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sia Organ〉은 전기 공급이 끊긴 세계, 그 종말 이후에도 여전히 반응하는 공간을 제시합니다. 환기구, 파이프, 주름관, 케이블 등 인공 생태를 지탱하는 하부 구조물들로 구성된 벽면은 숨겨진 입력값에 의해 간헐적으로 작동합니다. 출처 불명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벽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게 하며, 신기루처럼 그 생명력을 드러냅니다. 작품 제목의 ‘오시아(Ossia)’는 음악 용어로, 본래의 악절을 대체하거나 변주하는 구절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유기체를 뜻하는 ‘오르간(Organ)’이 결합되어, 작품은 원본의 존재들을 변주하며 작동하는 비인간적 실체들을 가리킵니다.
약 9미터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실체들은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유기체적 장으로 전환됩니다. 전시장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관객이 특정 구역을 지나거나 난간 손잡이를 잡으면, 센서와 캠이 이를 감지해 계단 아래 위치한 〈아카이브_증발된 구조〉로 데이터값을 전송합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서버를 연상케 하는 수조와 전기 케이블의 허물로 채워진 캐비닛은 마치 유물과 같은 모습으로 계단 위 신호를 수집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벽 너머 미지의 공간으로 이동하며, 환기구(〈접속 지점 1, 2, 3〉)와 철제문(〈폐쇄 통로_09〉)을 작동시킵니다. 관객의 움직임과 경로, 접촉 정도에 따라 환기구 속 영상과 소리가 변하고, 철문 뒤의 열기와 진동이 계속해서 달라집니다. 〈Ossia Organ〉은 이처럼 인간이 남긴 생체 신호, 그 흔적을 원천 삼아 장기이자 악기처럼 호흡합니다.
관객은 계단 위 2층에서 〈아카이브_감각 73〉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카이브_감각 73〉은 〈Ossia Organ〉 작품의 일부로 유기체에 관한 유일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누군가의 실수인지 엎어진 서랍칸 주위에 정체불명의 물건과 문서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관객들은 어떤 사건의 보고서, 인체 구조도, 사진, 데이터 분석표 등을 발견하는데, ‘아티젝타’라는 존재를 분석하고 정리하려 애쓴 낡은 자료들입니다. 사건 현장과 같은 이 작품 앞에서 관객은 더 이상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실체를 만나게 됩니다. 이처럼 박예나 작가는 인간의 필요로 인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이 사라진 세계에서 그들이 남긴 데이터를 통해 자생력을 갖게 된 사물들을 전면에 제시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 인공과 자연, 기계와 생명의 경계 속 피어나는 균열을 드러내며, 인간중심적 사고의 유한함을 경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