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태(1937- )는 1961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67년 L.A. 오티스 미술대학에서 회화 전공,조각 부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1년 명동화랑(서울) 등 4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1960년 《60년 미술가 협회 창립전》(덕수궁벽, 서울)과 1962년 《악튀엘 창립전》(경복궁미술관, 서울), 1963년 《5인 판화 초대전》(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제3회 파리비엔날레》(그랑팔레, 파리, 프랑스) 등을 시작으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63년부터 20년 이상 L.A.에 체류하면서 1965-77년 사우스캘리포니아 한인미술가 협회장, 1982-87년 사우스 베일러 대학교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1986년 귀국 후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 1992년까지 재직하였다. 2016년 대규모 회고전인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김봉태》(국립현대미술관, 과천)가 열렸다.
김봉태의 작품에서는 원색에 가까운 밝은 색채와 기하학적 조형이 두드러진다. 이는 색을 절제하고 행위성과 물질감이 드러나는 같은 연배 작가들의 작업 즉 1970년대 한국미술계에 주도적이었던 모노크롬의 화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성을 가진다. 하지만 초창기인 1960년대에는 강렬한 마티에르가 특징적인 엥포르멜 회화를 했고, 현대미술의 표현방법으로서 판화의 복제성에 관심을 가져 1963년 《파리비엔날레》에 판화를 출품하기도 하였다. 선, 면의 기하학적 조형에 대한 탐구는 재미시절(1963-85)에 등장했는데 1968년경 사각형 안에 사각형과 같은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대표작인 <그림자> 시리즈는 수평선으로 이분화된 공간 위에 조각적인 형상이 서 있고 아래에는 그림자가 놓여있는 작업이다. 1980년대 초에 이르러 김봉태는 한(韓) 철학을 접한 영향으로 팔괘 도형들이 순환과 포용의 고리 속에서 도는 <비시원> 시리즈로 넘어가게 된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까지 기하학적 형상 및 동양성에 천착한 작품이 <그림자>에서 <비시원>으로 심화되었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 색면과 색채의 유희를 보이는 작품으로 변모하게 된다. <창문>과 <춤추는 상자>가 대표적이며, 색과 면이라는 회화적 기본 요소로의 전환과 회화와 조각의 중간단계인 입체 조형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