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Tenebras Lux 01>(2014)은 <Post Tenebras Lux> 시리즈 중의 한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명으로 차용한 라틴어 ‘Post Tenebras Lux’는 ‘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는 의미로, 성경 중 욥기의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16세기 제네바 종교개혁 운동의 표어이기도 했다.
기슬기는 아일랜드에 기거할 때 대기 중 짙게 깔리는 안개로 인해 시각에 제한이 생기고 대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었던 독특한 경험을 반영하여 ‘안개’라는 장치를 주요 소재로 삼은 작업을 시작하였다.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여 직접 안개를 만들어냈고, 이를 사진으로 포착하는 과정을 통해 감각이 차단된 공간 안에서 주변을 파악하고자 시도한다. ‘어둠’이 상징하고 있는 시야가 차단된 상황을 ‘안개’로 형상화하고,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안개 너머로 짐작 가능한 ‘빛’의 도래를 사진이라는 사실적인 매체의 특징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기슬기(1983-)는 2005년 서울예술대학교 사진학과, 2007년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영국 런던대학교의 슬레이드 미술학교(Slade School of Fine Art, University College London Fine Art)에서 미디어 석사학위를 수여받았다. 2013년 《Unfamiliar Corner》(갤러리 조선, 서울), 2015년 《Enfolded Order》(스페이스 K, 서울), 2018년 《Theater Near Me》(두산갤러리, 뉴욕, 미국) 등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13년 《PUNKSALON》(슈워츠 갤러리, 런던, 영국), 《Nord Art 2013 International Exhibition》(뷔델스도르프, 독일), 2015년 《아티스트 파일 동행》(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8년 《IN_D_EX: 인덱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07년 포토스페이스가 주최한 제9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했다.
기슬기는 주로 사진을 중심으로 하는 설치와 퍼포먼스 작품을 제작한다. 이를 통해 오감으로 대상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객관적인 형태로 옮겨 담는 사진의 장르적 특징에서 나아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대상을 재현하는 사진 장르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주관적인 감정을 투과하여 실재의 목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의미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시화하는 방식을 탐구하거나 특정한 감각을 차단하여 익숙한 오감의 인지 순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시도하면서, 인간의 지각 과정에서 낯선 방식을 제시하고 대상에 대한 다양한 수용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