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2007)은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 예를 들면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 같은 곳에 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하체의 이미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의미하고, 왼쪽 하단의 작은 캡슐은 두통을 의미하는 알약을 표시한 것이다. 반복적인 조각도의 흔적 위에 신체의 일부만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보여주는 이 작품은 현대인이 느끼는 강박적 어지러움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리고 배경의 짧은 선들의 누적된 흐름은 현대 사회의 혼돈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승아(1985- )는 2007년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와 2008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했다. 2010년 《이승아 초대전》(노아이갤러리, 서울)과 《결국, 연결되어 있다》(street139, 서울), 2011년 《작은 파문》(대안공간 눈, 수원), 《BELT 2011 선정작가전》(조현갤러리, 서울), 2012년 《이승아 초대전》(갤러리 at, 남양주)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단체전으로는 2005년 《현대판화공모전》(세종문화회관, 서울), 2006년 《서울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7년 《홍익판화가협회: 한국, 호주 현대판화 교류전》(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2007년 《서울미술대전: 판화》(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0년 《겸재 정선 내일의 작가》(겸재정선미술관, 서울) 등에 참여했다. 2005-06년, 2010년 현대판화공모전 입선, 2006년 공간국제비엔날레 입선, 2010년 겸재 정선 내일의 작가 공모전에서 입선했다.
목판화를 전문으로 하는 이승아는 특정한 이미지를 묘사하기보다 조각도가 지나간 흔적을 반복, 배열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칼이 지나간 흔적과 크기, 배열 등에 변화를 주어 단조롭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반복적인 칼의 흔적으로 화면의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공간 이미지는 일정한 시각적 흐름과 공명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에 신체의 일부분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대입한다. 이승아의 목판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주로 신체의 일부분인데, 완전한 신체는 등장하지 않는다. 절단된 신체의 부분들이 각각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다. 신체의 일부분은 절단되어 있기에 살아 움직일 수 없지만, 무언가 이야기하고 움직이는 모습이라 기이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