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미술이 밥이 될 수 있을까?" 제2회 황해미술제 《밥과 미술》(1999,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기획 취지를 밝힌 글의 서두에 있는 질문이다. 정정엽 작가는 이 물음에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첫째, 미술은 밥처럼 우리 삶에 필수적인가? 둘째, 미술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1999년으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미술계 종사자로서 종종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다. 미술이 현실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회의가 들 때도 있고,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에 미래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미술계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위 글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에 밥과 상관없는 행위 또한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이 밥처럼 삶과 긴밀해지기를 바라는 동시에 미술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가능성을 신뢰하며, 정정엽 컬렉션에서 밥, 밥이 되기 전의 곡식, 그리고 곡식이 밥이 되기까지 필요한 노동을 다룬 자료들을 모아봤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