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1947-2014)은 1971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동양화 전공)를 졸업하고, 1984년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출판문화회관(서울), 1983년 관훈갤러리(서울), 1989년 한선갤러리(서울), 1994년 가나화랑(서울), 2006년 인사아트센터(서울), 2013년 나무화랑(서울) 등 개인전을 열었다. 1981년 《새구상화가 11인》(롯데화랑, 서울), 1985년 《80년대 대표작가》(인사동화랑, 서울), 1988년 《민중판화모음전》(그림마당 민, 서울), 1990년 《한국미술: 오늘의 상황》(한가람미술관, 서울), 2001년 《1980년대 리얼리즘과 그 시대》(가나아트센터, 서울), 2005년 《Red Blossom: 동북아 3국 현대목판화》(일민미술관, 서울), 2010년 《한국현대목판화 知天命-省察》(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진천) 등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숭실중학교, 보성중학교에서 재직했으며, 2011년 제12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상국은 소박한 풍경과 평범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작가이다. 그는 양식적으로는 동양화에 뿌리를 둔 구상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추상에 이르렀으며, 특히 목판화에서 독자적 양식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에는 산동네, 공장지대 같은 주변부 풍경을 작품으로 담아내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 말부터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 주목하고 시대의 아픔을 투영한 인간의 형상을 그리고자 하였다. 당시 이상국 회화의 양식적 특징은 동양화의 영향이 엿보이는 굵고 역동적인 검은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 투박한 마티에르, 원근법을 벗어난 구도로 요약된다. 한편 이 무렵 이상국은 민중미술 진영의 ‘현실과 발언’ 창립에 참여했으나 곧 탈퇴했으며, 이후 개인 작업에 주력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인물화를 중단하고 산이나 나무를 소재로 삼아 대상을 해체하는 추상을 실천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작업이 구상으로부터 출발한 자연주의 추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대상의 핵심과 무관한 세부를 과감히 해체하고 생략함으로써 그려진 그의 작품은 대상의 근원적인 단위이자 에너지인 ‘기(氣)’로 환원된 견고한 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