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2000)는
이운식이 1990년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1년간 머물면서 대리석에 흥미를 느낀 이후 제작한 석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소재인
물고기에 대해 작가는 북한 사회의 실상을 먹고 먹히는 물고기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검은 대리석으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검은색 물고기는 태극문양의 한 쪽처럼 보이는데, 이는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북 출신인 작가는 전쟁과 남북 분단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작품화했다.
이운식(1937- )은 1960년 서울대학교 조각과를 졸업했다. 1990년 Carrara 문화협회화랑(밀라노, 이탈리아), 1992년 동숭미술관(서울), 2002년 인사아트센터(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단체전으로는 1963년 《원형회 창립회전》(신문회관, 서울), 1978년 《정부수립 30주년 기념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87년 《한·중 예술전》(세종문화회관, 서울/국립역사박물관, 대만, 중국), 1997년 《현대조각의 단층 초대전》(일민미술관, 서울), 2001년 《21세기 한국현대미술의 원로작가 100인전》(세종문화회관, 서울), 2008년 《한국 현대조각초대전》(MBC호반광장, 춘천) 등에 참여했다. 1962년 제1회 신인예술상 조각부 수석, 1965년 강원도 문화상(현대예술부문), 1988년 제2회 예총문화상(공로상), 2002년 제34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미술부문) 등을 수상했다. 1974-94년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 및 학과장, 1975-80년 국전 추천작가 및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1998-2001년 한국조각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운식은 전후(戰後) 한국 현대조각의 1세대로, 구상 조각에 반기를 들고 전위조각의 실험을 추구하며 1963년 창단한 ‘원형회’의 창립동인이다. 1960년대 그는 다양한 용접조각을 시도했지만, 이후 금속을 완전히 녹여 형상을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1960년대 초반 작품에는 실존주의적인 면모가 나타나는데, 이북 출신인 그가 어린 시절 겪은 6.25 전쟁과 4·19 혁명의 시대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은 그가 제1회 신인 예술상에 출품한 <파멸>(1960)에서 잘 나타난다. 이후 그는 남북 분단의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적과 백>(1970), <민족의 가교>(1971) 등에서 38선으로 인한 분단의 아픔을 용접조각으로 표현했다. 1990년 이운식은 이탈리아 대리석 산지 카라라에서 1년간 머물면서 대리석에 관심을 갖게 되어, 1992년 개인전에 대리석으로 여성의 상반신을 추상화 한 <꿈>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