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981)은
민정기의 대표적인 ‘이발소 그림’으로 호수에 떠있는 백조와 돛단배, 물레방아가 있는 초가집, 물동이를 지고 있는 여인의 모습 등 풍경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상투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981년 제2회 현실과 발언 동인전인 《도시와 시각》에 포함된 이 작품은 소박한 이발소 벽에 걸려 있을법한 키치 화풍의 회화를 순수미술로 상징되는 전시공간에 발표하며 소수의 엘리트주의에 매몰된 주류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민정기(1949- )는 197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83년 《사람들, 빛나는 정신들》(서울미술관, 서울), 1996년 《양근에서 오대산으로》(가람화랑, 인사갤러리, 서울), 2004년 《본 것을 걸어가듯이》(마로니에미술관, 서울), 2016년 《민정기》(금호미술관, 서울), 2019년 《민정기》(국제갤러리, 서울) 등 개인전을 열었고, 1980-86년 《현실과 발언 동인전》, 1994년 《민중미술 15년: 1980-199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7년 《경기, 1번 국도》(경기도미술관, 안산), 2010년 《한국 드로잉 30년: 1970-2000》(소마미술관, 서울), 2016년 《사회 속 미술―행복의 나라》(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9년 《셩: 판타스틱 시티》(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6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민정기는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풍경에 담아 그린다.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할 당시 그 이야기는 사회·정치적인 것과 연결되었고,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그림을 뜻하는 ‘키치(Kitsch)’로 칭해지는 그의 일련의 작업에서는 서민들과 소통이 가능한 이야기를 담았다. 1980년대 사회 제도와 일상적 삶의 이면에 집중했던 작가는 이후 경기도 양평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일련의 고지도 형식의 풍경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각 지역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통해 역사와 정보를 체득하고 인문학적 자료들을 참고하여 생생한 마을의 현재를 구축해냈다. 따라서 실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겼다기보다 땅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담아낸 그의 작업은 산수화와 지도, 그리고 풍경화라는 정해진 양식에 머무르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