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미술연구 / SeMA 소장품
광화문, 2008, 황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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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연도 2008
  • 재료/기법 캔버스에 유채
  • 작품규격 130.5×194cm
  • 액자규격 -
  • 관리번호 2019-244
  • 전시상태 비전시
작품설명
<광화문>(2008)은 다소 음울해 보이는 잿빛 하늘 아래 광화문 공사 현장을 그린 작품으로, 전면에 붉은색에 가까운 진한 주홍색 줄이 그어져 있는 가림막이 수평으로 드리워져 있다. 그 뒤로 마치 상복을 입은 듯 희멀겋게 칠해진 경복궁 전각들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분위기로 그려진 이 작품은 일상에서 감지되는 ‘영원과 죽음’, ‘정지’를 목격하면서 일종의 ‘애도’를 떠올리며 그린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도로의 표지선과 가림막, 주홍색 수평선, 전각 지붕의 선들, 그 위로 보이는 북한산의 능선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사뭇 경쾌하기까지 하다. 뿌연 회색조와 대비되는 변화무쌍한 선의 조화가 심심한 풍경을 심심하지 않게 만든다. 황세준이 그리는 도시의 ‘진경’이 감상자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양가성에 있다.

황세준(1963- )은 198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4학년에 중퇴했다. 1989년 《황세준》(한강미술관, 서울), 2006년 《인물과 풍경》(쌈지스페이스, 서울), 2009년 《번잉》(175갤러리, 서울), 《심심한 풍경》(인사아트센터, 서울), 2016년 《오리행 행행》(산수문화, 서울), 2018년 《시간의 희망》(산수문화, 서울), 2020년 《행진도착》(아트비트갤러리, 서울) 등의 개인전을 가졌다. 1986년 《만화정신》(그림마당 민, 서울), 1987년 《반(反) 고문》(그림마당 민, 서울), 1992년 《도시/대중/문화》(덕원미술관, 서울), 1993년 《미술의 반성》(금호미술관, 서울), 1994년 《민중미술 15년: 1980-199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1년 《돌아온 유령―현실과 발언 창립 21주년》(대안공간 풀, 서울), 2018년 《두 번째 풍경》(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0년 《2020 우민보고》(우민아트센터, 청주) 등 단체전에 참가했다. 미술전문지 『포럼 A』 편집위원, 1999년 문화개혁시민연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대안공간 풀(2010년부터 ‘아트스페이스 풀’로 명칭 변경) 기획사무국 디렉터를 맡았으며, 2005년 시각예술비평 계간지 『볼 Bol』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황세준은 1980년대에 민주화 투쟁 속의 장면과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 그에 따르면 현실의 참혹함을 잊기 위해서는 이런 ‘도상’들이 필요했고, 따라서 그것은 상징적으로나마 그 참혹함을 잊지 않으려는 일종의 속죄의 도상이었다.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그는 대안공간의 전시 기획과 미술 전문지 필진을 병행하다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도시와 일상의 정경을 통해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평범한 거리의 풍경, 주변 일상의 장면들은 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되었다. 그의 회화는 연관 없는 장면들을 병치시키고 익숙함 속의 어색함을 이끌어냄으로써 화면 전체를 낯설게 만든다. 이는 감상자로 하여금 지극히 익숙하고 일상적이라 지나쳤던 것을 다시 돌아보고 의심하게 한다는 점에서 일상과 현실의 재발견, 또는 민중미술 이후 동시대 작가들의 현실 참여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