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2009)는 사각형의 평면에 높이를 달리하는 두 개의 직사각형 입방체가 부조처럼 돌출해 있고 각각 다른 톤의 색조로 붉은색이 채색되었다. 색채와 볼륨감의 차이로 이 작품은 단순히 2차원의 회화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오가는 시각적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작품을 전체적으로 붉은색으로 통일하여 채색했으나, 높이를 달리하는 면에 미묘하게 다른 색조의 붉은색을 칠했다. 이로써 공간적 부피감과 시각적 일루전이 교차하며 한 작품 속에서 동일성과 다양성이 구현된다. 관람자는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오가는 현상학적 체험으로 작품을 관람하게 된다.
정은주(1964- )는 계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국립대학(Hochschule fur Bildende Kunste Braunschweig)에서 조형예술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2004년 갤러리M(대구), 2009년 한기숙갤러리(대구), BIBI space(대전), 2010년 《사물을 거부하는 색들》(시안미술관, 영천), 2011년 《Tetris》(봉산문화회관, 대구), 2014년 《Painting & Cubes》(갤러리소현, 대구)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3년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는 제6회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되었다.
정은주는 기하학적 추상의 작가다. 주로 사각형, 육면체 등의 입체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채색하여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업은 모더니즘의 색면회화나 미니멀리즘 작품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작품을 전체적으로 균일한 색면으로 처리하지 않으며 구조물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고, 채색하는 색채의 농도나 광택에 차이를 두어 다양한 운동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먼저 목재로 구조물을 만들고 이음새를 메우고 다듬는 것으로 시작하여, 완성된 구조물에 물감으로 채색하는 과정을 10여 차례 반복하면서 매끈한 오브제에 색채의 깊이가 더해진 작품을 완성한다. 높이를 달리하는 부조 형식의 구조물에 색조를 달리하는 채색을 부가하여, 3차원의 형상과 높이의 변화에 따른 그림자가 2차원의 색면과 결합하면서 모더니즘 평면성의 신화와는 변별되는 실재하는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작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