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선(1969― )은 1992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5년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기대한다〉(인사미술공간), 2006년 〈정원 이야기〉(포스코미술관), 2007년 〈기억의 창〉(이화익 갤러리), 2010년 〈Still life〉(MD Gallery, 파리), 2012년 〈서풍이 본 것〉(갤러리시몬) 등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2007년 세계도자비엔날레, 2009년 〈신호탄〉(국립현대미술관), 2011년 청주공예비엔날레, 2013년 뉴욕의 〈VOLTA NY〉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97년 중앙미술대전 입선, 1999년 박영덕화랑 신인작가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03년 인사미술공간 기획공모전에 당선되었다.
황혜선은 작업 초기부터 미술이 소통되는 방식에 주목하고,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평범한 사물들을 소재로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기억들에서 떠오른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은 일상 속의 기억들을 마치 일기를 쓰듯 매일 그리는 데서 시작된다. 이미지들은 아주 사소한 주변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작가의 경험 속 단편들이다. 그 이야기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나 재료를 찾아 사용하는 것이 그의 주된 작업이지만, 완성된 작품은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그 의미를 유추하고 완성하도록 이끌고 있다. 반지, 양동이, 거울, 크리스털, 유리컵 등 누구나 하나쯤은 관련된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만한 사물들은 작가의 기억 속 한 순간에서 출발하여 보는 이의 기억 깊은 곳에 있는 감정들까지 떠올리게 한다. 맑고 투명하며 반짝이고, 다치거나 상하기 쉬운 이들 사물들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들을 은밀하게 드러내는 메타포로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