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1978-1982) 시리즈는 김영수의 개인전 《현존》(1981)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오십여 점의 사진들에 담긴 것들은 보기 좋거나 편안한 장면이 아니다. 대부분 낡고, 버려지고, 죽어가는, 즉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어둡고 우울한 사물이나 풍경이다. 사람을 주제로 한 경우에도 여유로운 현실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다소 긴장감 있게 드러내는 사진들이다. 김영수는 이 사진들을 통해 현재 존재하는 그 자체, 말 그대로 ‘현존’을 보여준다. 비평가 최민에 따르면 김영수의 사진 하나하나가 제시하는 사물과 인간은 각각의 다양한 현존과 상황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김영수의 작업이 일종의 ‘수수께끼’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보았다. 보여주지만 설명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삶의 단편적인 현실을 예리한 각도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민의 표현대로 김영수의 사진 이미지는 수수께끼의 열쇠인 동시에 수수께끼 그 자체이다.
김영수(1946-2011)는 1999년 사단법인 민족사진가협회를 창립,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개인전으로 1981년 《현존》(덕수미술관, 서울), 1987년 《사람―등신대》(두손갤러리, 서울; 현화랑, 대구), 《사람―주민등록증》(바탕골미술관, 서울), 2004년 《떠도는 섬》(가나포럼스페이스, 서울), 2007년 《광대》(공화랑, 서울) 등이 있고, 1983년 《서울의 봄》(서울미술관, 서울), 1994년 《민중미술 15년: 1980-199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7년 《민중의 고동―한국미술의 리얼리즘》(니가타 현립 반다이지마 미술관 등, 니가타 등, 일본), 2010년 《사진 다시보기》(갤러리 룩스, 서울)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6년 서울시장 감사패, 1999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영수는 대전의 지역 사진작가로부터 우연히 사진을 접하고 이후 외국 사진 잡지를 보며 독학으로 사진을 익혔다. 서울로 다시 올라온 그는 사진가 임응식, 주명덕 등과 교류했고 김중만의 암실에서 3년간 두문불출 작업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수는 1980년대 민중미술가들과 뜻을 같이하는 한편 사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가 1987년에 결성된 ‘민족예술가총연합(민예총)’ 내에 사진 분과를 만들고, 1999년에 ‘민족사진가협회(민사협)’를 창립해 <한국 사진의 재발견> 시리즈로 원로 사진가를 재조명하고 민사협 강의와 그룹전시를 이어간 것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한 90년대 후반부터 그가 민사협 회원들과 함께 진행한 소외지역 노인들의 영정사진 촬영 프로젝트는 사진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의 또 다른 형태였다. 김영수는 이처럼 사진의 기술적, 미학적 특성을 중시하는 한편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직시하면서 독특한 그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