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미술연구 / SeMA 소장품
그리니치 빌리지, 1969, 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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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연도 1969
  • 재료/기법 종이에 잉크, 수채
  • 작품규격 31.5×22.5cm
  • 액자규격 57.5×47.5cm
  • 관리번호 1998-095
  • 전시상태 비전시
작품설명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천경자의 회화는 채색화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기행회화, 수묵담채화, 삽화, 드로잉 등의 작품들도 많이 남아있다. 1969년부터는 3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기행회화는 해외여행에서 느낀 감흥과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한 후 채색한 그림들로, 해외여행을 통해 이루어낸 천경자 회화의 독립 장르이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의 기행 스케치화는 여행지에서 빠르게 펜이나 연필로 그린 후 수성물감을 사용하여 엷게 채색했다. 1969년 남태평양 군도와 유럽에서 그린 기행회화는 빠르게 펜이나 연필로 그린 후 엷게 채색한 선묘 중심의 데생력이 돋보인다. 1974년 아프리카 기행부터는 원시적인 미감을 반영하여 스케치 선묘 위에 과슈로 채색하였고, 기행회화는 선명도 높은 원색적인 화면으로 변모되었다. 기행 초기에는 현장 스케치화들이 많은 반면 여행이 거듭될수록 화려한 색감과 환상적인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채색화로 고착되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서 천경자는 기행회화를 단순히 기록화의 개념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신비한 담긴 화면을 창출해냈으며, 채색화의 독립된 장르로 완성시켰다. <그리니치 빌리지>(1969)는 뉴욕 청바지를 입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뉴욕 청년들의 일상을 담은 기행 스케치화이다. 천경자는 뉴욕 8번가 아파트에 머물면서 지하철 10분 거리의 그리니치빌리지에 모여 있는 미국 젊은이, 히피들의 모습을 자주 스케치 했다. 그리니치빌리지는 팝아트 같은 현대미술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히피족이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다. 천경자는 낯선 이국의 생경한 일상, 순간순간 포착되는 호기심을 담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스케치했다. 간결한 선묘로 형태를 그려나갔고, 과감하게 대상을 부분적으로 생략함으로써 조형감각을 드러낸다. 그리고 청바지, 강아지와 같이 강조하고 싶은 인상을 부분적으로 채색함으로써 당시 뉴욕 청년들의 사회적 풍모를 확인하게 해준다.

천경자(1924-2015)는 1943년 도쿄 소재 여자미술전문학교(女子美術專門學校)를 졸업했다. 1954-7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운영위원·분과위원장·심사위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등을 역임했다. 1946년 제1회 개인전(전남여고 강당)을 시작으로 1995년 ≪천경자 회고전≫(호암갤러리)까지 2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1955-8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추천·초대작가 출품을 포함하여 1967년 ≪말레이시아 정부초청 초대전≫, 1969년 제10회 ≪상파울로비엔날레≫, 1977년 ≪한국 현대동양화 유럽순회전≫ 등 6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55년 『여인소묘』를 시작으로 자서전 『내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9), 기행수필집, 화문집 등 총 18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여 수필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55년 대한미술협회전 대통령상, 1971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1975년 3·1문화상, 1979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83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으며, 1999년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한국예술평론가협회)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