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닫기 확인 닫기 가이드 강홍구 컬렉션 연구조사 가이드 이전 다음 목록으로 돌아가기 URL 복사 인쇄 강홍구 컬렉션 연구조사 가이드 <p style="text-align:right;">글 | 박영선(사진·매체미학, 독립연구자)<br>작성일 | 2022.12.20</p><p><br><span style="font-size:21px;"><strong>1. 사전 정보</strong></span><br> <br>현대미술가 강홍구(姜洪求, Kang Hong Goo, b.1956- )는 한국사회가 후기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디지털기술의 영향 아래 급변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미술계에서 컴퓨터와 디지털매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작가가 드물던 당시에, 강홍구는 대중매체가 생산한 각종 시각이미지들을 컴퓨터와 스캐너 등의 디지털 장치를 써서 재조직한 키치적인 합성사진 연작들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후 현재까지 약30년간 디지털사진을 주 표현매체로 하고 회화, 영상, 입체, 집필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중첩적으로 활용하며 왕성하게 작업 중이다.<br>강홍구 작가 연구에서는 세 가지 점이 기본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강홍구가 창작 활동 초기에 스스로를 ‘B급작가’라고 호명한 점이다. ‘B급작가’라는 표현에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조건과 개인적 현실에 발 디딘 ‘변방’의 작가로서 자신의 길을 가보겠다는 강홍구의 미학적·정치적 입장과 전략이 함축되어 있다. 이 전략은 이후 30년간 그가 수행한 도전적인 여러 작업들을 관류한다. 둘째, 강홍구의 예술실천에서 디지털사진이 중요해지는 맥락이다. 강홍구는, 디지털사진 매체가 글로벌한 차원에서 당대성(contemporariness)을 생산하는 1차적이고 결정적인 ‘대중’시각매체임에 주목했다. 서양미술사가 신화화한 고급미술의 문법으로부터 탈주해서 변방으로부터의 미학적·정치적 발화를 시도할 여지가 많음을 간파하고 디지털사진을 주 매체로 선택했다. 셋째, 강홍구는 자본주의・대중문화・일상성・공간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감각적 사유와 발상, 그리고 현실 비평과 작업 개념이 담긴 다량의 밀도 있고 빼어난 글들을 집필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사회현실-현대미술-일상-시각이미지-디지털사진 등의 관계를 탐구한 10권의 단독 저서(작가 표현으로는 “대중적인 미술 소개서”)를 비롯한 다수의 단행본를 출간했고, 자신의 모든 개인전 도록 서문을 직접 쓸 만큼 지적 탐구심과 독립성을 지닌 작가이다. 이 저작들은 그가 30년간 생산해온 시각이미지 작품들과 교직되어 강홍구 예술실천의 독특한 장을 이룬다.<br>강홍구의 예술실천은 완성된 과거형이 아니라 변화·전개 중인 현재진행형이다. 때문에 작가 연구에서 대표작 위주의 접근 방식은 권하지 않는다. 강홍구의 창작 주제와 방법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에 따라 생성되고 변하는지를 검토하고, 그 변화의 저변을 관류하는 작가적 태도와 사회정치적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 생산된 작품과 저작들을 교차시키며 전체적으로 개관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이 가이드에서 ‘4. 작가의 저작 목록’을 별도로 작성했다. 이런 맥락에서 주된 참고 자료는 다음과 같다.<br> <br><strong>강홍구, 『강홍구 1996-2010』, 원앤제이갤러리, 2010</strong><br>2010년 원앤제이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 《그 집》에 맞추어 발간된 도록이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작품 도판들을 선별 수록했다. 대중시각이미지와 스캔이미지를 합성한 〈불〉, 〈나는 누구인가〉, 〈도망자〉 등 초기 연작들에서부터 디지털사진기로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재구성한 〈그린벨트〉, 〈한강시민공원〉, 〈드라마세트〉, 〈바다〉, 〈부산〉, 〈생선이 있는 풍경〉 연작, 도시재개발 풍경을 다룬 〈오쇠리 풍경〉, 〈수련자/미키네 집〉, 〈사라지다〉 연작, 그리고 사진을 기반으로 한 페인팅과 드로잉 이미지 연작인 〈그 집〉에 이르기까지 15년간의 작업 흐름을 개관할 수 있다.<br><br><strong>강홍구, 『강홍구』, 한국현대미술선 036, 헥사곤, 2017</strong><br>2017년 원앤제이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 《안개와 서리》에 맞추어 발간된 도록이다. 10년간 촬영한 고양신도시 개발풍경 사진을 재구성한 《안개와 서리》 연작 외에 2012년 이후 발표된 사진을 기반으로 한 페인팅과 드로잉 이미지 형식의 《녹색연구》, 《서울산경》, 《언더프린트》 연작의 작품도판들을 선별 수록했다.<br> <br><strong>강홍구, 『집, 꽃, 마을—은평 뉴타운의 기억 강홍구 사진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2021</strong><br>2021년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집, 꽃, 마을···》의 전시도록이다. 작가가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은평뉴타운 재개발 과정을 촬영한 사진들을 선별·수록했다. 사진들은 2000년 초 당시 촌락 중심으로 이루어진 농경사회의 공간적 구조가 남아있던 도시 변두리 마을들이 철거되고 고층아파트단지가 세워진 2020년까지 약 20년간의 풍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수록된 모든 사진은, 〈그 집〉 연작에서처럼 사진 파일을 가공하고 그 위에 페인팅과 드로잉을 덧입히기 ‘이전’의 즉 작품화되기 이전의 이미지이다. 이 도록은 디지털사진 자체가 지닌 ‘기이한’ 기록성, 생활공간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는 배후 요인, 공간과 인간의 관계 등에 대한 건축학적·사회학적 질문들을 담고 있다.<br> <br><strong>강홍구, 「포스트모더니즘 연구―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기초이론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strong> <strong>석사학위논문, 1990</strong><br>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사회에 수입되어 현저한 영향을 미친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연구한 강홍구의 석사학위논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발생, 개념, 인식론적 근거, 이데올로기적 성향 등을 모더니즘과의 관련 속에서 조망하고, 이질적 역사발전 단계들이 중첩되어 있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에 입각한 비판적 검토를 시도하고 있다. 1980-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강홍구가 모색한 작가적 대응의 단초를 찾을 수 있는 저작이다.<br> <br><span style="font-size:21px;"><strong>2. 이해를 위한 배경정보</strong></span><br> <br><strong>강홍구의 삶</strong><br>1957년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 속한 작은 섬 어의도의 소농 집안에서 출생하여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목포중고와 목포교육대를 졸업하고 6년간 교사 생활을 한 뒤 홍익대 서양화과에 다시 입학했다. 35세에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논문으로 홍익대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스스로를 ‘B급작가’로 호명하며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시각이미지들을 재조직한 합성사진 연작을 발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21세기 한국사회의 대중문화와 일상성, 도시화에 따른 생활공간 변화를 다층적으로 탐구한 디지털사진 기반 이미지 연작들을 왕성하게 발표 중이다.<br> <br><strong>포스트모더니즘 </strong><br>강홍구는 1988년 홍익대 대학원 재학 시절,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의 본격적 발현’으로 평가되는 ‘뮤지엄’ 그룹의 《U.A.O.》 전에 참여했고, 1990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연구한 석사학위논문을, 1995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작가인 앤디 워홀에 대한 소개서 『앤디 워홀―거울을 가진 마술사의 신화』를 발간했다. 강홍구에게 포스트모더니즘은, 1980-90년대 한국사회에서 소비자본주의가 본격화하던 격변기에 기존 모더니즘 미술제도에 저항할 정치적·미학적 전략을 만들어가는 데 참조할 ‘대안의 한 가능성’으로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주요사항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실천은, 강홍구 작업의 축인(‘B급작가’로 언명된) 의도적 비속성, 진리의 일원성에 대한 불신에서 나오는 유희적·양가적·다층적·탈주적 태도, 현대의 일상성에 대한 집요한 관심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1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br> <br><strong>B급작가</strong><br>강홍구는 1996년부터 제작한 〈나는 누구인가〉, 〈도망자〉 등의 합성사진 연작들을 발표하는 두 번째 개인전 《위치, 속물, 가짜》를 1999년 금호미술관에서 개최했다. 전시 리플릿에 쓴 글 「펄프 픽처」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급 미술이 아니라 B 아니면 C급 미술이다.” 강홍구는 스스로를 B급미술을 하는 ‘B급작가’라고 불렀다. ‘B급작가’라는 자기호명에는, 서구중심 예술사에서 설정한 소수의 천재적 창조자 즉 ‘A급작가’ 신화와 모더니즘적 고급미술의 문법에서 탈주하여, 시각이미지 생산자 또는 시각정보의 재조직자로서 자신의 길을 가보겠다는 강홍구의 작가적 태도와 정치적·미학적 전략이 함축되어 있다. 이러한 ‘B급’의 전략은, 그가 자본주의 상품논리에 따라 쉽게 사라져버리는 광고사진과 영화스틸을 비롯한 포르노이미지·만화·낙서 등 비속한 시각이미지들과 시각정보를 재조직하거나, 대중의 평범한 일상을 둘러싼 생활공간의 변화에 관심 갖고 디지털 사진을 주매체로 삼아 탐구해온 전체 작업 과정을 관류한다.<br> <br><strong>일상, 일상성</strong><br>강홍구의 30여년 간의 작업과정에서 소재와 사용매체, 형식 면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초기 합성사진 연작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전체 작업에서 집요하게 다루어지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일상생활’ 또는 ‘일상성’이라 할 수 있다. 앙리 르페브르는 『현대세계의 일상성』에서 현대 세계를 ‘소비 조작의 관료사회’로 정의한다. 국가와 자본이 결탁한 익명의 관료적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현대인의 일상은 노동 시간과 그것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여가 시간으로 분리되고,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로 분열되며, 이 양자는 시스템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최대한으로 상품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의 배후는 거의 의식되지 못한다. 정치적·상업적 광고가 선택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환상을 부추기며 대중의 소비욕구를 조작하는 장이 바로 현대인의 일상이자 현대세계의 일상성이다. 그런데 일상은, 그것을 비일상적으로(총체적으로) 접근할 경우 은폐된 국가-자본 권력관계의 역학이 폭로될 수 있는 변혁가능성의 장이 되기도 한다. 강홍구는 이러한 일상의 양면성을 간파하고 일상 읽기와 일상 뒤집기를 다층적으로 시도해왔다. 그의 일상성 탐구는 도시재개발과 인간-공간 관계 탐구를 통해 심화된다.<br> <br><strong>디지털사진</strong><br>강홍구에게 디지털사진은 세계에 대한 파편적 시각정보를 산출하고 그 파편적 정보를 수월하게 재조직할 수 있는 매체로서 기능한다. 즉 중성적인 그러나 믿을 수 없는 대중 영상이미지에 후반작업을 가함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시선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개입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를 실행하기 위해 디지털사진을 선택했다. 따라서 그에게 디지털사진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사진을 뜻하지 않는다. 2003년 개인전 《드라마 세트》 전시 도록에서 그는 “사진을 찍고, 사진에 약간의 조작을 가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현실 자체의 죽음, 그러나 죽음이 아닌 다른 것으로 느껴지는 무엇이었다.”고 말한다. 이 죽음 아닌 다른 무엇은 자본주의적 교환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이미지화된 사물 즉 사용가치의 구체적 맥락이 제거된 파편적이고 추상적인 상품 형식과 관련된다. 작가는 자신이 제작한 사진이미지가 “파편화된 세계를 파편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위장”일 뿐이며, 이 위장은 사진의 인증력을 비롯한 사진에 기반을 둔 모든 시각매체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불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작가는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와, 그것을 불신하는 자신의 개인적 시선을 최대한 충돌시키기 위해 디지털사진을 그 수단으로 선택했다. 강홍구의 이러한 매체적 입장은 후기자본주의 대중사회에서 ‘창조’가 아니라 ‘검색’, ‘재조직’, ‘충돌’, ‘쐐기박기’를 수행하는 ‘B급작가’의 미학적·정치적 전략에서 비롯된다.<br> <br><strong>도시재개발</strong><br>한국에서 도시재개발은 1976년 박정희 유신시대에 도시계획법과 별개로 추진법이 제정되어 그 강력한 법적 지지대를 갖게 되었고, 2000년대 들어 수도권 변두리를 비롯해서 전국 군소도시에서 광범위한 도시재개발이 진행된다. 강홍구는 2000년 전후부터 주로 서울 변두리 지역에 거주해오면서 도시화로 인한 도시 변두리 생활공간의 폐허화와 폭력적인 도시재개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 경험은, 〈오쇠리 풍경〉, 〈미키네 집〉, 〈수련자〉, 〈사라지다―은평 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 〈그 집〉, 〈안개와 서리〉 연작으로 이어지는, 방법적 차이는 있지만 공간 파괴와 변화를 기록/기억하고 그 기이한 풍경의 배후를 탐구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애초에는 전통적인 사진의 기록성에 기댄 작업을 할 생각이 없었으나, 원주민들이 지켜오던 농경문화의 공간 감각과 구조를 지닌 변두리 마을들이 도시재개발사업에 의해 순식간에 파괴되고, 원주민들은 세간조차 챙기지 못한 채 대부분 어디론가 쫓겨나가고, 그 대신 외지인들로 채워지는 비싼 고층아파트단지가 세워지는 충격적 풍경을 목도하면서 일단은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강홍구는 지금도 진행 중인 은평뉴타운 재개발 과정을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기록한 사진들을 구역별로 정리하여 2021년 개인전 《집 꽃 마을···》에서 발표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강홍구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정보 재조직 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분절된 프레임들을 붙이는 정도로만 최소한으로 손질된 사진들이었다(「은평뉴타운 2002-2021」, 《집 꽃 마을···》 전시도록). 은평구 도시재개발은 강홍구의 30여 년의 작업 과정에서 주제와 형식 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후 강홍구의 예술실천에서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 탐구’가 큰 축을 이루게 된다.<br> <br><strong>〈그 집〉 </strong><br>2010년 원앤제이갤러리에서 개최된 동명의 개인전에 발표된 연작의 이름이다. 강홍구의 전체 작업 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형식적 변화를 보여준다. 강홍구는 이 연작에서, 전국 각지의 재개발 현장에서 촬영한 디지털 컬러사진 파일을 흑백으로 전환하고 프레임을 이어 붙여 출력한 흑백사진 바탕 위에 사진이미지를 따라서-지우면서, 포개면서-어긋나게 물감으로 색칠하고 그림을 덧그리는 방법을 썼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사진을 기반으로 한 페인팅과 드로잉 이미지” 연작이다. 강홍구의 일관된 미학적 전략은, 통치의 장치 또는 지배이데올로기라는 배후에 의해 작동되는 사진 기반 대중시각이미지의 공식적 사실성에 작가의 개인적·주관적 시선과 기억을 최대한 충돌시키려는 것이다. 〈그 집〉에서는 이 전략이 합성사진·디지털사진 연작들에서처럼 디지털 이미지와 정보의 재조직이 아니라, 사진과 회화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형식적 시도를 통해 발현된다. 이 이미지들은 사진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제3의 이미지로서, 사진과 회화의 매체적 특성들을 교차시키고 한편으로 그 틈새를 증폭시키면서 탈주의 여백 또는 실마리를 남겨둔다. 〈그 집〉 연작에서 발표된 이 형식은 현재까지 10여 년간 〈녹색연구 1, 2〉, 〈언더프린트〉, 〈서울산경〉, 〈신안바다〉 연작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br> <br><strong>프록세믹스(proxemics)</strong><br>‘공간사용법’, ‘공간학’이라고 번역된다. 강홍구가 도시재개발을 다룬 일련의 연작들에 이어 인간의 생활공간 자체에 대한 진지하고 지속적 탐구를 수행하는 데 영향을 미친 개념으로,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제안했다. 홀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은 문화의 핵심이며 삶 그 자체인데, 서로 다른 문화는 노력하면 공유되거나 비슷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다른 개인이나 집단은 동일한 감각자극에 대해 서로 다른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되며, 인간이 만드는 건축물과 도시환경은 문화의 이러한 선택적 여과과정이 표현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문화가 다르면 공간이 달라지고, 다른 공간은 다른 사람을 만들어낸다. 문화-공간-경험-사람 간의 순환적 상호작용 때문에 획일적 도시재개발이나 문화통합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자신의 문화적 패턴에 맞는 적절한 공간을 지키려는 욕구가 있는데, 도시건설과 재개발이 이 근본 욕구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br>강홍구는 2013년 개최된 《사람의 집―프로세믹스 부산》 전시 도록에서 사람의 집을 찍는다는 것은 “마을을 이루는 집들이 가지는 건축적 원초성, 혹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 찍은 멋진 사진이 아니라 “기록적 측면과 집과 길들이 가지는 개별적인 존재감이 섞여 다큐와 개인적인 시선 사이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6년 개인전 《청주―일곱 마을의 도시》에서 청주라는 하나의 대도시를 ‘문화가 다른 일곱 개의 시골마을’로 기술·묘사하는 독특한 방법들, 그리고 2022년 1부가 발표된 〈신안 바다〉 연작의 전체 구성이 총체성을 띠는 측면 등을 프록세믹스의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br><br><strong>〈신안 바다〉</strong><br>강홍구가 2005년부터 17년간 진행 중인 연작으로, 그 1부는 2022년 서울 원앤제이갤러리, 신안 저녁노을미술관과 암태창고미술관에서 발표되었다. 이 연작에서 강홍구는 자신이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신안의 변모한 풍경을 비롯해서 해양 생물들의 삶과 죽음, 마을, 사람, 일 등 삶의 총체적 변화상을 자신의 개인적 기억과 충돌/중첩시키며 탐구한다. 신안군의 섬 지도 그림, 디지털 풍경사진, 사진 기반 드로잉과 콜라주 이미지, 영상 작품들로 구성된다.<br> <br><span style="font-size:21px;"><strong>3. 관련 키워드</strong></span><br> <br>B급작가, 변방,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던 리얼리즘, 포럼A, 이미지와 정보의 재조직, 자본주의, 소비사회, 대중매체, 대중문화, 일상생활, 일상성, 대중시각이미지, 합성사진, 디지털사진, 유희성/양가성/충돌/탈주, 농경문화, 풍경, 공간, 도시재개발, 포스트모던 사회학, 프록세믹스(proxemics), 사진적 기록, 개인적 기억, 회상, 〈그 집〉, 〈신안 바다〉</p> 이전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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