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김용익은 모더니즘과 민중미술, 순수미술과 공공미술의 사이를 가로질러 온 작가로, 시대에 따라 작품 경향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45년여 동안 창작된 일련의 작품들은 한 작가로부터 탄생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지만 기존의 질서 또는 권력에 도전하는 아방가르드적 태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70년대 김용익의 <평면 오브제>는 면포를 벽에 건 후 천 주름의 그림자를 어둡게 칠하여 환영적인 주름과 실제 주름 사이 착시를 일으킵니다. 작품은 천의 평면성과 물질성을 동치시킴으로써 2차원의 평면을 지향했던 모더니즘에 흠집을 냅니다. 한편, 80년대 초 광주 항쟁 이후 <평면 오브제>가 전위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더불어 일관된 소재와 기법에 천착하고 싶지 않았던 김용익은 <평면 오브제>를 기성품 박스에 넣어 전시함으로써 시리즈에 종말을 고합니다. 이후 80년대에 김용익은 <숫자>, <빗금> 그리고 <합판> 연작을 통해 더욱더 적극적으로 시각적 교란 효과에 기반해 단일한 시각성을 해체합니다. 90년대에 이르러 김용익은 <가까이…더 가까이…> 연작으로 능동적인 시점에 따라 작품의 디테일이 달리 보이도록 함으로써 관람객의 역할을 확장하고 모더니즘 회화의 권위를 훼손하고자 했습니다. 더 나아가 90년대 후반 <가까이…더 가까이…>는 캔버스 밖의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김용익은 작품 속 땡땡이 무늬를 전시장의 라벨, 현수막, 팸플릿 등에 활용함으로써 전시장과 외부의 경계를 해체하여 작품을 일상의 영역으로 넓힙니다. 본인 작품이 고정된 개념과 권위를 가지지 않기를 바랐던 김용익은 2000년대 <가까이…더 가까이…> 연작의 작품을 반짝이나 검은색 잉크 등으로 덮어 <절망의 완수> 연작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미학 개념은 자연스레 모더니즘이나 자본에 잠식당하지 않는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고, 김용익은 2000년에 양평으로 이주합니다. 이주 이후 김용익은 지역 연계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미술제도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활동합니다. 이처럼 고정된 관습에서 벗어나는 작품 속의 논리를 삶에서 철저히 실천하고자 한 김용익의 태도는 우리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도록 합니다. 참고: 석지훈. (2021). 김용익의 개념주의 연구 [석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5893729 정은영. (2024). ‘논리와 순리’: 김용익의 개념미술과 매체의 비은폐성. 미술사학보,(62), 7-36. 장승연. (2023). ‘주름진 천’의 전복성 : ‘위계’에 저항하는 김용익의 개념미술. 미술사논단,(56), 87-109. 10.14380/AHF.2023.56.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