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컬렉션 개요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용적률 게임》 컬렉션(이하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2016년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시 공원에서 진행되었던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이하 한국관) 전시와 2017년 3월 3일부터 5월 7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귀국전(이하 귀국전) 전시 아카이브 컬렉션이다.
2016년에 개최된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총감독인 칠레 출신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라는 주제를 제안했다. 한국관의 예술감독 김성홍 및 5인의 공동 큐레이터(신은기, 안기현, 김승범, 정이삭, 정다은)는 용적률이라는 법적 규제를 한국 건축의 전선으로 해석하면서 이 법적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역학과 그 역학이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을 제시했다.
이러한 한국관 전시의 집적으로서 《용적률 게임》 컬렉션에는 예술감독 체제의 첫해 예술감독의 선정부터 일련의 전시 기획 프로세스에 따른 홍보, 전시 연계 프로그램, 한국관 운영과 귀국전에 관련된 자료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예술감독 선정 과정 중 발표했던 프레젠테이션 자료들, 36개 건축물을 선정하고 데이터들을 분석했던 자료, 정량적인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고민했던 기획 회의 자료들 등이 있다.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건축 전시 아카이브로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수집 대상자군의 확장성과 아카이브의 본래 의미인 행위 과정의 증거와 결과물이란 측면에서 주요한 의미를 가진다.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김성홍 예술감독과 공동 큐레이터로부터 생산되었다. 한국관 백서에 따르면, 2015년 11월 18일 예술감독 선정 이후 사전 조사와 전시 기획 회의를 위한 40여 차례의 회의, 자문위원 존 페포니스(John Peponis)와 의견을 주고받았던 서신(이메일)부터 귀국전 이후 백서 작업까지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층위의 자료들이 생산되었다.
2. 컬렉션 수집 과정
2017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총 6차례의 미팅 등을 거쳐 구체적 수집 방법·협약에 따라 수집 절차가 마무리되어 수집할 수 있었다. 수집의 방식은 영구 기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큐레이팅팀, 서울시의 3자 협약으로 진행되었다.
귀국전 종료 후 물리적 전시물은 해체되거나 폐기된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표, 건축물 사진, 전시 참여 필진의 글, 디자인 작업 등 대부분의 전시 관련 디지털 자료는 김성홍 예술감독이 보관 중에 있었고, 각각의 공동 큐레이터들 및 일부 참여 건축가에게 전시 영상 자료, 데이터 분석에 활용한 기초 자료, 전시 시각화 자료, 일부 전시장 모형, 전시 진행 과정 사진 등을 입수할 수 있었다.
2017년 7월 17일 서울시립대학교 김성홍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1차 수집 사업(2017-2018) 관련 김성홍 교수 면담
3. 컬렉션 구성
본래 김성홍 예술감독으로부터 수집한 자료의 원래의 분류는 연도별(2015년, 2016년, 2017년)로 크게 구성되어 있었고, 공동 큐레이터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는 큐레이터별로 담당했던 주요 기획 범위에 따라 생산된 자료들로 각각 상이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처럼 각각의 큐레이터가 서로 다르게 정리했던 자료들을 전시 아카이브의 특성을 고려하여 재분류하였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의 기획-실행-운영 등 하나의 전시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재정리하였다. 공동 큐레이팅팀의 협업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자료의 출처별로 분류와 정리를 진행하는 것보다, 전체 전시 과정 단계별로 재배열하는 것이 이용자들이 《용적률 게임》 컬렉션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하였다. 또한 대부분 전자적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여러 소장자(처)들에 같은 맥락에서 같은 자료가 중복적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지점도 고려되었다.
이러한 분류 및 정리의 결과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크게 한국관 전시 시리즈와 귀국전 시리즈가 있으며, 전시의 진행 과정 및 과제별로 하위 시리즈로 구성하였다.
한국관 전시 시리즈는 하위 시리즈 8개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주요한 하위 시리즈로는 김성홍 예술감독이 선정위원회에서 발표하였던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 ‘착수’ 시리즈가 있다. ‘조사연구’ 시리즈는 공동 큐레이터들이 여러 데이터들을 정제한 이차적 데이터 자료 및 연구 분석 자료들 등이 있는데, 서울시 구별 용적률 자료, 1973년부터 2000년까지 건페율 및 용적율 변화 자료, 강남의 슈퍼 블록 패턴의 구문 및 매개변수 분석 자료 등이 그것이다. ‘전시기획’과 ‘전시실행’ 시리즈는 한국관 전시의 자문 위원의 역할을 했던 존 페포니스(John Peponis)와 주고 받았던 메일, 전시를 기획하였던 큐레이팅팀의 회의록(주제, 작가 선정, 일정 등), 다양한 데이터와 다이어그램 등을 시각화하려고 했던 자료, 한국관 현지 공간디자인을 위해 참조하였던 한국관 사진들, 전시장 도면, 렌더링 파일들이 포함되어있다.
귀국전 시리즈의 하위 시리즈는 3개로 ‘전시실행’,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전시운영’이 속해있다. ‘전시실행’ 시리즈는 귀국전을 위해 추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영상 촬영, 귀국전 전시장 평면도, 추가로 제작된 건축물 모형과 전시 설치물이 포함되어 있다.
MA-02-00000061, 예술감독 선정 프리젠테이션 자료, 디지털 문서 파일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커미셔너-예술감독이 분리된 첫 해의 전시이며, 예술감독 선정위원회에서 발표했던 김성홍 예술감독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용적률 게임》 컬렉션의 주요 자료 중 하나이다. 발표자료에는 2012년 8월 7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김성홍 예술감독의 “용적률 게임” 기사를 포함해 한국관 전시의 초기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용적률 게임의 삼각축”, “용적률 게임의 선수들”의 다이어그램이 있으며, “용적률 게임의 다양한 현상을 모으고, 한국 도시와 건축을 해부하고, 변화와 실험의 단서를 찾는” 한국관 전시의 기획의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전시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보여주며, 다른 자료들과의 비교를 통해 최초의 전시계획이 회의를 통해서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한국관이란 물리적 공간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확인하여 컬렉션의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MA-02-00001245, 서울특별시 건물 용적률 히스토그램, 디지털 문서 파일
한편, 본 《용적률 게임》 특별호였던 『건축』 2016년 12월호에서 안기현은 한국관 전시는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것으로 이는 기왕의 건축적 해석(심미적 정성적 분석)과 다르다고 평했는데,1) 이러한 측면에서 김승범 공동큐레이터가 분석한 사용승인년-용적률 산포도 다이어그램은 《용적률 게임》 컬렉션에서 주요한 자료이다. 최종 산포도 다이어그램은 나오기까지 건축물대장, 도로명주소지도, 연속지적도 등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36단계에 이르는 데이터 정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자료이다.2) 이 자료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밀도문화, 서울의 건축물들과 용적률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승범 큐레이터의 말에 따르면, 가로로 진한 선들은 법적 강제성과 관련된 것으로,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이전는 (일반주거지역) 건폐율 상한선, 2000년대 이후는 1~3종 일반거주지역의 용적률 상한선(150%, 200%, 250%)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4.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오늘날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 아카이브를 본격적으로 수집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여타 미술관과 차별성을 두는 지점은 미술아카이브의 수집 범주를 확장 시켜 창작자와 더불어 매개자(기획자, 연구자 등)을 포함시키려는 것에 있다. 용적률 게임의 플레이어가 통제자(제도와 법)-소비자(시장)-공급자(건축가, 건설자 등)의 삼각축이라고 한다면, 마치 미술아카이브의 플레이어는 통제자(제도와 법)-소비자(관람객 등)-공급자(창작자, 매개자)의 삼각축에 주요한 공급자로서 매개자, 즉 기획자를 포함시켰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용적률 게임》 컬렉션의 단면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전시를 구현해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행정기관, 큐레이터, 건축가, 작가,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시를 풀어내는 과정은 매개자 아카이브 컬렉션만의 특성이다. 특히 한국관 전시는 “작가를 조명하려는 전시라기보다, 리서치에 관한 ‘큐레이터의 전시’”라고 볼 때,3) 여타 다른 건축전시 혹은 건축전시 아카이브보다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층위에서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그 가치가 충분하다.
한편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정다영의 언급처럼 2010년대 전후로 건축 전시가 증가하고 있고 미술관에서 건축은 확장된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서의 위상을 부여 받아,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4) 이를 고려한다면, 미술관에서 ‘소장품’이나 ‘자료’로서 건축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수집할 것인가를 되물을 수 있으며, 《용적률 게임》 컬렉션이 그 시도이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
한국 건축계에 본 한국관 전시는 건축의 개념화된 언어로부터 거리를 두고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환경의 지형도와 이에 접근하는 건축적 제안과 한계, 그리고 이후의 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던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용적률 게임》 컬렉션의 자료들은 전시 패널, 도록 이외 외연화 되지 못한 자료를 재해석하여 서울의 새로운 지적 지형도를 그릴 수 있는 맹아(萌芽)가 되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글 | 조은성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기록연구사)
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1) 안기현, 「용적률, 디자인과 분석의 매개체로서 」, 『건축』 제60권 12호 통권 451호(2016): 39
2) 김승범, 「용적률 게임의 규칙 : 35년의 역사」, 『건축』 제60권 12호 통권 451호(2016): 46
3) 「좌담 2016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리뷰와 총평」, 『건축평단』 2016 가을호(2016): 305
4) 정다영, 「전시를 매개로 확장하는 건축」, 『건축』 제60권 12호(2016): 18
쉬운 글 해설
《용적률 게임》은 2016년 5월부터 11월까지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서 진행되었던 전시의 제목입니다. 이 전시의 귀국전은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대한민국의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귀국전은 해외에서 열렸던 전시를 국내로 가져와 다시 연 전시를 뜻합니다.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용적률 게임》 컬렉션(이하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한국관 전시와 귀국전 전시 관련 자료를 모은 것입니다.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국내 미술관은 보통 전시 관련 자료를 잘 모으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용적률 게임》 컬렉션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였습니다. 한국관의 김성홍 예술감독과 5명의 공동 큐레이터는 용적률이라는 법적 규제가 한국 건축의 전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적률이라는 숫자는 보통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데 활용되며, 건물이 높아질수록 커집니다. 《용적률 게임》 전시는 용적률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폭넓게 보여줬습니다.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시리즈**와 ‘귀국전’ 시리즈로 구성됩니다. 컬렉션의 자료는 기획, 실행, 운영 등 전시의 각 단계에 따라 분류되었습니다. 김성홍 예술감독과 5명의 공동 큐레이터에게 자료를 처음 받았을 때, 자료 정리 방식이 모두 달랐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컬렉션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시의 각 단계에 따라 자료를 분류하였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시리즈에는 8개의 하위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하위 시리즈는 김성홍 예술감독이 예술감독으로 선정되기 전, 선정위원회에서 발표할 때 사용했던 자료가 포함된 '착수' 하위 시리즈입니다. ‘착수’ 하위 시리즈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관 전시가 최고 책임자와 예술감독이 분리된 첫 해에 진행된 전시이기 때문입니다. ‘착수’ 하위 시리즈에서는 중앙일보에 실린 김성홍 예술감독의 "용적률 게임" 기사를 포함해 한국관 전시의 초기 기획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조사연구' 하위 시리즈에는 공동 큐레이터들이 분석한 서울시의 자치구별, 시기별 용적률 자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시기획', '전시실행' 하위 시리즈는 한국관 전시의 자문 위원과 주고받았던 메일,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팅팀의 회의록, 전시장 도면 등 다양한 자료로 구성됩니다. ‘귀국전’ 시리즈에는 3개의 하위 시리즈가 있는데, '전시실행',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전시운영' 하위 시리즈가 있습니다.
쉬운 글 해설 | 반재윤 (소소한소통)
*컬렉션: 예술자료의 가장 큰 단위.
**시리즈: 예술자료의 한 단위로서 컬렉션 바로 밑에 있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