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 컬렉션 ≪일어서는 삶≫
작가 김인순(金仁順, 1941– )은 한국 여성주의 미술가이다. 사회를 반영하는 리얼리즘 미학과 현실주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 작가는 한국 여성의 사회적 현실을 예술로 표현했다. 여성해방운동을 실천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여성의 시대적 가치를 탐색했다. 더욱이 여성이 가진 긍정의 힘과 생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한국의 자생적 여성미술을 민족적 조형언어로 구축하고자 했다. 2020년 작가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 연구와 미술사적 기록 보존을 위해 양평 작업실에 있는 작품 106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기증 작품은 작가 본인의 작품 96점과 1980 – 90년대 여성미술 운동을 실천한 여성미술연구회(여성미술분과, 1986 – 95), 그림패 둥지(1987– 89), 노동미술위원회(1990 – ) 등이 공동 제작한 걸개그림 10점으로 구성된다.
김인순 컬렉션은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여성 작가들은 1980년대 한국 여성운동의 영향을 받아 여성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작품 활동을 펼쳤다. 김인순 작가는 최초의 페미니즘 전시로 기록되는 제2회 《시월모임 – 반에서 하나로》(1986)를 기획했다. 여성미술연구회와 그림패 둥지를 조직하고 한국여성단체연합과 교류하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현실을 작품으로 그렸다. 나아가 여성의 고유한 경험 가치를 고민했다. ‘모성’을 중요하게 여긴 작가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낳고 길러내는 여성의 존재를 ‘뿌리’에 비유한다. 시대 상황을 예술로 반영하고자 한 민족미술협의회(1985)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김인순은 민족주의 여성미술가이기도 하다. 여성민중의 계급 현실을 비롯한 노동과 육아에 관심을 뒀고, 노동미술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자의 삶을 공감하는 회화를 제작했다. 또한 여성의 관점으로 ‘역사’ ‘통일’ ‘산하(山河)’ 등의 주제를 그렸다. 김인순 컬렉션에는 여성미술연구회 연례전 《여성과 현실》(1987 – 94)의 출품작이 포함되어 한국 여성사를 아우르는 한국 여성미술의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 구성
이번 전시 《일어서는 삶》은 김인순이 천착했던 ‘여성’이란 주제의 예술적 실천을 들여다본다. 작가의 여성주의 태도는 여성 존재의 애환에서 시작한다. 그는 여성의 건강한 의지와 생명 에너지가 인류의 평등하고 밝은 미래를 이끈다고 믿었다.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총 20점의 작품과 아카이브가 출품된다.
[1] 첫 번째 섹션 ‘여성이란 이름으로’는 현실과 역사에서 소외되고 희생된 여성들의 서사를 작가가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2] 두 번째 섹션 ‘움켜쥐는 아름다움’은 역경에 맞서며 결실을 이룬 여성들의 굳건한 모습과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을 피우는 자연의 근원적 여성성을 살핀다.
[3] 세 번째 섹션 ‘생명, 빛의 여정으로’는 인류의 축복인 잉태의 기쁨을 민족미술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에서 여성의 우주 창조적 가치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살펴본다.
김인순 컬렉션 《일어서는 삶》을 통해 한국 여성미술에 관한 관심을 제고하고 다양한 연구와 논의들이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