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은 수석, 분재와 같이 광활한 자연의 풍경을 축소하여 꾸미는 기예인 ‘축경(縮景)’ 개념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작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는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자연을 즐기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남은 이 시대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조각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말레비치의 건축적 조형물 ‘아키텍톤(Arkhitekton)’이 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노케티크라(Notketihkra)> 작업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전시된 조각은 도시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스티로폼 조각을 모아 형태를 만들고 그 텅 빈 내부를 네거티브 캐스팅으로 떠낸 뒤 제작 과정에서의 형태를 거꾸로 뒤집어 완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반영하여 작가는 ‘아키텍톤(Arkhitekton)’의 알파벳을 뒤집어 작업을 ‘노케티크라(Notketihkra)’라고 명명했습니다. 또한 말레비치가 제작한 세 점의 비대상 회화를 화물을 묶을 때 사용하는 스트랩을 이용하여 제작함으로써 현대적인 물질성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러한 산업적 재료의 사용과 작업 방식은 이 세계를 직접적으로 재현하거나 묘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계 전체를 작품에 새깁니다. 벽난로의 열에 의해 녹은 듯한 형상으로 설치된 비스무트 조각은 그 자체로 눈부신 기하학적 도시를 떠오르게 합니다. 한편 작품과 함께 설치된 사진들은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일산 신도시 외곽 풍경으로 화려한 도시 풍경과는 상반된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