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면 오브제〉(1977)는
김용익의 1970년대 모더니스트로서의 활동과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주름 접힌 흰 천에 잉크와 에어브러시를 뿌려 얼룩을 만들고, 액자 없이 그대로 벽에 거는 방식으로 전시된다. 작가는 “만든다는 행위를 최소화하고”, 접혔다가는 펴지고, 액체를 흡수하고 얼룩이 남는 천의 물질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주름진 천이 동시에 갖고 있는 3차원적 물질성과 2차원적 평면성, 얼룩이 만들어내는 2차원적 이미지를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재현과 일루전의 거부, 물질과 이미지, 3차원과 2차원의 관계 등 모더니즘이 천착했던 문제들에 물음을 던진다. 이 작품은 이후 모더니즘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의미로 〈제1회 청년작가전〉에 포장지로 싸고 박스에 넣어 출품되기도 하였다.
김용익(1947- )은 1968년 서울대학교 농과를 중퇴한 후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하여 1975년 졸업했고, 1980년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가천대학교(구 경원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9년 대안공간 풀의 창립에 참여,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로 활동했다. 또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미술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땡땡이’로 알려진 김용익은 홍익대학교 재학시절 스승이었던 박서보의 영향으로 무채색 천 주름의 착시효과를 활용한 <평면 오브제> 시리즈를 발표하며 1970년대의 모더니즘 화단에 등단했다. 하지만 1980년 광주항쟁에 이은 군사독재정권의 수립은 기존 작업에 회의를 느끼게 했고, 1981년의 《제1회 청년작가전》을 계기로 모더니즘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작가는 공공미술과 관련한 기획과 글쓰기, 환경 및 지역 미술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모더니스트로서의 자기부정과 균열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등장하는 땡땡이 작업은 이러한 작가의 양식적 완성이자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드로잉, 글씨, 얼룩 등으로 이루어진 땡땡이 작업은 땀과 눈물, 감정의 요동과 같은 신체의 흔적이자 자연과 시간의 흔적인 곰팡이, 그리고 얼룩과 같은 불순물을 상징하며 이는 곧 모더니즘에 대한 적극적인 항거이자 비판이었다. 땡땡이 작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의미를 달리하는데, 밝고 경쾌하게 그려진 땡땡이는 완전무결하면서도 공허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인 유토피아를 표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