험의 소산으로, 무에서 유의 창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러한 상상력의 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혜정은 무의식의 바다에서 불쑥불쑥 솟아오른 기억의 편린들을 붙잡아 그것에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입혀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이처럼 정혜정이 직조한 가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섬>과 <동방해경표>에서 펼쳐진다. 소책자 <동방해경표>에는 ‘눈알해파리’, ‘해마인’ 등 84 종류의 상상의 생물체에 대한 그림과 함께 각각의 이미지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 있다. 일례를 들면; “눈깔 주머니는 회색의 자루를 집으로 삼아 위험에 처하거나 적들이 오면 숨어 있다가 안심이 되면 스물스물 자신의 집에서 나와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러가며 주변을 탐색하는 아주 호기심 많은 해초류이다.” 미술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동화작가나 SF 작가가 되었으리라 짐작되는 정혜정의 문학적 감성은 드로잉, 유화, 출판물, 애니메이션, 비디오 아트를 통해 서사적인 드라마로 연출된다.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어 전시장의 커다란 벽면에서 상영되는 바닷속 여행은 허구세계도 우리의 현실세계와 비슷한 하나의 세계이고 우리가 현실세계에 거주하듯 허구적 생명체도 허구세계에 거주한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동경해경표>와 같은 맥락에 있는 <섬>은 얼핏 조너선 스위프트의 하늘을 나는 섬나라 라퓨타 혹은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추동력은 작가의 몸이 현실과 가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 들어간 작가는 하늘에 떠 있는 섬들을 사다리를 타고 건너다니기도 하고 바닷속을 바다 생물들과 함께 자유롭게 유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현실적 인물이 작품 속에 개입함에 따라 가상과 현실이 일으키는 파문들은 서로의 경계를 잠식하여 이미지는 문학적으로 읽히고 언어는 회화적으로 보일 수 있게 된다.
앞의 두 작품이 가상의 공간이라면 <서울개미와 잃어버린 가방>은 현실적인 공간이다. 이 작품은 현재 진행형인 ‘WWW', 즉 'World Wide Wander' 프로젝트 연작 중 하나로, 어떤 낯선 공간에 가서 그곳에 있는 여러 사물들을 수집한 후 예술적 오브제로 변모시켜 새로운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는 것이다. 이미 인도와 모로코에서 작업을 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 서울 편에서 개미로 분장하여 도시를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길 위에서 일상적으로 지나치게 되는 사소한 것들, 즉 신문지, 병뚜껑, 나무젓가락, 명함, 광고지, 비둘기깃털, 돌멩이들은 수집되고, 작업실에서 작가의 손을 빌려 가공된 후 서울의 어느 골목길에 재설치 된다. 전시장 한쪽에는 이러한 과정이 기록된 비디오가 상영되고, 다른 한쪽에는 가공된 그 재료들이 다시 설치된다. 작가의 손을 거친 오브제는 골목길에 설치되었을 때 여전히 일상적인 사물로 존재하지만 전시장의 화려한 조명 속에 설치되었을 때는 예술작품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사실상 일상의 사물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예술적 대상으로 변모되는 것은 뒤샹의 <샘>이래로 새로울 바 없는 형식이지만 정혜정은 맥락에 따라 대상이 갖게 되는 의미의 차이를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며, 드로잉,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에서 그것이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는가를 재확인시킨다.
점점 더 개념화되어가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은 관객에게 긴장과 인내심 있는 독해를 요구한다. 그것은 미술에서 전통적 관습과 가치가 붕괴된 후 우리의 감각기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기대되고, 그에 부응하는 작품이 생산되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 대한 사유나 세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담은 작품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거나 추상적인 의미로 다가올 때 경쾌한 어휘로 표현되는 정혜정의 작품은 신진 작가답게 레몬의 청량감을 준다. 다만 의욕이 한발 앞설 경우 절제되지 않은 의미들이 하나의 작품에 중첩되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칫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싶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현실과 상상의 중간지대가 한 뼘 더 깊어지고 시간의 나이테가 더해진다면 작품은 좀 더 내적으로 긴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단단함을 갖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작품 프로젝트와 <수로부인>을 기대해 본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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