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1952― )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년, 198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983년 아시아미술비엔날레 금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석주는 한국 극사실주의 1세대 화가로, 1970년대 모노크롬 회화가 한국 화단을 주도하던 시절에 극사실주의 회화를 시작했다. 다양한 일상적 소재들을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작가는 그 스케일을 조작하고 이질적 사물들과 병치한다. 이로써 그의 작품은 극사실주의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물적 현실에 대한 명료한 시지각과 인식 보다는 상상력과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그의 회화는 ‘현실과 초현실의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극사실주의’로 규정된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는 벽돌벽과 제한된 시야로 바라본 도시의 일상적 풍경을 많이 그렸고, 이를 통해 작가는 도시의 익명적 삶의 우울함을 드러냈다. 이런 작업에는 아웃사이더이자 관찰자인 작가의 시선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그는 역으로 그 답답한 현실에 극사실주의로 초접근하면서 탈출구를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데페이즈망이었다. 그는 시계를 비롯한 일상적 사물들과 인체의 일부분을 원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새롭게 구조화했다. 이 시기 작업에서는 틀에 박힌 일상의 맥락을 탈출하려는 작가의 고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1980년대 말 이후로는 도시인들의 일상 사물들은 사라지고, 책, 기차, 말. 시계, 구름, 낙엽 등 일상과 일정한 거리가 있는 다양한 대상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극사실주의 기법이 더욱 섬세해진 이 시기 작업들은 보다 몽환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 주된 정조는 상실과 그에 대한 다소간 우울한 향수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서 다시 일상의 도시 공간이 복귀할 때는 이러한 정조가 사라진다. 아마도 오랫동안 시계를 그려온 이석주도 그 무엇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의 소멸의 힘 앞에서 멜랑콜리의 정조를 거두고 무상의 사유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