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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 컬렉션
1. 컬렉션 개요최민 컬렉션은 미술평론가이자 미술 전문 번역가, 시인으로 활동한 고 최민(1944-2018)이 생산하거나 수집한 자료 24,924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부터 21세기에 생산된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자료로 이루어진 최민 컬렉션 중 중심이 되는 것은 20,959권의 도서로, 전체 자료 중 약 84%에 해당한다. 그 외 자료로 영화 DVD를 비롯해 스크랩, 전시 인쇄물, 메모 등의 문서 및 판화가 있다. 2. 컬렉션 수집 과정 최민 연구실 전경(출처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18년 7월 유가족과 처음 접촉한 이후 여러 차례의 사전 면담을 통해 자료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쳤고 2020년 자료 전량을 기증받았다. 서울 소재 개인 연구실 등 세 곳의 장소에 보관 중이던 자료는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본래 상태 그대로 수집되었으며 이후 4년에 걸쳐 목록화와 해제 작업이 진행되었다. 3. 컬렉션 구성 최민 컬렉션은 최민이 생애 전반에 걸쳐 생산하거나 수집한 자료들로 이루어졌는데, 도서 자료와 시청각 자료, 개인 자료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서 자료는 최민이 소장했던 장서로서 한 개인의 고유한 사유가 형성되고 성장해간 궤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컬렉션의 중요한 토대를 이룬다. 시청각 자료는 생전에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하고 활동한 최민의 이력을 반영하여 다량의 영화 DVD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연주·공연 관련 영상, 음반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개인 자료는 메모, 서신, 사진 등 개인적 기록물과 더불어 박사 학위 관련 작성 자료, 판화·포스터, 스크랩 등의 수집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자료 시리즈 MA-01-00022500, 『LES AVENTURES DE TÉLÉMAQUE, FILS D'ULYSSE』_001MA-01-00038139, 『悅話堂 美術選書 1 - 西洋美術史 上(열화당 미술선서 1 - 서양미술사 상)』MA-01-00037258, L'Assiette au Beurre N° 7, 16 mai 1901_001도서 자료는 최민이 생애 전반에 걸쳐 꾸준히 천착해 온 확장적인 시각문화 연구와 연구의 바탕을 마련해 준 인문∙사회학적 지식 습득을 한 축으로, 그리고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카이브를 통해 드러나는 개인적 관심과 취향을 또 다른 한 축으로 삼아 분류되었다. ‘시각문화연구’, ‘인문과 사회’, ‘교양과 취향’, 세 개의 서브 시리즈 아래 스물네 개의 파일이 있다.서브 시리즈 ‘시각문화연구’는 미술, 영화·영상, 사진, 매체연구, 만화, 대중문화, 건축, 디자인의 여덟 개 파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각문화연구’는 미학 전공자이자 미술 전문 번역가, 미술비평가, 영상이론 교육자로서 최민이 펼쳤던 주된 활동의 장을 포괄하는 동시에, 이미지와 관련된 다양한 시각적 경험과 실천을 검토하는 데 초석이 된 자료라는 특징을 지닌다. 전체 장서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서브 시리즈 ‘인문과 사회’는 철학·미학, 역사, 정치·사회·경제, 문학이론, 종교, 인류학, 정신분석·심리, 언어·기호학, 문화이론, 여성학, 교육학 분야를 아우른다. 인문과 사회 분야 장서의 규모와 다양성은 최민의 주요 연구 분야인 시각예술 이론과 연계하여, 또는 그와 무관하게 해당 분야에 대한 지적 열정에 따라 선사시대부터 동시대까지 인류가 이룩한 문명과 지식의 총체를 흡수하려 했던 학자적 면모를 보여준다. 서브 시리즈 ‘교양과 취향’은 문예, 동양문화, 풍속과 성, 과학·기술, 취미·실용의 다섯 개의 파일로 구성되어 있다. 폭넓은 소양과 연결되는 교양과 취향 관련 장서는 다방면에 걸친 최민의 글쓰기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시청각 자료 시리즈시청각 자료는 영화, 영상, 음반의 서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동서고금의 다양한 영화 DVD가 대다수를 차지하며, 그 외에 연주·공연 및 방송 영상, 서양 고전음악과 한국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음반이 포함되어 있다. 절대다수를 이루는 영화 DVD는 최민의 이력과 관계가 깊다. 최민은 논문 「회화에 미친 영화의 영향: 1960-1970년대 신구상회화를 중심으로」를 써서 파리1팡테온소르본대학교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프랑스 유학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최민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그의 시각문화 및 이미지 연구의 폭이 크게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개인 자료 시리즈 MA-02-00039700, 최민 박사학위논문 연구 메모 모음MA-02-00039701, L'NFLUENCE DU CINEMA SUR LA PEINTURE LE CAS DE LA NOUVELLE FIGURATION DES ANNEES 1960_001개인 자료는 노트 및 메모, 서신 등의 문서와 사진, 스크랩, 판화·포스터, 리플릿 등의 수집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다량의 메모는 최민이 어떤 문헌 자료들을 섭렵하며 논문의 기틀을 다졌고 논지를 전개해 나갔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4. 최민 컬렉션은…1944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최민은 광복과 한국전쟁 및 전후 재건,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진 20세기 한국의 격동기를 고스란히 거쳤다. 격변기를 관통하면서도 그는 시대의 한계에 함몰되지 않고 시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며 넓고 깊게 지식을 습득했다. 1969년 「나는 모른다」 외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하면서 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시집 『부랑』(1972)과 『상실』(1974)을 출간하며 문학에 열정을 쏟는 한편 1970년대 중반부터는 미술 관련 저술과 번역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갔다. 본 것과 읽은 것을 자신의 사유로 소화해 글로 펼쳤던 최민의 컬렉션은 그의 지적 태도와 사유 세계가 형성된 밑바탕이면서 그의 사유를 압축한 실증이기도 하다. 그가 생전에 곁에 두었던 도서를 비롯한 다종다양한 자료들은 여러 시대와 언어를 광폭으로 가로지르며 한 개인의 특수한 정신세계를 증언한다. 하지만 최민 컬렉션은 비단 한 개인의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시대와 함께 공명해온 그의 지적 궤적은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한국의 지적 궤적과도 맞닿아 있으며 지평을 공유한다. 최민 컬렉션이 이와 같은 특수성과 보편성을 지닌다는 점은 개인을 통해 한 세대, 한 시대의 초상을 그려볼 수 있는 다층적 함의를 띤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글 | 주은정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사)
작성일
2023.03.19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컬렉션
1. 컬렉션 개요2017년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전시장 외관 풍경 (출처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이하 《W쇼》)는 2017년 12월 8일부터 2018년 1월 12일까지 SeMA 창고에서 진행되었던 전시이다. 《W쇼》 는 2016년 겨울 예술계 내의 성폭력 고발로 인해 여성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이 공론화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여성 디자이너들이 자생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연구하는 모임인 ‘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을 구성하였고, 관련 모임과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여 2017년 《W쇼》 전시를 만들어 냈다. 《W쇼》 컬렉션은 《W쇼》 전시를 구성한 원자료와 원자료를 재생산한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W쇼》 전시의 수집 자료는 텍스처 온 텍스처가 촬영한 85점의 참여 디자인 작품인 〈아카이브〉, 참여 디자이너 중 67명·팀이 작업한 도서, 잡지, 전시, 브랜드, 행사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품이 개별 단위로 수집되어 구성된다. 《W쇼》는 당면한 여성 디자이너의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으로 꾸려진 전시이기에 당시의 현장과 더불어 그 시기를 기록하고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 컬렉션 수집 과정 2017년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전시장 철거 (출처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2017년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전시장 철거 당시 〈아카이브〉 운송 (출처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W쇼》 컬렉션의 수집 자료는 85점의 참여 디자인 작품을 촬영한 〈아카이브〉 및 참여 디자이너 중 67명·팀이 작업한 도서, 잡지, 전시, 브랜드, 행사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품이며, 개별 단위로 수집되었다. 《W쇼》 컬렉션은 2017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1차 수집 사업의 컬렉션 중 하나인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용적률 게임》 컬렉션’ 이후 두 번째 전시 컬렉션으로 수집되었다.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W쇼》 컬렉션에 〈아카이브〉뿐만 아니라 〈아카이브〉에 담겼던 실물 디자인 작품의 원자료를 아카이빙 하고자 하는 의사를 전시기획팀(김영나, 이재원, 최슬기, 윤민화 큐레이터)에게 전달하였다. 전시기획팀은 그 의미를 공감하고 참여 작가들에게 원자료 기증 의사 확인을 위해 도움을 주었다. 2017년 전시 개막 직후였던 2017년 12월 13일 91명의 참여 디자이너에게 기증 의사를 문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집이 진행되었다. 각각의 참여 디자이너에게 소개 자료 및 기증 의사 확인 서류 등을 이메일로 발송하고 여러 차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65명·팀 참여작가의 기증 의사 확인하고, 기증 신청서와 73건의 저작물이용동의 등을 받았다. 2018년 1월 13일 전시 철거에 맞추어 텍스처 온 텍스처의 작품이 운송되었고, 2018년 4월경까지 이메일을 통한 접촉과 회신이 오고 갔다. 2019년 1월 31일 텍스처 온 텍스처, 전시기획팀 및 서울시와의 기증 협약체결을 마지막으로 수집이 완료되었다. 3. 컬렉션 구성 《W쇼》 컬렉션은 참여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디자인 작업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기 때문에 자료를 디자인 분야나 유형 등으로 구조화하는 것은 이용자들이 컬렉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W쇼》 컬렉션은 크게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자료’,’《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참여 디자인 작품’ 두 가지 시리즈로 분류되어 구성했다.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자료’ 시리즈는 텍스처 온 텍스처가 참여 디자인 작품을 촬영한 사진 모음이다.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참여 디자인 작품’ 시리즈는 《W쇼》 에 〈아카이브〉 사진 작업을 통해 담긴 작가들의 실제 디자인 작업물들로 구성되어 있다.‘《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자료’ 시리즈 2017년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전시설치 전경(사진: 나띵 스튜디오, 출처: 『GRAPHIC #41 :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2017년 《W쇼》 전시 당시 텍스처 온 텍스처는 참여 디자인 작품을 촬영한 〈아카이브〉 뿐 아니라 전시 공간 설치까지 담당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텍스처 온 텍스처의 〈아카이브〉 제작 방식은 디자인 작업들을 단순히 아카이빙의 관점에서 생산한 것이라기보다는 피사체가 되는 대상을 꼼꼼히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생산한 〈아카이브〉 이다. 특히, 원저작물의 가치를 방해하지 않고 최대한 살릴 방법들을 유형별로 선별해 촬영하였다. 이렇게 생산된 텍스처 온 텍스처 〈아카이브〉는 각각 디자인 작업의 디테일이나 특징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드러내며 작품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아카이브〉 자체가 연속적인 시각의 유희를 이끌어 내는 이미지-구조물로서 완성되었다. 2)텍스처 온 텍스처는 전시 공간 구성을 무대 중앙에서 무대 뒤까지 훑으며 눈에 보이는 점 하나하나 수집하는 방식으로 〈아카이브〉를 리스트처럼 설치하였다. 이러한 전시 리스트는 제작연도나 작가명, 활동시기와 같이 〈아카이브〉를 명확하게 분류하고 구분할 수 있는 기록학적 관점으로 목록화가 되었다기 보다는 사진 이미지의 시각적 연속성과 맥락을 중심에 놓고 〈아카이브〉를 배치한 것이다.3)이처럼 《W쇼》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한 텍스처 온 텍스처의 〈아카이브〉를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W쇼》 철거에 맞춰 인수받아 수집하였다. 전시에 설치된 사진 총 85점에 더하여 사진 작품의 원 디지털 파일도 함께 기증받아 W쇼 컬렉션의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자료’ 시리즈로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다. MA-05-00001939, 2015년 《과자전》 포스터MA-05-00001904, 2012년 류양희 〈아리따 부리〉 서체 패널 사진 파일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자료’ 시리즈는 《W쇼》에 전시된 85점의 여성 디자이너의 작품이 텍스처 온 텍스처에 의해 재생산된 아카이브로 구성된 시리즈이다. 텍스처 온 텍스처는 85점의 디자인들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작업의 결과물 또는 피사체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작품’이기에 《W쇼》 기획의 의도와 함께 그 가치를 최대한으로 드러내어 촬영되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기존에 익숙하게 스쳐 지나갔던 디자인을 다시 한번 눈여겨보며 작품 하나하나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참여 디자인 작품’ 시리즈‘《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참여 디자인 작품’ 시리즈는 2017년 12월 8일부터 2018년 1월 12일까지 SeMA 창고에서 진행되었고 전시에 수록되었던 여성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작품 실물을 수집한 것이다. MA-05-00001882, 2015년 강영화 김동휘 〈스포카 한 산스〉 글꼴 사용 예시 패널 사진 파일MA-03-00001892, 2007 김민정 〈스노우캣 인 뉴욕〉 도서 표지 패널 사진 파일수집은 정기 간행물 『샘이깊은물』의 형태와 양식을 설계하고 운용한 박영신, 디자인 잡지 『GRAPHIC』을 아트 디렉팅한 김영나, f(x)를 브랜딩한 민희진, 책을 사고파는 북 페어를 디자인한 박선경, 식물을 사고파는 마켓을 디자인한 이윤호, 문학작품을 추상적으로 시각화한 석윤이, 봄알람을 공동 운영하는 우유니게, 로그프레스를 공동 운영하는 백지은, 현대백화점을 리브랜딩한 길우경·김희선·이혜현·조형원 등 91명의 여성 디자이너가 작업한 ‘작품’들과 일부 작업 과정물로 구성되었다.이 시리즈는 편집디자인, 광고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CI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영역들을 아우르는 각각의 디자이너들의 실물 ‘작품’들을 수집함으로써,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자료’ 시리즈처럼 시각적이나 미학적으로 ‘작품’ 하나하나의 특징을 집중하여 보기보다는 원저작물의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4.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컬렉션은... 《W쇼》는 ‘여성’과 ‘디자인’에 관한 전시로 지난 30여 년간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성취를 거둔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되돌아보고,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성취와 활동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한국 여성 디자이너 91명의 85점의 디자인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85점의 디자인 작품을 사진으로 시각화한 텍스처 온 텍스처를 비롯, 홍은주, 용세라, 박연주, 양으뜸, 소목장 세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W쇼》 전시장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소목장 세미의 작품 〈말하는 횃불〉 설치에서 시작된다. 이어서 박연주의 〈머리말〉과 양으뜸의 〈붙은말〉, 홍은주의 〈여성들〉, 용세라의 〈와우 우먼〉, 텍스처 온 텍스처의 〈아카이브〉가 전시장에 설치되어 구성되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활동해온 나아가 미래까지 꾸준히 활동할 여성 디자이너들의 존재와 정체,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활동을 증명하고 있고 차별에 맞서 지속적으로 갱신되고 반박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들의 실물 ‘작품’들은 《W쇼》 전시에 직접적으로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W쇼》 전시를 기획하고 구상하여 촬영 및 설치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물이자 아카이브로서 또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W쇼》 컬렉션은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었고, 그들의 성취와 결과물에 비해 그간 다소 소홀히 다루어졌던 여성 디자이너의 존재와 활동을 ‘아카이브’로 기억하고자 수집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글 | 김지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기록연구원)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1) 『GRAPHIC #41 :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2018년 봄, 프로파간다, 1~7.2) 같은 책, 4~5.3) 이기원, 「돌에 새긴 기념비가 아니라 구글 폼 같은 것」, 『월간디자인』 2018년 3월호,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783714) 주 2 참조.
작성일
2022.09.23
정정엽 컬렉션
1. 컬렉션 구성정정엽 컬렉션은 2019년 정정엽으로부터 수집한 자료 500여 건으로 구성되어 있다.정정엽은 대학을 졸업하던 1985년 미술동인 ‘두렁’에 가입하고 ‘터’ 동인을 결성하면서 미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두렁’은 민족미술 탐구와 노동 현장에의 참여를 강조하는 단체였고, 이화여대 서양화과 동기생들로 구성된 ‘터’ 동인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미술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단체였다. 정정엽의 삶과 예술에서 주요한 두 축을 이루는 한국적 현실에의 참여와 여성미술가의 역할 모색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이때 시작되어 격동의 1980년대 말을 거치면서 몇몇의 뚜렷한 단체 활동으로 전개되었다. 두렁, 터, 일손나눔, 갯꽃, 여성미술연구회 등 정정엽이 소속한 단체는 순수미술의 영역에 머물기보다 삶의 현장에서 비롯된 소재를 민속의 양식으로 형상화하여 일상과 노동 현장에 쓰임이 되는 판화, 삽화, 걸개그림, 깃발그림 등을 제작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미술작품 자체보다 미술가들의 토론과 협의, 민속미술 탐구와 제작과정에 중심을 두고 새로운 미술 양식을 만들어내고자 했으며 개인 창작보다는 공동제작, 노동자들의 미술교실, 문화학교 운영에 중점을 두었다. MA-03-00004368_1987년 제2회 《터》 그룹전에 찾아온 여성미술연구회 회원들의 단체사진, 12.5x9cmMA-06-00004311_1988년 제2회 《여성과 현실》전 포스터, 44.5x62cm이러한 단체활동으로 한국 사회와 미술의 민주화를 실현하려는 과제는 1990년대 들어 정치 사회적 분위기의 전환으로 급격히 추진력을 잃으면서 주요 단체들의 활동은 소강상태에 머물거나 해산의 수순을 밟았다. 이에 정정엽은 1990년대 전반 단체활동에서 벗어나 개인 회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전반에 집중적으로 제작한 회화로 1995년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정정엽은 팥, 곡식, 나물, 동식물, 여성 인물 등을 주제로 꾸준히 회화를 발전시키는 한편,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여성미술가 그룹을 결성하거나 몇몇 단체와 협업하는 공동창작 및 미술 밖 사회참여적 활동을 병행했다. 작업 방식 면에서도 개인 회화를 개인전과 단체전 등 전시에 꾸준히 발표하는 한편, 주변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설치, 퍼포먼스, 관객참여형 프로그램, 웹아트, 삽화, 영상 등 전통적인 미술의 경계를 넘는 탈 장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 특징이다. MA-01-00004017_1995년 《생명을 아우르는 살림》 도록, 19x26cmMA-06-00004098_2000년 《봇물》 엽서, 18x12cm1990년대 중반 이후 미술가로서 정정엽의 활동 방식은 개인전과 단체활동을 병행하는 것으로 전환되었으나 미술가의 사회적 참여와 여성미술의 모색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은 이후로도 정정엽의 삶과 예술에서 주요한 양대 축을 이루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개인 창작보다 공동제작에 힘쓰던 1980년대의 방식은 1990년대 이후에도 정정엽의 삶과 예술로 이어져, 정정엽은 개인 창작으로 단체활동의 경로를 확보하는가 하면 단체활동으로 개인 창작의 에너지를 얻으며 삶과 예술, 개인과 집단, 미술과 사회, 노동과 창작, 순수와 실천을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다.2. 컬렉션의 분류기준이와 같은 정정엽의 활동은 컬렉션의 구성과 계층 분류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579건의 수집자료는 ‘참여 전시 자료’, ‘활동 자료’, 그 밖의 ‘개인 기록', 세 시리즈로 구분하고, 세 시리즈는 각각 2, 3개의 하위 시리즈로 구분할 수 있다. ‘참여 전시 자료’의 경우 개인전과 단체전의 하위 시리즈로 분류하며, ‘활동 자료’의 경우 개인 활동과 단체 활동, 삽화의 하위 시리즈로 분류하여 살펴볼 수 있다. ‘개인 기록’에는 전시나 단체 활동으로 구분되지 않는 작가의 여행노트나 스크랩 등을 분류했다. MA-02-00004144_1983년 미술동인 두렁 그림책 제1집 『산 그림』, 19x26cmMA-02-00004267_1990년 두렁 재건을 위한 모임의 두렁 작품평가, 19x26cmMA-02-00004234_1994년 여성미술연구회 회의록, 19x26cm두렁의 민중미술과 여성미술연구회의 여성미술은 정정엽 컬렉션을 구성하는 두 축이며, 작업 방식 면에서 개인과 단체를 오가며 혹은 병행하며 활동한 것이 정정엽 컬렉션의 계층분류 기준이 된다. 정정엽이 개인 창작과 단체활동, 두 영역을 넘나들며 병행하고 있기에, 자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작가가 개인으로 진행하고 참여하는 미술전과 미술 밖 단체활동, 즉 여러 주변인과 협업하거나 상당 기간 단체활동으로 전시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참여전시자료’와 ‘활동자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단체전의 경우 주최 측의 초대로 작품만 출품하는 경우로 한정했으며, 단체활동은 미술 밖 단체활동이나 소속 단체 및 동료, 주변인과의 정기 회합과 모임, 전시 전후의 협업을 전제로 이루어진 전시를 포함했다.정정엽 컬렉션은 작가가 개인적인 회화를 일구어 가는 과정과 시기별 변천을 살필 수 있는 기록물이며, 또한 두렁과 여미연, 갯꽃과 인미협 등 인천지역 활동, 입김 그룹 등의 문서, 사진, 도록, 신문스크랩 등을 포함하고 있어 1980년대 말 이래 민중미술과 여성미술의 주요한 흐름과 전개를 살필 수 있다. 또한 작가가 미술과 미술 밖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발전시키며 개인의 예술과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글 | 권영진 (미술사학자)편집 | 김호정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사)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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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임동식 컬렉션
1. 컬렉션 개요임동식 컬렉션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개관을 위해 수집한 창·제작자 컬렉션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컬렉션이다. 임동식의 미술 활동 전반에 걸쳐 생산된 1,300여 건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는 특정한 주제로 분류·정리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맡긴 서술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명하게 구분되는 그의 예술적 활동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집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료의 정리와 기술에 기증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료의 구성을 가능케 하였다.1) 임동식의 아카이브는 1970년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여 서울로 상경하게 되는 미술 활동 초기 시절부터 2000년대로 이어지는 회화 작업에 이르는 시리즈로 구성된다. 2. 컬렉션 수집 과정 2018년 9월 자료 수집을 위해 대전에서 만난 임동식은 아카이브 수집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고 이는 작가의 기증 의사에 따라 진행한 수집 과정 내내 그러했다. 이후 몇 차례 공주 작업실 방문을 통해 자료의 규모와 구성, 수집 조건 등이 검토되었고 도록, 단행본 등의 자료나 기존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던 자료들은 수집팀이 직접 인수인계 받아 정리하였다. 반면, 작가가 직접적으로 추가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자료는 이만우 교수의 지원하에 작가가 직접 정리하고 주요 내용들에 대한 메모를 달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 전달하였으며 크게는 10년 단위로 하여 물리적 정리가 된 상태로 이전되었다. 사.진, 각 8×11cm (2)" width="300" height="224">MA-03-00006983, 1981년 공주 금강에서의 <일어나> 사진, 각 8×11cm 3. 컬렉션 구성야외현장미술의 기록1979년 서울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공주로 돌아온 임동식은 기존 미술의 영역에서 벗어나 자연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정신적 순수함과 그에 따른 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강구하고자 한다. 1980년 임동식은 홍명섭, 유근영과 함께 《금강현대미술제》를 개최하고 연이어 그룹 ‘야투-야외현장미술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한다. 이 시기 임동식의 작업은 자연 속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자연과 관계 맺는 작가의 명상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누군가 만들어낸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사고의 형태론적 발전 과정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이름 없는 풀잎의 흔들림을 바라보고 음미하며 자연에 감응하여 보다 넓고, 자유롭고, 진실하고, 깊어지는 자신과 자연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간다. 활동의 거의 대부분은 야외현장에서 이루어졌고 짧은 시간 자연에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작업들이었다. 작업과 함께 남겨진 자료는 당시의 현장을 유일하게 기록한 아카이브이자 작업 자체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이 그때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하고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임동식 자료의 특성이 컬렉션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MA-03-00007175, 1985년 함부르크에서의 <풀잎과 마주한 생각> 사진, 60×89cmMA-02-00006530, 1988년 제28회 야투 자료집 초안, 29.5×21cm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유학 1981년 독일에 사는 여동생의 권유로 시작된 함부르크에서의 유학은 임동식이 작가로서의 창의성과 형식의 다양성을 실험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종이를 오려내고 다시 붙이고, 담뱃불로 태우거나 지우개로 지우고 난 찌꺼기를 다시 붙이는 등 다양한 방식의 드로잉을 통해 수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해서 빠르고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독일에서도 공주 금강에서 함께 뜻을 두고 작업했던 젊은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한국의 야외현장미술을 독일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작업 활동에 대한 현지 미술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뜨거웠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1991년 공주에서 개최한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에 100여 명의 독어권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를 말해준다. MA-05-00007378, 1984년 <음향드로잉> 에스키스, 각 29.5×21cm예즉농 농즉예10년간의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임동식은 충청남도 공주에서 삶의 터전을 다시 세운다. 원골마을에 정착하고 여러 해가 지나면서 임동식은 자연과 교감하며 체험적 삶을 살아가는 농경주의적 시골 마을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서 공동체 미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마을에서 자연을 거울삼아 생명과 삶의 숨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만의 생각과 시각을 찾고자 했던 작가로서 자연미술에서 농촌 마을 공동체 미술로의 변화는 그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이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MA-05-00007271, <꽃 심기 화단조성 구역도> 스케치, 32.5×22cm MA-03-00007202, 1993년 원골마을 입주당시 작업장 환경을 담은 사진, 9×12.5cm4. 임동식 컬렉션은...임동식은 미술의 영역에서 벗어나 자연을 앞에 두고 이로부터 전해오는 감응에 따라 자신의 몸을 반응시켰다. 이는 야외현장 퍼포먼스, 자연미술 설치, 자료집 제작,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 실천으로 변환되며 최근에는 과거에 행했던 자연미술 작업을 회화로 재제작하거나, 기존 작품에 덧그리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현재 시재로 풀어내는 임동식 회화 작업들은 아카이브와 작업의 순환적인 구조를 가진다. 현장에 가까운 그의 아카이브를 통해 자연을 마주하는 그의 삶에 대한 이해와 태도에 가까이 다가가 본다. 글 | 김호정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사)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1) 2018년 9월 자료수집을 위해 대전에서 만난 임동식은 아카이브 수집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고 이는 작가의 기증의사에 따라 진행한 수집과정 내내 그러했다. 이후 몇 차례 공주 작업실 방문을 통해 자료의 규모와 구성, 수집조건 등이 검토되었고 도록, 단행본 등의 자료나 기존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던 자료들은 수집팀이 직접 인수인계 받아 정리하였다. 반면, 작가가 직접적으로 추가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자료는 이만우 교수의 지원 하에 작가가 직접 정리하고 주요 내용들에 대한 메모를 달아 수증기관에 전달하였으며 크게는 10년 단위로 하여 물리적 정리가 된 상태로 이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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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강홍구 불광동 작업 컬렉션
1. 컬렉션 개요강홍구 불광동 작업 컬렉션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디지털 자료로 수집한 컬렉션 중 하나로, 총 5,000여 점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컬렉션은 2002년 서울시에서 공표한 '뉴타운 시범사업 선정 계획' 이후 2017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불광3, 4, 5구역의 변화상을 강홍구 작가가 사진으로 기록하고 편집한 자료이며, '불광동 기록작업'과 '작품 및 작업과정', 그리고 '전시 관련 자료' 총 세 개의 시리즈로 분류되어 있다. 이 자료들은 이미 사라져버린 대상을 담고 있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특히 ‘불광동 기록작업’ 시리즈는 촬영 연도와 장소에 따라 분류되어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더불어 도시 곳곳을 산책하듯 다닌 관찰자의 시선을 따라가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강홍구는 현장에서의 촬영과 시간차를 두고 작업실로 돌아와 이미지를 선별하여 여러 장을 이어 붙이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데, 여러 장면을 매끄럽지 않게 이어 붙임으로써 드러나는 균열성은 다양한 모순을 가진 채 변화하는 도시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작품 및 작업과정’ 시리즈에는 ‘불광동 기록작업’을 기반으로 선별하여 작품 시리즈로 발표한 〈미키네 집〉(2005-2006), 〈수련자〉(2005-2006), 〈그 집〉(2010)의 최종 디지털 이미지 파일과 미완성 편집 과정들이 포함되어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장면의 연출을 위해 어떤 시도와 연출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 관련 자료’를 통해 사진을 통한 기록 작업이 어떻게 전시로 소개되고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사진과 미술 사이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강홍구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불광동 작업 컬렉션은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기억의 장면들과 함께 또 다른 과거를 불러일으키며, 삶이라는 현장 안에서 어떤 것들이 가장 먼저 사라지고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1차 수집(2017-2018) 당시 진행한 기증자 강홍구 인터뷰 장면2. 컬렉션 수집 과정기증자 강홍구는 2018년 자신의 대표 작업 중 완결된 시리즈로 간주한 불광동 작업 184건(5,087점)을 서울시에 기증하였다. 서울 일대의 변화를 주제로 작업한 기록물이 서울시에 보존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미술 현장의 다변화하는 흐름들을 포착한 자료들을 중요 수집 대상으로 삼고 있었기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수반된 다양한 변화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기능할 수 있는 불광동 작업을 중요한 수집 대상으로 삼고 기증 절차를 진행하였다. 강홍구의 사진을 통해 꾸준히 채집된 은평구 마을의 풍경들은 작가의 처음 의도와는 상관없이 기록 사진의 성격을 띠게 되면서,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품은 자료로 남아 있다. 특히 강홍구 작가의 대표 작업이라 할 수 있는 〈미키네 집〉(2005-2006), 〈수련자〉(2005-2006) 〈그 집〉(2010) 시리즈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자료와 더불어 작품으로 이어지는 창작 과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불광동 기록 작업과 더불어 강홍구가 20여 년간 지속해 오고 있는 ‘은평뉴타운 기록 작업’을 관련 자료로 보고 이후 추가적인 수집이 진행될 예정이다. MA-03-00002667, 2003년 8월 25일 불광5구역, 디지털 이미지 파일MA-03-00002687, 2005년 5월 5일 불광3구역, 디지털 이미지 파일3. 컬렉션 구성‘불광동 기록작업’ 시리즈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여 년간 촬영한 불광동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 원본 디지털 이미지 파일로 구성되어 있다. 원본 데이터로 수집되었기 때문에 사진 여러 장을 이어 붙이는 작가의 편집 프로세스 이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자료가 된다. 촬영 연도로 구분된 하위 시리즈 내에 날짜와 장소별로 구분된 파일들로 분류되어 있다. 시간적 순서에 따라 불광3구역에서 4구역 그리고 5구역으로 이어지는 뉴타운 개발 과정과, 2004년부터 시작된 불광3, 4구역 주민들의 철거와 이주의 경험, 2006년 이후 공터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2008년 첫 입주를 시작하는 불광동의 시간적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강홍구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특히 주민들이 떠난 자리에 무심하게 남아 있는 화단과 나무, 꽃, 버려진 오브제 등 사소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익명의 누군가가 두고 떠난 가족 앨범에는 결혼식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더 이상 사람들이 살지 않게 된 집들은 금속, 구리, 철제 대문들이 사정없이 뜯긴 모습으로 남아 있다. 특히 철거를 앞둔 빈집의 모습들을 촬영한 사진 자료는 ‘그 집’ 시리즈에 등장하는 집들의 편집 및 채색 이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가 된다. 2005년과 2006년에 해당하는 각 파일들을 통해 2006년 발표한 〈미키네 집〉과 〈수련자〉, 그리고 미완으로 남은 작품 시리즈 〈순이〉, 〈로봇〉 등을 위해 재개발 현장에서 발견한 오브제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장면 연출을 시도한 작가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작품 및 작업과정’ 시리즈는 ‘불광동 기록작업’ 시리즈에 기반하여 최종 완성작으로 발표한 〈미키네 집〉(2005-2006), 〈수련자〉(2005-2006) 작품 시리즈 전체와 불광동에서 촬영한 집들에서 선별한 〈그 집〉(2010) 작품 시리즈 일부의 최종 디지털 이미지 파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작업을 진행하며 미완의 상태로 남겨둔 ‘미완성 작업 관련 자료’시리즈를 통해 미발표작 〈로봇〉, 〈불광3구역〉, 〈불광4구역〉, 〈순이〉의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사진을 주매체로 삼은 작가가 각 장면의 연출을 위해 화면 밖에서 어떤 시도와 연출을 시도하였는지 상상하게 해주는 특별한 자료가 된다. MA-03-00002464, 2005-2006, 미완성-미키네 집-집,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3-00002570, 2005-2006, 미완성-수련자-그림자, 디지털 이미지 파일〈미키네 집〉과 〈수련자〉는 주민들이 떠난 자리에서 발견한 오브제를 적당한 장소를 찾은 후 연출하여 촬영한 시리즈이다. 강홍구는 불광동 재개발 구역에서 발견한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모형 장난감 오브제를 '미키네 집'이라 칭하고, 폐허가 된 재개발 현장에 위치시킨다. 또한 일본 격투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을 '수련자'라 칭하며 각 장면마다 중국 무협소설의 어휘록에 나올 법한 제목들을 부여하고, 마치 무공을 실행하듯 철근 잔해와 깨진 유리 조각 위를 넘나들며 수련을 이어 나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처럼 강홍구는 현실을 보여주는 재개발 현장에 허구적이고 유희적인 요소들을 삽입하여 잔혹한 현실을 은유하며, 놀이하듯 풍경에 개입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틀기 요소들은 재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점을 제시하거나 대변하기보다는, 현실과 한걸음 물러선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주기도 한다. MA-03-00002436, 2010, 〈그 집-불광3구역〉,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3-00002448, 2010, 미완성-그 집-불광3구역, 디지털 이미지 파일〈그 집〉은 철거 지역 내에서도 인상적인 집들을 촬영한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한 뒤 캔버스지에 인화한 후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색감들을 물감으로 채색하고 재구성한 작업으로, 작가의 작품 스타일 변화의 분기점이 되는 시리즈라 볼 수 있다. 본 컬렉션에는 〈그 집〉 시리즈 중 불광동 작업에서 선별한 일부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대형작업으로 발표한 〈그 집-불광3구역〉과 ‘미완성-그 집-불광3구역’은 여러 장면을 이어 한 장면으로 구성한 사진의 채색 작업 전후를 비교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는 사라져버린 ‘그 집’들의 이미지를 탈색하고 물감을 덧칠하는 행위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기록성을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작가만의 방식으로 대상을 기억하고자 하는 회상적 행위이기도 하다. MA-03-00002688, 2006년 로댕갤러리 개인전 《풍경과 놀다》 전시 설치 및 전경,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3-00002689,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2인전 《우리가 알던 도시: 강홍구, 박진영 사진전》 전시 전경, 디지털 이미지 파일‘전시 관련 자료‘는 크게 두 가지 파일로 구분된다. 첫 번째 파일은 2006년 로댕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 《풍경과 놀다》이며, 전시 설치 및 전경을 담은 디지털 이미지 파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미키네 집〉과 〈수련자〉 시리즈가 가진 독특한 스타일을 통해 작가로서 주목받은 전시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구분된다. 전시 전경 사진을 통해, 시리즈 제작 당시 활용된 실물 오브제들이 함께 전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파일은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2인전 《우리가 알던 도시: 강홍구, 박진영 사진전》의 전시 전경을 담은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다. 〈미키네 집〉, 〈수련자〉, 〈그 집〉으로 이어지는 불광동 작업의 주요 시리즈들을 출품한 전시라 볼 수 있다. 특히 가로 6m에 달하는 대형작업 〈그 집-불광3구역〉이 출품된 전시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또한 2005년 불광동 재개발 현장에서 발견한 가족 앨범들을 직접 공간으로 소환하여 설치에 활용한 전시 구성을 엿볼 수 있다.4. 강홍구 불광동 작업 컬렉션은...강홍구는 사진의 기록성과 디지털 이미지의 허위성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와 도시 주변 지역을 주요 주제로 삼으며 도시가 재편성되면서 일어나는 풍경의 변화에 주목해온 작가이다. 본 컬렉션은 2001년 불광동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우연적이면서 필연적으로 시작된 기록 작업이며, 작가를 대표하는 주요 작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한 장면의 사진을 이어 붙이거나 현장에 오브제를 개입시키고, 흑백사진 위에 채색을 하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이어 나가는 작가의 작업 진행 과정을 함께 엿볼 수 있다. 또한 불광동 작업은 대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기에 역사의 한 장면을 증명하는 자료이면서 작가의 개입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비현실적 장면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작가가 발표한 최종 작품과 미완성으로 분류한 이미지들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 안에서 선택이 지닌 의미와 아카이브와 작품의 경계에 대한 흥미로운 사유가 가능할 것이다. 글 | 이다영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원)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작성일
2021.12.15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용적률 게임》 컬렉션
1. 컬렉션 개요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용적률 게임》 컬렉션(이하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2016년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시 공원에서 진행되었던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이하 한국관) 전시와 2017년 3월 3일부터 5월 7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귀국전(이하 귀국전) 전시 아카이브 컬렉션이다.2016년에 개최된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총감독인 칠레 출신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라는 주제를 제안했다. 한국관의 예술감독 김성홍 및 5인의 공동 큐레이터(신은기, 안기현, 김승범, 정이삭, 정다은)는 용적률이라는 법적 규제를 한국 건축의 전선으로 해석하면서 이 법적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역학과 그 역학이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을 제시했다.이러한 한국관 전시의 집적으로서 《용적률 게임》 컬렉션에는 예술감독 체제의 첫해 예술감독의 선정부터 일련의 전시 기획 프로세스에 따른 홍보, 전시 연계 프로그램, 한국관 운영과 귀국전에 관련된 자료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예술감독 선정 과정 중 발표했던 프레젠테이션 자료들, 36개 건축물을 선정하고 데이터들을 분석했던 자료, 정량적인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고민했던 기획 회의 자료들 등이 있다.《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건축 전시 아카이브로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수집 대상자군의 확장성과 아카이브의 본래 의미인 행위 과정의 증거와 결과물이란 측면에서 주요한 의미를 가진다.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김성홍 예술감독과 공동 큐레이터로부터 생산되었다. 한국관 백서에 따르면, 2015년 11월 18일 예술감독 선정 이후 사전 조사와 전시 기획 회의를 위한 40여 차례의 회의, 자문위원 존 페포니스(John Peponis)와 의견을 주고받았던 서신(이메일)부터 귀국전 이후 백서 작업까지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층위의 자료들이 생산되었다.2. 컬렉션 수집 과정 2017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총 6차례의 미팅 등을 거쳐 구체적 수집 방법·협약에 따라 수집 절차가 마무리되어 수집할 수 있었다. 수집의 방식은 영구 기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큐레이팅팀, 서울시의 3자 협약으로 진행되었다.귀국전 종료 후 물리적 전시물은 해체되거나 폐기된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표, 건축물 사진, 전시 참여 필진의 글, 디자인 작업 등 대부분의 전시 관련 디지털 자료는 김성홍 예술감독이 보관 중에 있었고, 각각의 공동 큐레이터들 및 일부 참여 건축가에게 전시 영상 자료, 데이터 분석에 활용한 기초 자료, 전시 시각화 자료, 일부 전시장 모형, 전시 진행 과정 사진 등을 입수할 수 있었다. 2017년 7월 17일 서울시립대학교 김성홍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1차 수집 사업(2017-2018) 관련 김성홍 교수 면담3. 컬렉션 구성본래 김성홍 예술감독으로부터 수집한 자료의 원래의 분류는 연도별(2015년, 2016년, 2017년)로 크게 구성되어 있었고, 공동 큐레이터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는 큐레이터별로 담당했던 주요 기획 범위에 따라 생산된 자료들로 각각 상이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처럼 각각의 큐레이터가 서로 다르게 정리했던 자료들을 전시 아카이브의 특성을 고려하여 재분류하였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의 기획-실행-운영 등 하나의 전시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재정리하였다. 공동 큐레이팅팀의 협업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자료의 출처별로 분류와 정리를 진행하는 것보다, 전체 전시 과정 단계별로 재배열하는 것이 이용자들이 《용적률 게임》 컬렉션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하였다. 또한 대부분 전자적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여러 소장자(처)들에 같은 맥락에서 같은 자료가 중복적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지점도 고려되었다.이러한 분류 및 정리의 결과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크게 한국관 전시 시리즈와 귀국전 시리즈가 있으며, 전시의 진행 과정 및 과제별로 하위 시리즈로 구성하였다.한국관 전시 시리즈는 하위 시리즈 8개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주요한 하위 시리즈로는 김성홍 예술감독이 선정위원회에서 발표하였던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 ‘착수’ 시리즈가 있다. ‘조사연구’ 시리즈는 공동 큐레이터들이 여러 데이터들을 정제한 이차적 데이터 자료 및 연구 분석 자료들 등이 있는데, 서울시 구별 용적률 자료, 1973년부터 2000년까지 건페율 및 용적율 변화 자료, 강남의 슈퍼 블록 패턴의 구문 및 매개변수 분석 자료 등이 그것이다. ‘전시기획’과 ‘전시실행’ 시리즈는 한국관 전시의 자문 위원의 역할을 했던 존 페포니스(John Peponis)와 주고 받았던 메일, 전시를 기획하였던 큐레이팅팀의 회의록(주제, 작가 선정, 일정 등), 다양한 데이터와 다이어그램 등을 시각화하려고 했던 자료, 한국관 현지 공간디자인을 위해 참조하였던 한국관 사진들, 전시장 도면, 렌더링 파일들이 포함되어있다.귀국전 시리즈의 하위 시리즈는 3개로 ‘전시실행’,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전시운영’이 속해있다. ‘전시실행’ 시리즈는 귀국전을 위해 추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영상 촬영, 귀국전 전시장 평면도, 추가로 제작된 건축물 모형과 전시 설치물이 포함되어 있다. MA-02-00000061, 예술감독 선정 프리젠테이션 자료, 디지털 문서 파일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커미셔너-예술감독이 분리된 첫 해의 전시이며, 예술감독 선정위원회에서 발표했던 김성홍 예술감독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용적률 게임》 컬렉션의 주요 자료 중 하나이다. 발표자료에는 2012년 8월 7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김성홍 예술감독의 “용적률 게임” 기사를 포함해 한국관 전시의 초기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용적률 게임의 삼각축”, “용적률 게임의 선수들”의 다이어그램이 있으며, “용적률 게임의 다양한 현상을 모으고, 한국 도시와 건축을 해부하고, 변화와 실험의 단서를 찾는” 한국관 전시의 기획의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전시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보여주며, 다른 자료들과의 비교를 통해 최초의 전시계획이 회의를 통해서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한국관이란 물리적 공간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확인하여 컬렉션의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MA-02-00001245, 서울특별시 건물 용적률 히스토그램, 디지털 문서 파일한편, 본 《용적률 게임》 특별호였던 『건축』 2016년 12월호에서 안기현은 한국관 전시는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것으로 이는 기왕의 건축적 해석(심미적 정성적 분석)과 다르다고 평했는데,1) 이러한 측면에서 김승범 공동큐레이터가 분석한 사용승인년-용적률 산포도 다이어그램은 《용적률 게임》 컬렉션에서 주요한 자료이다. 최종 산포도 다이어그램은 나오기까지 건축물대장, 도로명주소지도, 연속지적도 등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36단계에 이르는 데이터 정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자료이다.2) 이 자료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밀도문화, 서울의 건축물들과 용적률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승범 큐레이터의 말에 따르면, 가로로 진한 선들은 법적 강제성과 관련된 것으로,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이전는 (일반주거지역) 건폐율 상한선, 2000년대 이후는 1~3종 일반거주지역의 용적률 상한선(150%, 200%, 250%)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4.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오늘날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 아카이브를 본격적으로 수집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여타 미술관과 차별성을 두는 지점은 미술아카이브의 수집 범주를 확장 시켜 창작자와 더불어 매개자(기획자, 연구자 등)을 포함시키려는 것에 있다. 용적률 게임의 플레이어가 통제자(제도와 법)-소비자(시장)-공급자(건축가, 건설자 등)의 삼각축이라고 한다면, 마치 미술아카이브의 플레이어는 통제자(제도와 법)-소비자(관람객 등)-공급자(창작자, 매개자)의 삼각축에 주요한 공급자로서 매개자, 즉 기획자를 포함시켰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용적률 게임》 컬렉션의 단면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전시를 구현해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행정기관, 큐레이터, 건축가, 작가,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시를 풀어내는 과정은 매개자 아카이브 컬렉션만의 특성이다. 특히 한국관 전시는 “작가를 조명하려는 전시라기보다, 리서치에 관한 ‘큐레이터의 전시’”라고 볼 때,3) 여타 다른 건축전시 혹은 건축전시 아카이브보다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층위에서 《용적률 게임》 컬렉션은 그 가치가 충분하다. 한편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정다영의 언급처럼 2010년대 전후로 건축 전시가 증가하고 있고 미술관에서 건축은 확장된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서의 위상을 부여 받아,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4) 이를 고려한다면, 미술관에서 ‘소장품’이나 ‘자료’로서 건축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수집할 것인가를 되물을 수 있으며, 《용적률 게임》 컬렉션이 그 시도이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한국 건축계에 본 한국관 전시는 건축의 개념화된 언어로부터 거리를 두고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환경의 지형도와 이에 접근하는 건축적 제안과 한계, 그리고 이후의 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던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용적률 게임》 컬렉션의 자료들은 전시 패널, 도록 이외 외연화 되지 못한 자료를 재해석하여 서울의 새로운 지적 지형도를 그릴 수 있는 맹아(萌芽)가 되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글 | 조은성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기록연구사)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1) 안기현, 「용적률, 디자인과 분석의 매개체로서 」, 『건축』 제60권 12호 통권 451호(2016): 392) 김승범, 「용적률 게임의 규칙 : 35년의 역사」, 『건축』 제60권 12호 통권 451호(2016): 463) 「좌담 2016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리뷰와 총평」, 『건축평단』 2016 가을호(2016): 3054) 정다영, 「전시를 매개로 확장하는 건축」, 『건축』 제60권 12호(201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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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노원희 「바리데기」 삽화 컬렉션
1. 컬렉션 개요노원희 「바리데기」 삽화 컬렉션은 2007년 1월 3일부터 6월 21일까지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황석영의 연재소설 「바리데기」에 수록된 노원희의 삽화 컬렉션으로, 2017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1차 수집의 일환으로 수집되었다. 본 컬렉션은 크게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삽화’, ‘삽화 참고자료’,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스크랩 자료’, ‘《연재 삽화전 바리데기》 (아트스페이스씨, 2007)’ 총 네 가지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본 컬렉션을 통해 반년에 걸쳐 매일 소설 속의 새로운 장면을 화폭에 담아 온 작가의 지난한 작업 과정은 물론, 문학과 미술을 연결하는 ‘신문 연재소설’의 특수한 매체적 특징과 소설가가 쓴 텍스트의 특정 지점이 화가의 손을 거쳐 독자가 감상할 수 있는 시각 이미지로 재해석, 재창조되는 일련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2. 컬렉션 수집 과정 노원희 「바리데기」 삽화 컬렉션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1차 수집 사업의 일환으로 수집되었다. 예비 접촉 및 수집을 위한 자료를 파악하기 위하여 우선 사전 면담을 통해 작가의 기증 의사를 구두로 확인하였고, 작가가 기자 및 교수로 재직하며 작성한 기사, 사진, 다수의 글, 메모 등이 수집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히었다. 이후 1차 방문 시에 한겨레에 연재된 황석영의 연재소설 「바리데기」에 삽입된 삽화 122점에 대한 디지털 파일의 기증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2차 방문 시에는 삽화의 디지털 자료로써 전체 121회분 및 예고편 1회의 이미지 파일, 삽화 중간 및 수정 단계의 파일과 작업을 위한 참고 사진을 복사하여 입수하였다. 또한 작가가 직접 수집한 삽화 연재본 스크랩북을 대여하여 개별 디지털화 진행 및 입수된 디지털 자료를 대상으로 네 가지의 항목으로 나누어 목록화를 진행하였다. 이후 마지막 방문 시에 작가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작품에 담겨있는 작가의 소회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1차 수집 사업 노원희와의 인터뷰, 신영동, 2018년 1월 23일 3. 컬렉션 구성 컬렉션은 크게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삽화’, ‘삽화 참고자료’,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스크랩 자료’, ‘《연재 삽화전 바리데기》 (아트스페이스씨, 2007)’ 로 구성되어 있다.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삽화’는 2007년 1월 3일부터 6월 21일까지 『한겨레』 신문을 통해 연재되었던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에 수록된 120여 점의 원본 디지털 삽화 이미지(아크릴화 작업 후 디지털 촬영, 편집한 최종 기고 이미지) 모음이며, ‘삽화 참고자료’는 작가가 작업을 위해 수집한 인터넷 TV드라마 이미지 및 여행 사진, 인물 포즈와 표정을 참고하기 위해 직접 촬영한 가족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스크랩 자료’는 신문 게재 원본이 담긴 스크랩북을 스캔한 자료이며, 마지막으로 ‘《연재 삽화전 바리데기》 (아트스페이스씨, 2007)’는 2007년에 개최된 작가의 개인전에 소개된, 작가가 선별한 52점의 아크릴화 이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MA-02-00002996, 2007년 3월 21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6장 55회 스크랩,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2-00003062, 2007년 6월 21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12장 121회 스크랩, 디지털 이미지 파일본 컬렉션에서 중요하게 관찰해볼 만한 지점 중 하나는 노원희의 이전 활동들과는 다른 작품 세계를 관찰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대적 상황과 현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포착해 온 그는, 「바리데기」의 삽화 작업을 통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포착하여 그려낸다.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작업한 것이 고통에 처한 주인공 바리의 눈앞에 나타난 ‘비현실적’인 악령들의 환영을 그려낸 <6장 55화 ‘샹 언니를 끌고나가 옷을 벗기곤…’>의 삽화라고 밝힌 지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MA-05-00002763, 2007년 3월 21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6장 55회 삽화,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5-00002847, 2006년 12월 27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예고기사 삽화, 디지털 이미지 파일 또한 ‘한겨레 연재소설 「바리데기」 삽화’ 시리즈와 ‘삽화 참고자료’ 시리즈를 통해 실제 삽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작가의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바리데기」의 세계를 시각화하기 위하여 작가는 런던과 연변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실제 공간들의 풍경은 물론 작가 자신과 가족들의 다양한 자세를 촬영하여 삽화 작업에 참고하였다. 그는 소설 속 9.11 테러가 일어나는 순간의 장면을 그리기 위해 실제 사건의 사진들을 참고하고(10장 93회), 주인공 바리가 생명의 물을 찾고자 구리거울로 마왕에게 대항하는 장면을 그릴 때는 직접 거울을 든 자세를 취하기도 하였다(12장 116회). 완성된 삽화와 참고자료를 병치하여 관찰해 봄으로써 활자로 쓰여있는 소설 속 인물과 사건들을 재해석하는 미술가의 시선을 따라가 볼 수 있을 것이다. MA-03-00002935, 2007년 6월 14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12장 116회 삽화 참고자료,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3-00002921, 2007년 5월 7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9장 88회 삽화 참고자료, 디지털 이미지 파일 MA-03-00002938, 2007년 6월 20일 『한겨레』 황석영 연재소설 「바리데기」 12장 120회 삽화 참고자료, 디지털 이미지 파일4. 노원희 「바리데기」 컬렉션은...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 「바리데기」 세계의 면면을 삽화로 담아내는 작업은 1980년대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대적 상황과 현실을 비판적이고 리얼한 시선으로 포착해 온 그의 이전 회화 작업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반년 동안의 삽화 작업 결과물과 이를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참고했던 각종 참고자료들, 완성된 삽화가 소설 본문과 결합된 형태로 공개된 신문 스크랩 및 개별 작품으로 공개된 전시 자료로 구성되어 있는 노원희의 「바리데기」 삽화 컬렉션은 문학과 미술을 연결하는 ‘신문 연재소설’의 특수한 매체적 특징을 보여준다. 이는 소설가의 텍스트가 화가의 손을 거쳐 독자가 감상할 수 있는 시각 이미지로 재창조되는 일련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카이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글 | 안세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원)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1) 노원희는 1960년대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사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취재와 편집 등 신문 제작과 관련된 활동을 하였다. 「[우리모임] 고원용 <한국IBM 전무> .. ‘함춘 프레스클럽 60’」, 『한경뉴스』, 1998년 2월 23일,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199802230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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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김용익 컬렉션
1. 컬렉션 개요김용익 컬렉션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건립 과정 초기에 수집한 컬렉션 중 하나로 1970년대 초 대학 시절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의 김용익 생애 전반에 걸쳐 수집, 생산한 약 1,000여 건의 자료로 구성된 컬렉션이다. 김용익은 1974년 데뷔 후 현재까지 모더니즘 미술에서부터 개념주의 미술, 공공·생태미술을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흔히 계보로 설명되는 미술 운동·사조 중심의 서사에 잘 포착되지 않는 미술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대학 졸업 후부터 오랜 기간 교육가로 활동했다.1) 따라서 김용익 컬렉션은 시기별로 변화해온 그의 작업 양식과 활동 범주에 따라 구성되어 여러 사조와 운동을 넘나들었던 김용익 작업과 활동을 서술한다.2) 단 하나의 명제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의 저서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의 제목처럼, 김용익의 다양한 작업 경향과 활동 전반에는 왜 미술을 하는지, 왜 미술이 그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의 아카이브에 더 가까이 다가설 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그의 사유, 작업, 실천이 변화되는 과정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 2. 컬렉션 수집 과정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개관 전 1차 수집(2017-2018) 당시 2017년 7월 20일 국제갤러리 아카이브실에서 진행한 김용익 작가와의 자료 분류 모습김용익 컬렉션의 수집은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2017년 7월 4일의 첫 미팅에서 출발하여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개관 전 1차 수집 사업(2017-2018), 그리고 2021년의 2차 수집 사업으로 완료되었다. 1단계 수집 과정에서는 지역에 들어서는 공공 문화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김용익의 공공적 활동에 대한 자료가 우선적인 수집 대상으로 고려되었다. 김용익의 2000년대의 공공미술, 생태미술 작업 관련 자료와 경원대학교에서의 미술교육 관련 자료, 각종 작가 노트와 일부 작품 관련 전자자료가 2018년 기탁되었다. 2021년 3년간의 기탁이 완료된 시점에서 김용익이 추가적인 자료의 기증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유관 기관의 협조하에 기존의 기탁 자료 및 자택, 작업실, 전속 갤러리 등에서 보관 중인 자료 일체가 2021년 10월 기증되었다. 3. 컬렉션 구성 김용익 컬렉션은 ‘작품 및 전시 관련 자료’, ‘미술제도 관련 활동’, ‘미술교육 자료’ 및 ‘개인 자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및 전시 관련 자료’ 시리즈는 작품에서의 주요한 조형적·내용적 변화를 따라 다시 시기별 하위 시리즈로 분류되었다. ‘미술 제도 관련 활동’은 공공미술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인위원회’ 및 이어진 일련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의 활동에 대한 자료들로, 비슷한 시기의 ‘작품 및 전시 관련 자료’ 시리즈와 연관하여 읽어볼 수 있다. ‘미술교육 자료’ 시리즈는 1991년부터 재직했던 경원대학교에서의 강의, 졸업 전시 기획 등 교육자로서의 김용익의 활동에 대한 자료가, ‘개인 자료’는 1970년대부터 그가 작성해 온 작가 노트, 스케치, 석사 논문 관련 자료, 각종 기고문 등이 포함되어 생애 전반에 걸친 그의 글쓰기 실천과 사유를 볼 수 있다. 개념적인 것을 시각적인 것으로 연결하기: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작품, 전시 관련 자료’ 시리즈김용익은 홍익대학교 조소과·회화과 졸업생들의 모임이었던 ‘에스쁘리’의 4회전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1974년 데뷔하였다. 1970년대에 걸쳐 1990년대까지 김용익은 〈평면 오브제〉 시리즈를 포함 ‘판지’, ‘빗금’, ‘조각’ 시리즈, 소위 ‘땡땡이’라 불리는 〈가까이...더 가까이... 〉 등 여러 형태의 연작를 제작했다. 스프레이로 주름을 표현한 천을 다시 주름지게 걸어 평면상의 주름 표현과 주름진 오브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평면 오브제〉 시리즈, 실제 판지와 연필 드로잉을 하나의 평면에 표현한 ‘판지’ 시리즈 등에서 평면 위에 입체 환영을 표현하는 전략을 드러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서양의 전통적인 회화가 추구했던 입체의 환영을 부정한 서구 모더니즘의 양식 그리고 이를 수용한 한국 모더니즘 양식을 다시 한번 비튼다. MA-06-00002340, 1978년 10월 16일 ギャラリー 手 김용익 개인전 리플릿, 76.5×19cmMA-03-00002277, 1997년 금호미술관 김용익 개인전 설치전경 등 사진, 디지털 이미지 파일 이는 순수한 무언가로서의 작품, 영구히 보존해야 할 무언가로의 작품이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그의 견해와 맥을 같이한다. 그의 작품은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재료보다는 광목천, 판지, 종이 등 연약한 재료를, 견고한 형태나 정제된 양식보다는 부드러운 형태나 불균형한 구조, 희미한 드로잉 등의 양식을 보여준다. 또한, 과거의 작품을 그대로 보존하기보다는 1997년 금호미술관의 개인전처럼 과거의 작품을 개작 또는 재제작하거나, 작품을 바깥에 그대로 내어두어 자연과 세월의 흔적을 남기거나, 그것을 다시 포장하거나 위에 덧칠하는 등 후일 자신의 작품을 재방문하여 새로운 작업으로 옮겨가는 방식을 전개하였다. MA-06-00002341, 1982년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관훈미술관 김용익 개인전 리플릿, 52×25cm 이렇듯 김용익 컬렉션의 자료들을 살펴보면, 작품의 시기별 조형적 변화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면서도 이러한 조형적 구분을 가로지르는 일련의 개념의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1982년 관훈미술관에서 열린 김용익의 개인전에 출품된 ‘판지’ 시리즈에 대하여 이일은 “천작업에서의 일류전 효과를 시각적 명증성으로 대치”시킨 작업으로 평하면서 개념적인 요소에 더해 “작품을 시각적 대상으로서 문제 삼고 있는 점”이 김용익 작업의 핵심임을 상기시킨다.3) 즉, 〈평면 오브제〉 시리즈의 개념이 ‘판지’ 시리즈로 옮겨와 다른 시각적 형태로 구현되었음을 가리키며 후일 김용익이 계속해서 천착해 갈 개념들을 예견하고 있다. MA-03-00002303,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2011) 출판을 위해 2011년 6월 7일 촬영한 <가까이... 더 가까이> 시리즈, <절망의 완수> 시리즈 등의 작품 전체·디테일 사진, 디지털 이미지 파일 1990년대 초 김용익은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가까이...더 가까이...〉 시리즈를 발표한다. 일명 ‘땡땡이’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일련의 작업은 원 또는 사각형의 패턴이 하얀 평면 위에 배열된 작업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하게 적은 텍스트, 식물을 짓이겨 희미하게 칠한 붓질이 드러나는 평면 작품이다. 1990년 김용익이 해당 연작을 구상했던 초기에 제작한 〈무제〉(종이 3겹으로 구성된 드로잉, 100×82cm)의 경우도 기하학적 패턴이 겹쳐 있는 화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품이 만들어진 경위, 부질없는 미술에 대한 김용익의 텍스트가 쌍을 이루는 두 개의 작품에 적혀있다.4) 〈가까이...더 가까이... 〉 시리즈는 미니멀한 화면 위 작가의 주저함을 간직한 듯한 표현들을 희미하게 드러내면서 ‘모더니즘 이미지에 흠집내기’의 작업이 된다. MA-03-00002293, 1998년 《도시와 영상 – 의식주》에 설치된 김용익 작품 사진, 디지털 이미지 파일 1990년대 후반 김용익은 캔버스나 종이라는 매체를 벗어나 더 확장된 작업으로 시리즈를 전개한다. 그가 참여한 《’98 도시와 영상전—의식주》, 《동북아와 제3세계 미술》 관련 자료들은 ‘모더니즘적 이미지에 흠집내기’라는 개념을 회화라는 매체를 넘어 전시 공간과 제도라는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8 도시와 영상전—의식주》의 김용익 출품작은 명제표 작업, 플래카드 및 배너 작업 및 엽서 작업 등 전시 연출이나 진행을 위해 사용하는 실용적 물건으로 제작, 전시 내·외부 곳곳에 설치 또는 사용되었다. 김용익은 교환가치를 가진 현대미술 작품과 실용가치를 지닌 물건을 동일시하고 전시장 안과 밖을 해체해 전시장 안에 놓이는 감상의 대상으로서 제도화된 미술의 개념을 재고하고자 했다. 또한 플래카드, 배너 등이 전시장 밖에 설치되면서 그의 작업은 공공적 장소라는 새로운 컨텍스트를 발견했고 2000년대 공공미술 작업으로 이어진다.개념적인 것을 발언적인 것으로 연결하기: ‘2000년대 작품, 전시 관련 자료’ 하위 시리즈와 ‘미술제도 관련 활동’ 시리즈2000년대에 김용익은 자신의 회화를 다시 꺼내어 그 위를 덧칠하는 〈절망의 완수〉 시리즈 등과 같은 회화 작업도 지속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공공·생태미술 작업을 많이 제작하였다. 김용익은 1999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최민 전시 총감독의 해촉에 반발하여 결성된 ‘광주비엔날레의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인위원회’ 위원장, 1998년의 대안공간 풀 설립, 2003년 미술인회의 창립 등에 참여하면서 그간 이어온 불합리한 미술 제도와 행정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술 제도를 제시하는 데에 적극 활동했다. 이러한 활동들에 관한 자료들은 김용익 컬렉션의 ‘미술제도 관련 활동’ 시리즈로 분류되어 당시 미술 현장의 상황과 다양한 단체, 조직들의 성립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2000년 양평으로 이주하기도 한 그는 이러한 활동들을 계기로 작업에 더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공공·생태미술의 작업을 펼쳐 나갔다. MA-05-00002240, 2000년 7월 양평 프로젝트 관련 홀 내부 바닥 붉은 벽돌 및 풀에 대한 시안 문서, 21×29.7cm 김용익이 처음으로 공공미술을 제작한 것은 〈양평프로젝트/프로젝트〉로, 양평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박물관 유치를 위해 ‘2000, 새로운 예술의 해’ 기획 공모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것이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 양평에서 모은 벽돌을 깔고 그 사이로 식물들을 자라나게 하면서 양평의 농수산물을 파는 등의 이벤트를 펼친 〈양평프로젝트/프로젝트〉가 되었다. 2000년대의 작품 등에 대한 자료로 구성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작품, 전시 관련 자료’ 하위 시리즈는 〈양평프로젝트/프로젝트〉 외에도 〈Eco-anarchism Project—Deserted Park〉, 〈날 그냥 흐르게 좀 내버려둬〉, 〈서경별곡〉 등 공공 프로젝트별 관련 자료와 1990년대 작품을 다시 덧칠하여 지우는 〈절망의 완수〉 시리즈 관련 자료, 개인전 및 단체전 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과 자연과 생애, 삶과 죽음 등에 대한 고찰을 담은 김용익의 다양한 활동들을 보여준다.계속되는 사유: ‘개인 자료’ 시리즈‘개인 자료’ 시리즈에는 김용익의 작가 노트, 메모, 스케치, 기고문, 석사 논문 관련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 노트나 메모, 기고문 등 김용익이 썼던 글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개인 자료’ 시리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김용익은 오랜 기간 글을 써왔는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가는 구상의 글, 당시의 사건과 세태, 미술 현장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언하는 글, 더 나아가서는 작품 위에 적은 텍스트처럼 미술 하기의 하나의 방식으로써의 글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을 생산했다. 이처럼 ‘개인 자료’ 시리즈의 자료들은 작품, 작업 관련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사유, 작품이 구상되거나 구체화 되어가는 과정, 작품 외의 활동들을 펼친 계기 등을 담고 있다. 오랜 기간 그가 실천한 글쓰기는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단순히 사실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작업으로서의 글쓰기를 일찍이 실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용익에게 글쓰기는 시각적 매체를 벗어나 텍스트로 매개로 하는 삶 속의 예술 실천이었다.특히 김용익의 ‘개인 자료’ 시리즈에는 ‘작가 노트, 메모, 일기’ 파일로 분류된 자료들이 있는데, 70년대에서 80년대에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외국 문헌 자료들을 번역하여 필사하거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의 타이틀 아래 관련 문헌들의 부분들을 발췌하여 적은 노트들이 다수 있다. 중간중간에 해당 사안, 이슈, 명제 등에 대하여 그의 생각을 적은 메모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료들은 70년대부터 80년대 사이,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해외 잡지 기사 등을 구해보며 자신들의 작업과 활동을 논리적으로 또는 학술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당시 미술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개인 자료에는 김용익의 작품이나 활동 자체를 설명할 수 있는 정보 이외에도 당시 무엇이 중요한 관심사였는지, 무엇이 주요하게 논의되었는지, 어떤 교류들이 있었는지 당시의 현장의 맥락 역시 담겨있다. MA-02-00001996, 1961년 『20세기미술』 및 『구상의 혁명(アラン·ジュフロワ)』 필사 원고, 26×17.7 cm 4. 김용익 컬렉션은... 김용익 컬렉션은 그의 다양한 활동과 작업의 반경을 비춘다. 이러한 김용익 작업 세계의 유동성은 그의 작업을 현실주의 계열의 작업으로도, 모더니즘 계열의 작업으로도 분리할 수 없는 주요한 이유로 보인다. 그의 작품 활동, 미술제도 관련 활동, 개인 자료들은 그가 현실주의적 표현 방식은 채택하지 않았지만 사회에 대한 미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 관점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특히 70년대에서 80년대의 작품은 표현의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개념미술과 교차되는 지점이 있으며, 그의 초기 기고문 등은 표현양식에 관계없이 미술의 전위적 성격에 대한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미술의 전위적 성격이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이 자료들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용익의 아카이브를 미술 현장의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면, 김용익의 작업과 아카이브의 넘나듦은 양분화된 한국현대미술 서사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용익 컬렉션은 현대미술의 또 다른 지도들을 가리키며 한국현대미술의 다른 기록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제시하고 있다. 글 | 유예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사)교정 교열 | 강유미 Copy Editing: Yumi Kang 1) 이솔, 「김용익: 단절된 미술사의 교차점에서」, 『김용익—가까이... 더 가까이...』(서울: 일민미술관, 2016), 196-197, 214-220. 이솔은 작가의 전기적 정보, 교육, 사사 등의 요소로 예술적 성장을 서술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김용익의 다른 작가, 비평가 등과의 만남에 관심을 두고 그 에피소드들이 이야기하는 인지의 지점들을 파악하려 했다. 그 에피소드 중 하나는 광복 60주년 특집으로 『월간미술』에 실린 미술협회·운동들의 형식적, 제도적 관계에 대한 지도, ‘한국현대미술사연표 1945-2005’에서 김용익이 제외된 것을 인지한 에피소드를 서술한다. 커다란 2개의 축이 만들어내는 이 연표의 서사에서 가로축으로 가로지르는 김용익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평가한다. 2) 함영준, 「가까이...더 가까이...: 김용익의 반성적 실천」, 『김용익—가까이... 더 가까이...』(서울: 일민미술관, 2016), 6. 2016년 일민미술관의 김용익 개인전 《김용익—가까이... 더 가까이...》 전시 서문에서 함영준은 김용익의 작업 전반의 변화를 서술하면서 김용익이 추구한 길은 민중미술과 모더니즘 미술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두 종류의 미술이 화해될 수 있는 새로운 미술언어를 고민한 초극적 미술이라 정의한다; 석지훈, 「김용익의 개념주의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2021. 석지훈은 1974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김용익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작품의 조형성이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됨을 추적하며, 한국의 ‘개념주의’ 미술의 흐름을 재정의하고자 한다.3) 이일, 「개념적인 것과 시각적인 것」, 《金容翼展》 전시 리플릿(서울: 관훈미술관, 1982).4) 김용익,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서울: 현실문화연구·포럼에이, 2011), 48-51.
작성일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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