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1983)은 야외로 놀러 나온 소시민들이 둘러 앉아 낮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건조한 표정을 지닌 인물들은 “소시민적인 삶의 풍부한 표정에 깃든 덧없음과 암담함”(미술비평가, 김진송)을 담담하게 드러내며, 각박한 현대인들의 삶에서 일상적이고 소박한 행복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민정기(1949- )는 197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83년 《사람들, 빛나는 정신들》(서울미술관, 서울), 1996년 《양근에서 오대산으로》(가람화랑, 인사갤러리, 서울), 2004년 《본 것을 걸어가듯이》(마로니에미술관, 서울), 2016년 《민정기》(금호미술관, 서울), 2019년 《민정기》(국제갤러리, 서울) 등 개인전을 열었고, 1980-86년 《현실과 발언 동인전》, 1994년 《민중미술 15년: 1980-199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7년 《경기, 1번 국도》(경기도미술관, 안산), 2010년 《한국 드로잉 30년: 1970-2000》(소마미술관, 서울), 2016년 《사회 속 미술―행복의 나라》(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9년 《셩: 판타스틱 시티》(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6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민정기는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풍경에 담아 그린다.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할 당시 그 이야기는 사회·정치적인 것과 연결되었고,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그림을 뜻하는 ‘키치(Kitsch)’로 칭해지는 그의 일련의 작업에서는 서민들과 소통이 가능한 이야기를 담았다. 1980년대 사회 제도와 일상적 삶의 이면에 집중했던 작가는 이후 경기도 양평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일련의 고지도 형식의 풍경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각 지역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통해 역사와 정보를 체득하고 인문학적 자료들을 참고하여 생생한 마을의 현재를 구축해냈다. 따라서 실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겼다기보다 땅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담아낸 그의 작업은 산수화와 지도, 그리고 풍경화라는 정해진 양식에 머무르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