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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연도 1979
  • 재료/기법 종이에 채색
  • 작품규격 33.5×24.5cm
  • 액자규격 52.7×39cm
  • 관리번호 1998-049
  • 전시상태 비전시
작품설명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천경자의 회화는 채색화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기행회화, 수묵담채화, 삽화, 드로잉 등의 작품들도 많이 남아있다. 1969년부터는 3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기행회화는 해외여행에서 느낀 감흥과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한 후 채색한 그림들로, 해외여행을 통해 이루어낸 천경자 회화의 독립 장르이다. 그는 1979년 인도와 중남미 기행부터 귀국 후에 치밀하고 견고한 채색작업을 거쳐서 기행회화를 완성시켰다. 여행지에서 깊이 새겨진 이미지들을 벗겨내고 화면에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색채는 보다 깊어지고 선명해졌다. 이로써 기행 초기에는 현장 스케치화들이 많은 반면 여행이 거듭될수록 화려한 색감과 환상적인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채색화로 고착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천경자는 기행회화를 단순히 기록화로 보는 개념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신비한 화면을 창출해냈으며, 채색화의 독립된 장르로 완성시켰다. <페루 이키토스>(1979)는 아르마스광장의 성요한 성당을 그린 작품이다. 천경자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여행하기 위해 이키토스로 향했고 이곳에 자정이 넘어서 도착했다. 성요한 성당은 고딕양식으로 빨간 지붕과 노란 벽면의 원색대비를 이루는 건축물이다. 달빛 주변으로 검은 새무리가 날아다니고, 성당의 색채는 채도를 낮추어 어둠의 시간을 표현했다. 천경자는 성당 정면에서 첨탑이 잘려진 구도를 선택했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고딕양식의 특징을 강조한 조형감각이 드러난다. 사물의 세부묘사가 색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색의 중첩에 의해 깊이감을 주고 있다. 채색방식의 변화는 대상의 선명한 형태감과 함께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예고한다. 귀국 후에 채색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기행회화가 현장스케치에서 채색화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천경자(1924-2015)는 1943년 도쿄 소재 여자미술전문학교(女子美術專門學校)를 졸업했다. 1954-7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운영위원·분과위원장·심사위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등을 역임했다. 1946년 제1회 개인전(전남여고 강당)을 시작으로 1995년 ≪천경자 회고전≫(호암갤러리)까지 2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1955-8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추천·초대작가 출품을 포함하여 1967년 ≪말레이시아 정부초청 초대전≫, 1969년 제10회 ≪상파울로비엔날레≫, 1977년 ≪한국 현대동양화 유럽순회전≫ 등 6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55년 『여인소묘』를 시작으로 자서전 『내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9), 기행수필집, 화문집 등 총 18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여 수필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55년 대한미술협회전 대통령상, 1971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1975년 3·1문화상, 1979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83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으며, 1999년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한국예술평론가협회)으로 선정되었다.