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풀은 새 풀을 밀어올리고>(2005)는
김인순의 2005년 개인전 《느린 걸음으로》에서 소개된 작품으로, 이 전시는 흙과 모성의 생명력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김인순의 이전 작업이 민중으로서 이웃과 여성의 삶을 그리는 데 주력한 것이었다면, 당시 작업에서 작가는 자연의 섭리를 관찰하며 깨달은 생명의 의미를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연결해 풀어냈다. 그는 ‘땅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의 삶이 여성의 삶과 많이 닮았다’라고 말하며 흙에 뿌리 내려 자라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낙엽 지는 자연의 생명력을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 역시 작가가 여성의 시각으로 관찰한 자연의 순리란 굵은 뿌리가 아니라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서로 엉키며 뻗어 나간 실뿌리의 생명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김인순은 1941년 서울에서 출생해 1962년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과를 졸업했다. 1982년 작업을 재개해 1984년 첫 개인전을 열며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1985년 시월모임을 결성했다. 이후 여성미술연구회 대표, 그림패 둥지 대표, 노동미술위원회 위원장,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 민족미술인협회 공동회장을 역임하면서 민중미술 계열의 미술단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문화위원,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이사,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를 역임하며 여성단체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1984년 첫 개인전 《김인순전》(관훈미술관, 서울)을 시작으로 1995년 《여성·인간·예술정신》(복합문화공간 21세기, 서울), 2005년 《느린 걸음으로》(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7년 《김인순 초대전》(지앤갤러리, 울산) 등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1986년 《40대 22인전》(그림마당 민, 서울), 제2회 시월모임 《반에서 하나로》(그림마당 민, 서울), 1987-1994년 《여성과 현실》 연례전(그림마당 민, 서울), 1989년 《89통일염원미술전》(그림마당 민, 서울), 1991년 《한국의 여성미술: 그 변속의 양상전》(한원갤러리, 서울), 1992년 《이동미술관: 우리들의 만남》(그림마당 민, 서울, 현대자동차 사업장, 울산 등 순회), 1993년 《코리아 통일미술전 コリア統一美術展》(도쿄 센트럴미술관, 오사카 현대미술센터, 일본), 1994년 《민중미술 15년: 1980-199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7년 《97광주통일미술제》(국립5·18민주묘지, 광주), 1999년 제1회 《99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예술의전당, 서울),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 2008년 《언니가 돌아왔다》(경기도미술관, 안산), 2019년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등 12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3년 예술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1997년부터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