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2001)는 평온한 냇가의 풍경을 그린
박순배의 수채화 작품이다. 작가는 수채화의 투명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이전까지 유화를 주로 다루던 경력을 살려 색채의 중후한 맛을 강조하는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풍경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소재가 ‘시각적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취사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절경을 찾아 그리거나, 관념적 재구성을 통해 아름다운 화면을 구현하려 애쓰지 않는다. 이런 작업 태도는 작가의 종교관과 밀접하다. 그는 ‘세상 만물은 존재하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그 자연스러움을 화폭에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순배(1947- )는 경희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수채화 과정을 수학했다. 2001년 춘천미술관과 단성갤러리(서울)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춘천지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1년 제5회 나혜석여성미술대전 특선, 2005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006년 목우공모미술대전 르살롱회장상, 2009년 춘천미술상 본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수채화협회, 춘천 여성미술작가회, 춘천 카톨릭미술인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춘천미술협회 수채화분과위원장, 한국수채화협회 지역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순배는 초기에는 유화작업을 하다가 1990년대 말부터 수채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작가는 종교적 신념을 토대로 세상의 모든 만물을 아름답게 바라보면서, ‘자연의 숨결이 편안하게 스민 그림’ 작업을 소망하고 있다. 수채화로의 전향은 그것이 유화보다 맑고 투명하게 대상을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작업 태도는 작품에 나타나는 소재들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1년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생명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과일과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기물들을 다루는 정물화, 잔잔한 냇가와 평온한 숲 등을 그린 풍경화를 발표했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아름다운 꽃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골풍경 등으로 옮겨갔다가, 2008년경에 이르면 이름 모를 들풀들과 공사 현장, 폐가 등에까지 닿는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화폭에 담겠다는 소박한 포부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선택하고, 그에 대해 담담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