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겸(1945― )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로 선정되었으며, 1996―1997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초대작가로 2004년까지 프랑스에 체류하며 활동했다. 1997년 가나미술상, 2004년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하였다. 1988년 첫 개인전 〈묵시공간〉(가나화랑)을 시작으로 1992년 〈프로젝트―사고의 벽〉(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96년 〈묵시공간―존재〉(표화랑), 2001년 〈Emptiness〉(시테 오데옹 5, 파리), 2011년 〈Space―Less〉(가나아트센터) 등 개인전을 가졌다. 1995년 〈한국미술 95―질, 양, 감〉(국립현대미술관), 2003년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국립현대미술관), 2009년 〈스펙트럼전―리듬, 조형, 교감〉(세종문화회관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김인겸의 작품은 1970년대 〈생성〉, 1980―1986년 〈환기〉, 1987―1996년 〈묵시공간〉, 1992―1995년 〈Project〉, 1999―2006년 〈Emptiness〉, 2007년 이후 〈Space―Less〉 시리즈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인 조형미에 대한 관심이 강하게 반영된 〈묵시공간〉 시리즈는 한옥의 한지 문이나 창, 석탑 등을 모티프로 했다. 주로 사각을 기본으로 한 형태에 구멍을 뚫고 그 자리를 다시 메우고, 각 부분을 조립하고 이어 붙여 구조적인 모습이다. 이전 〈환기〉 시리즈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기하학적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유연하면서도 거친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볼륨을 통해 제목처럼 사색적이고 “마음의 미묘한 정동(靜動)의 상태를 느끼게 해준다.”(장석원) 1992년 〈프로젝트―사고의 벽〉,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프로젝트 21―Natural Net〉 등 대형 프로젝트 작업은 작가 특유의 건축적 요소가 발휘된 작업으로, ‘장소 특정성’과 ‘관객 참여’가 강조되는 가운데 〈묵시공간〉에서 추구한 사색적 공간이라는 관심사를 이어갔다. 〈Emptiness〉, 〈Space―Less〉 시리즈는 전통적인 조각의 볼륨과 매스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테인리스스틸을 주재료로 한 ‘면’의 조형을 통해 공간의 점유가 아닌 ‘비어있음’을 지향한다. 특히 〈Space―Less〉 시리즈는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작품의 물리적인 현존과 그것이 놓인 공간 사이의 “틈, 무한한 공간, 즉 절대 공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며,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공간을 넘어선 사유의 공간으로 진입하는 문”(최태만)을 열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